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300만 알뜰폰...은행 진출 이어 이통 3사 점유율 규제 논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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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3-04-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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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리브엠, 규제 샌박 1호로 4년간 임시 사업...12일 정식 허가 전망

  • 가입자 40만명 매출 알뜰폰 5위 성과, 신한·농협 등도 진출 준비

  • KMDA, 중소 사업자 등 피해 주장...점유율·요금 이통사 수준 규제 요구

  • 금융위 부가 조건 이목 집중...3사 점유율 50% 합산 규제도 논의

[사진=아주경제DB]

1300만 가입 회선을 확보한 알뜰폰(MVNO)이 이동통신 시장에 경쟁을 촉진할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알뜰폰 'KB리브엠'을 필두로 다른 은행들도 시장 진입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동통신 3사 자회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던 기존 알뜰폰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KB리브엠 정식 알뜰폰 사업자로···경쟁 활성화 성과 인정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B리브엠이 오는 12일 금융위원회에서 정식 사업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위 혁신금융심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소위원회에 이어 이달 4일 본회의를 열고 KB리브엠이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승인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오는 12일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승인 결정이 나면 KB리브엠은 2년마다 받아야 하는 임시 사업 승인이 없어도 은행 부수 업무로 알뜰폰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알뜰폰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B리브엠 정식 사업 승인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내고 사업 지속에 최대 난관이었던 KB국민은행 노조 측 반대도 원만히 해결함에 따라 승인에 걸림돌이 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KB리브엠은 2019년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사업자로 선정돼 2년간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했다. 2021년 한 차례 연장함에 따라 오는 16일 임시 사업 허가가 만료된다.

국민은행이 KB리브엠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이용자 통신 데이터를 확보해 금융데이터와 결합함으로써 관련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지난 4년 동안 국민은행은 KB리브엠과 연계한 금융상품을 출시하거나 KB국민인증서를 KB리브엠에 적용하는 등 더 정교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KB리브엠은 사업 4년 만인 지난 2월 가입자 약 40만명(점유율 약 2.3%)을 확보했다. 매출액 기준 알뜰폰 5위다. 이통 3사 자회사인 KT엠모바일·미디어로그·LG헬로비전·SK텔링크 등 4사 바로 다음에 해당하는 성과다. 

이통 3사 자회사를 제외한 개별 알뜰폰 사업자 가운데 가장 큰 업체 점유율이 0.66%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KB리브엠이 고착화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하는 '메기' 역할을 충실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가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깨고 정식 사업 승인이라는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이렇게 KB리브엠이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가계 통신비 절감과 알뜰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한 점이 있기 때문이다.

KB리브엠이 정식 사업 승인을 받음에 따라 알뜰폰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신한·우리·하나·농협 등 다른 주요 은행들도 알뜰폰 시장 문을 두드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자사 앱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알뜰폰 사업에 많은 관심이 있음을 드러냈다.

◆중소 알뜰폰 업체·대리점주 "은행의 원가 이하 판매 막아야"

하지만 모든 통신 관련 사업자들이 KB리브엠을 포함해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환영하지는 않는다.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대리점주)들은 KB리브엠을 포함해 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면 소상공인들이 생계에 타격을 입는다며 금융위가 은행 알뜰폰에 이통 3사 자회사에 버금가는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지난달 28일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의 알뜰폰 은행 부수업무 지정에 반대한다고 밝히며 "KB리브엠은 출범 후 혁신서비스 대신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원가 이하인 약탈적 요금제로 사업을 전개해왔다"며 "KB리브엠이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 등 영업 손실을 낸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알뜰폰 사업이 은행 부수업무로 지정되면 은행들이 우후죽순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입해 KMDA 산하 이동통신 유통 소상공인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KMDA는 KB리브엠이 도매대가(원가)보다 낮은 요금제를 판매하고 있다는 계산 결과도 내놨다. 지난해 6월 KB리브엠이 만 19~36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한 '청년희망 11GB+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 KB리브엠이 가입자 1명당 2년 동안 총 26만원 손실을 떠안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요금제 원가는 월 3만2945원인데 리브엠 할인 후 요금인 월 2만2000원보다 1만945원 더 비싸다는 게 KMDA 측 설명이다. KB리브엠은 해당 요금제를 지난해 10월과 12월 1만99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해당 요금제에 힘입어 2022년 5월 30만명 수준이었던 KB리브엠 가입자 수는 9개월 만에 10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KB리브엠 측 공이 있고 40만명 넘는 가입자를 보호해야 하는 만큼 KMDA 측 승인 반대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KMDA는 금융위가 은행의 원가 이하 요금제를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면 은행들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더는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대신 KMDA는 은행 알뜰폰이 이통 3사 자회사 알뜰폰과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과기정통부가 중소 알뜰폰 사업자 보호를 위해 이통 3사 자회사에 원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처럼 금융위도 은행에 원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하지 못하는 조건을 반드시 부과하라는 것이다.

