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카드 총수의 절대권력 ③] 삼양식품·금호석화 '법 위에 군림'⋯"처벌 강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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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팀
입력 2023-04-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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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호석화 회장, 유죄 판결 받고도 회장직 유지...법무부와 소송도

  • 회사 최대 '리스크' 김정수 부회장, 횡령하고도 ESG 위원장 겸직 '모순'

그룹 총수가 ‘횡령·배임·비자금 조성·탈세’ 등 회사에 금전적 손해를 끼쳐 유죄판결을 받고 경영 일선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넘쳐나는데도 이에 대한 사회적 문제의식은 무뎌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총수 공백이 그룹 위기를 유발한다는 일종의 ‘공포마케팅’이 수십년간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전과 이력이 있는 총수의 경영복귀에는 비판적인 시각이 주를 이루지만, 총수의 전과 자체가 비현실적인 규제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본지는 전과자가 경영 일선에 다시 오른 기업 현황과 이후 오너의 경영 행보, 이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을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사진=아주경제]​ 

횡령 등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 일정기간 경영복귀가 불가능하도록 법으로 명확히 규정해놨지만, 기준치를 훨씬 넘는 회삿돈을 훔친 총수가 경영권을 놓치 않는 그룹이 있다. 재벌총수라도 법으로 정한 원칙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인 곳은 삼양식품과 금호석유화학이다. 이 중 삼양식품의 김정수 부회장은 남편인 전인장 전 회장과 함께 특경법상 횡령 혐의로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았다. 같은 혐의로 전 전 회장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고, 부부는 나란히 삼양식품을 떠났다.
 
이들은 지난 2008~2017년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뿐만이 아니라 김 부회장은 해당 페이퍼컴퍼니에 근무하는 것처럼 꾸며 매달 4000만원을 빼돌리기도 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약칭 특정경제범죄법(이하 특경법)은 국민경제 윤리에 반하는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과 그 범죄행위자에 대한 취업제한 등을 규정함으로써 경제질서를 확립하고 나아가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특경법 제14조에는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일정 기간 취업을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때 그 기간은 △징역형의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않기로 확정된 날부터 5년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날부터 2년 △징역형의 선고유예 기간 등이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판결 1년도 채 지나지 않았던 2020년 10월 총괄사장으로 복귀했다. 이어 복귀 1년 만인 2021년 말 경영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특이한 건 횡령으로 회사에 리스크를 떠안긴 김 부회장이 삼양식품 ESG 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경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국내기업 중 환경(E)·사회(S)·지배구조(G) 경영은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곳이 많다는 이야기가 있다. 총수 중심 경영 때문에 지배구조(G)가 최대 취약점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유독 E와 S에만 몰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실제 김 부회장의 전과는 삼양식품 ESG 평가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삼양식품에 대해 G 항목이 높은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E와 S에는 각각 A, A+ 등급을 매겼지만, G에는 B를 줬다. 그러면서 삼양식품은 지배구조 영역에 대한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금호석화 회장, 취업불승인 소송⋯법무부 "별도 조치하겠다"
 
특경법에 따르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대표이사 회장은 현재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러나 박 회장은 그간 회장직을 내려놓지 않았고, 취업제한 명령을 내린 법무부와 법정 공방까지 벌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대법원으로부터 특경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징역 3년·집행유예 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간 박 회장은 내부정보를 이용해 자신이 보유했던 금호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해 100억원대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또 아들에게 무담보로 100억원이 넘는 돈을 저이율로 빌려줘 문제가 됐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박 회장은 거대기업집단인 금호그룹의 대주주로서 회사 이익과는 무관한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아들에게 2년 2개월 동안 107억여원을 대여하고 자신의 주식 매수 자금을 위해 31억9880만원 상당의 전자약속어음을 발행했다”며 “박 회장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임직원들이 임무를 위반하게 했다”고 판시했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형 선고 약 5개월여 만인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현재도 미등기 상근 회장에 올라있다.
 
법무부는 박 회장의 취업을 승인하지 않으며 박 회장의 사내이사 취임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그는 법무부를 상대로 취업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으로 맞서며 현재까지 원래의 위치에서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특경법 제14조의 제4항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은 박 회장을 해임할 것을 금호석화 측에 요구해야 한다. 동법상 박 회장은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박 회장 취업제한 위반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며 “불응시 해임요구 등 별도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총수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법부이며, 현재보다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 다음으로 사면복권을 남발하는 걸 줄이고 다음 절차들은(법무부 취업제한 허가 등) 정해진 원칙대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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