"김정은 받들어 통일운동 걸어가자"...北지령 수행한 민주노총 간부 구속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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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지 기자
입력 2023-05-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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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촛불민심, 반미·반정부감정으로 견인" 지시

  • 미군기지 등 군사정보·국가기밀 정보 확보도

지난 1월 18일 오후 국정원이 압수수색 중인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사무실 입구에서 경찰이 압수수색 종료 때 손팻말 시위를 하려는 노조원들을 막아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 공작원과 접선‧비밀교신 등을 통해 간첩행위를 하면서 합법적 노조 활동을 빙자해 북한의 지령을 수행한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 공작원은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등에 '촛불민심을 반미, 반보수 투쟁으로 적극 견인하라'고 지시하고, '김정은을 받들어 통일변혁운동의 한길을 변함없이 끝까지 걸어가자'고 화합을 다지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정원두)는 10일 간첩행위 총책을 맡은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 출신 A씨(52)를 비롯해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출신 B씨(48), 금속노조 부위원장 출신 C씨(54), 금속노조 조직부장 출신 D씨(51) 등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특수잠입․탈출, 회합․통신, 편의제공 등) 등 혐의로 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민주노총 사무실, 피고인들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총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보고문 24건, 암호해독키 등을 확보해 분석한 뒤 이 같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北 "촛불민심, 반미‧반정부 투쟁으로 견인하라" 지령
검찰에 따르면 이들 4명은 북한과 수시로 교신하면서 민주노총 지휘부와 핵심부서를 장악한 뒤 민주노총 주도의 반정부투쟁, 반미‧반일감정 조장 등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북한 지령에 따라 민주노총 주요 간부 인선과 정책노선 수립에 개입하고, 중앙본부‧산별‧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는 등 민주노총 장악 및 조종 시도를 벌였다. 

구체적으로 A씨 등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캄보디아와 중국, 베트남 등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선하며 국내 활동 지령을 전달받았다. 특히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총 102회에 걸쳐 북한 지령문을 전달받기도 했다. 지령문에는 △민주노총 내부동향 파악 △중앙 집행부 장악 시도 △민주노총 산별노조 장악 △핵심부서 등 배후 조종 등과 관련한 지령이 담겼다. 

2018년 10월 A씨 등이 민주노총 내부통신망 ID 및 비밀번호 등이 기재된 대북 보고문 등을 북한에 발신하자, 2019년 4월 북한은 이들에게 "민주노총 내부통신망을 잘 이용해 많은 참고가 됐다"고 답했다. 북한은 2021년 2월 "민주노총 금속노조 조기원들이 다수 근무 중인 자동차 공장을 노동계 민주항쟁의 보루로 다져나가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북한은 촛불민심을 활용해 반미‧반보수 투쟁을 강화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9년 6월 "촛불민심을 반미, 반보수투쟁으로 적극 견인하기 위한 실천활동을 적극 벌이라"는 지령을 내렸다.
 
김정은=총회장님  지칭...군사시설 정보·국가기밀 수집도

'노동단체 침투 지하조직'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중간 수사결과 관련 북한 지령문·보고문 일부 [사진=수원지검]


이들은 민주노총에서 '북한 문화교류국'이라는 이름으로 지하조직을 구축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문화교류국을 '본사', 지하조직을 '지사'라고 지칭하고 총책 A씨는 '지사장'이라고 불렸다. 김정은은 '총회장', 민주노총은 '지사'의 지도를 받는 조직이라는 차원에서 '영업1부'로 지칭했다.

지난해 12월 17일자 지령문에 따르면 북한 공작원은 A씨에게 "우리는 지사장(A씨)이 총회장님(김정은)을 받들어 통일변혁운동의 한길을 변함없이 끝까지 걸어가리라고 굳게 확신하고 있다"며 "20여년 동안 우리 서로 만나 굳게 손잡고 뜨겁게 포옹하며 밤새도록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면서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던 나날들을 잊지 않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들은 군사정보 등 국가기밀을 탐지‧수집한 뒤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들은 청와대 등 주요 국가기관의 송전선망 마비를 위한 자료 입수하고, 화성·평택 2함대 사령부, 평택 화력, LNG 저장탱크 배치도 등 비밀자료 수집하라는 지령을 전달받았다. 검찰 압수수색 결과 A씨의 사무실 PC에서 평택 미군기지‧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 및 군용장비 동영상‧사진자료가 발견됐다. 

수사팀은 "피고인들은 진술거부로 일관했으나 공판과정에서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며 "피고인들의 공범에 대한 수사도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계속 진행해 민주노총에 침투한 지하조직이 저지른 반국가적 범죄의 전모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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