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오건영 신한은행 팀장 "경기 둔화-시장 '피벗' 기대감 속 괴리…'피벗 만능주의'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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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근미 기자
입력 2023-04-11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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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이 10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에서 10일 아주경제와 만난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2003년 은행에 처음 입행할 때만 해도 기준금리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일타 거시경제 강사'에게 쏟아지는 강연과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모습이었다. 어렵고 막연하게 느껴지는 거시경제 이슈에 시장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호응할 수 있게 만든 것은 근래 불안정한 경제 상황도 한몫했겠지만 상황을 쉽게 설명해주는 '눈높이식 거시경제 해설'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듯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의 군 시절 일화부터 소설 및 영화 메리포핀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다. 다음은 오 팀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현재 국내외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를 하자면. 

"최근 시장 불확실성을 이야기할 때 '은행 위기가 과연 어떻게 되겠느냐'가 가장 컸는데 이러한 우려에도 자산시장은 너무 탄탄하고 코스피도 2500 수준에 와 있으니 다들 헷갈린다는 것이 가장 큰 포인트인 것 같다. 금융시장을 바라볼 때 시장 펀더멘털도 중요하지만 단기적 관점에서 투자자 심리와 이들의 학습효과도 굉장히 중요하다. 당장 은행 파산 등 이슈로 실물경기는 힘들어하는데 이는 결국 금리 인하를 앞당길 요소다. 우리는 미국의 금리 인하와 경기 부양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코로나 사태 때 지켜보지 않았나. 주식시장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미래를 미리 바라보고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기대감에 움직이고 있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물경제와 다른)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기준금리 향방과 최종 금리 수준 어떻게 보나. 일각에선 연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관측도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국제유가가 뛰면서 원·달러 환율을 밀어올렸는데 만약 그 수준이 작년 급등기처럼 달러당 1350원 선을 넘는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고민할 수 있겠지만 지금 같은 수준이라면 금리를 동결하고 내수에 힘을 실을 것이다. 최종 금리 역시 마찬가지다. 유가와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안정되면 자금 유출 우려도 줄어 내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피벗(기준금리 인하)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더 높다. 국내 실물경제 둔화 속도가 미국보다 조금 더 빠르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시장에선 미국의 5월 정책금리 인상 확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는 반면 그 다음 달인 6월에는 금리 인하 관측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우린 시장 심리를 볼 수 있다. 환율 안정이나 연준 금리 인상 기조, 은행 위기에도 신경 쓰지 않는 모습들은 결국 '피벗'으로 귀결된다. 그렇다 보니 너무 '피벗 만능주의'가 돼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연준에서도 (피벗 기대와 관련해) 자산 가격에 과하게 반영하게 되면 긴축 기조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 통화 긴축의 주요 변수로 거론됐던 것이 바로 물가다. 최근 들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높은데 이 같은 현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지난달 근원물가 상승률(4.8%)이 소비자물가 상승률(4.2%)을 역전한 것이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다. 2021년 1월 당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수준이었는데 작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파로 국제유가가 130달러까지 갔다. 환율도 1100원에서 1450원까지 뛰었다. 유가에서만 2배 넘게 오른 데다 환율도 20~30% 높아져 그만큼 가격이 올랐고 국내에선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등하니 다른 물가를 먼저 끌어올린 것이다. 결국 급격한 상승만큼 빠르게 내려오면서 역전 현상이 난 것이다. 올 3~4월에는 에너지 가격에서 전년 대비 물가 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나 역전 폭이 더 크게 보일 수가 있지만 점차 본궤도로 돌아올 것이다. 현재 물가에 있어 변수는 오펙플러스(OPEC+) 감산 이슈와 자산시장의 피벗 기대감이다. 해당 요인들이 소비를 자극하고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지난달 열린 아주경제 포럼 강연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정확한 매뉴얼이 없어 전략이 혼재됐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최근 시장에 변수들이 많은데 정확한 전략 설정이 가능할까.