또, KMDA는 과기정통부가 이통 3사 자회사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 것(합산 규제)처럼 금융위도 은행 알뜰폰 시장점유율이 일정 수준을 넘지 못하도록 조건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실제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도 은행 알뜰폰이 예대마진을 바탕으로 원가 이하 요금제를 출시하고 출혈경쟁을 시작하면 버틸 재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따라서 금융위가 KB리브엠 승인, 은행 알뜰폰 부수업무 지정과 함께 어떤 부가 조건을 부여할지 통신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B리브엠 점유율이 낮은 만큼 점유율 규제는 어렵더라도 원가 이하 요금제 금지 등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알뜰폰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물인터넷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알뜰폰 점유율 산정 딜레마

은행의 알뜰폰 진출과 함께 알뜰폰 업계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 합산 규제다. 1월 기준 사물인터넷 회선을 제외한 이통 3사 자회사 시장점유율은 50.08%로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과기정통부가 사물인터넷 회선을 포함해서 알뜰폰 점유율을 집계함에 따라 합산 규제 문제가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실제 이용자와 거리가 있는 사물인터넷 회선을 빼고 점유율을 집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2014년 이통 3사에 대해 알뜰폰 시장 진출을 허가하면서 시장 독식을 막는다는 취지로  이통 3사 자회사 합산 점유율이 50%를 넘으면 영업을 제한하는 등록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달 10일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알뜰폰 시장에서 이통 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통신시장 전체로 봤을 때 과연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이통 3사 자회사 시장점유율을 제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된 상황인데 이를 포함해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합산 규제가 받아들여지면 정부가 이통 3사 자회사 점유율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신규 가입을 더는 받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꺼낼 가능성이 크다. 이때 미디어로그, LG헬로비전 등 두 자회사를 바탕으로 공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기준 미디어로그는 점유율 2위, LG헬로비전은 3위로 둘을 합치면 LG유플러스가 가장 큰 알뜰폰 사업자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LG유플러스는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산정할 때 일반 가입자뿐 아니라 알뜰폰 가입자까지 포함해 산정하는 등 알뜰폰이 회사 주력 사업임을 표방하고 있다.

이러한 합산 규제 가능성을 두고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는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가입 회선은 68% 늘었는데···대부분 '자동차' 한계

통신업계에선 알뜰폰이 양적 성장은 이뤘지만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과기정통부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2019년 12월 774만9516개였던 알뜰폰 가입회선은 올해 1월 1306만2190개로 68.55% 성장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가입 회선은 같은 기간 687만229개에서  736만1357개로 7.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작 알뜰폰 성장세를 이끈 것은 커넥티드카로 대표되는 사물인터넷 회선이다. 물론 ARPU가 매우 낮은 선불 요금제 비율이 크게 줄어들고 후불 요금제 비중이 급증했지만 실제 알뜰폰 가입자 수는 3년간 큰 변화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알뜰폰 업체 사이에선 실제 최대 알뜰폰 사업자는 커넥티드카용 알뜰폰 회선을 대량으로 보유한 현대·기아차라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과기정통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알뜰폰 회선 판매 의무를 강제하는 도매제공 의무제도가 일몰제 폐지 등으로 유지되도록 지원 정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추가 투자가 적은 LTE와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5G 회선에 대한 도매대가를 다른 방식으로 산정하도록 해서 알뜰폰 업체들이 5G를 포함해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KT와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도 최근 알뜰폰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전담 영업팀을 신설하는 등 시장 성장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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