"제가 군대에 있을 때 당시 지도를 보면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임무를 했다. 그런데 저희 부대에 지도를 기가 막히게 잘 보는 친구가 있어서 그의 말은 다 믿고 갔다. 문제는 현재 통화정책을 이끄는 연준 발언이 끊임없이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연준의 말을 믿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제가 어느 조직의 리더인데 특정 방향으로 가자고 해놓고 정작 왔다갔다 하면 나중엔 누가 제 말을 믿겠나. 지도와 매뉴얼을 갖고 확고하게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리더가 필요한데 연준은 그 역할을 잘 하지 못했다. 이는 연준이 굉장히 큰 실수를 한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은 어떤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도를 잘 보는 분이라고 평가하나.

"노코멘트하겠다.(웃음) 개인적으로 굉장히 존경하는 분이고 예전에 공부할 때 이 총재 관련 자료를 다 챙겨봤다. IMF 아태 국장으로 계실 때나 그전부터 인터뷰하는 내용을 모두 공부했다. 아주 어려운 시기에 정말 적합한 분이 한은 총재로 있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작년에도 고환율 상황이 미국에 유리한 게 아니란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 가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보고 발언한 것이다. 국제적인 흐름을 살피고 국내에서 정책 공조도 가능한 분이다. 물론 그분도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과연 (한은 총재로) 더 적임자가 있을까 싶다."

-최근 실버게이트, 실리콘밸리은행(SVB), 시그니처 은행 등 미국 중소형 은행발 이슈가 시장 불안에 한몫했는데 시장이 진정 국면에 돌입한 것일까. 아니면 불씨가 더 살아 있다고 보나.

"이 이슈가 금융위기 등으로 번질 것이냐 하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은행 연쇄 파산이 끝난 것인지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다. 앞으로도 작은 은행들 한두 개 더 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해당 지역 실업률을 높이는 등 실물경제를 둔화시키긴 하겠지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시장이 헷갈려 하는 것은 결국 이 이슈가 소통상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거 매일같이 중계하던 코로나 확진자 수와 관련해 이제는 다들 관심이 없다. 코로나가 모두 종식됐느냐 하면 그것도 아닌데 이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이번 은행 파산 이슈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SVB '모바일런' 사태와 맞물려 이슈가 됐던 것이 국내 한 은행의 부실 리스크 우려 해프닝이다. 돈을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삽시간에 퍼졌는데 이 현상에 대한 시각은.

"미국에서 영화화된 소설 중에 '메리포핀스'라는 책이 있다. 여기에 나오는 일화를 보면 어떤 꼬마가 은행 내에서 2센트를 갖고 뛰어다니다가 은행장이 그 돈을 뺏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가 돈을 달라고 하지만 은행장이 주지를 않는데 이를 본 사람들이 '은행에 돈이 없으니 아이에게 돈도 못 돌려주고 있구나' 하고 막연하게 생각한다. 이번 사안도 비슷하다. 이른바 '귀신의 집'을 방문한 여러 사람들이 이미 겁에 질려 있는데 출입문이 저절로 닫힌다면 어떻겠나. 사람들은 불안감을 갖게 되면 '설마 이거 아냐?' 하는 스토리텔링도 먹히게 된다."

-작년 6월에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금리 상승기니 만큼 '단기예금’을 추천하는 걸 봤다. 현시점에서는 어떻게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최선일까. 

"지금처럼 금리가 요동을 칠 때에는 3개월 미만 단기 예금과 2~3년 만기 장기예금을 같이 가져가는 게 좋다. 그러면 금리가 올라갈 때는 단기에서 수익을 거두고 금리가 내려갈 때는 장기로 금리를 묶어놓을 수 있어서다. 만약 오늘 금리가 고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이 시점에 묶어 놓으면 되는데 그걸 알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양쪽으로 나눠 놓는 것이다. 금 투자는 성장과 금리를 봐야 하는데 미국 성장이 둔화되면서 금리 하향 조정이 나타날 때는 금 가격이 힘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거시경제를 잘 모르는 일반 투자자나 금융소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매크로(거시경제)가 제가 봐도 혼란스러울 정도로 돌고 있다. 주식시장도 그렇고 채권시장 금리도 요동을 치는데 이처럼 변동성이 높을 때는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 같은 흐름을 뒤따르는 것이 굉장히 힘들다. 이럴 때는 중요한 길목에 하나씩 걸쳐 놓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여러 매크로 시나리오에 대비해 종목을 펼쳐 놓는 게 좋다. 해당 종목이나 섹터가 막 올라갈 때 펼쳐 놓는 것이 수익을 꾸준히 쌓아가는 기반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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