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尹정부, 韓 배터리 미래를 타국의 손에 쥐어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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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3-2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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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는 중국이 점령했으며, 유럽 시장도 위태롭다. 미국 시장에 생사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더욱 과한 요구다. 미국 시장 내 입지라도 강화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바이든 정부는 중국이 현지기업과 손잡고 들어오는 것을 방관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현실이다.

차세대 배터리인 파우치형 배터리의 우수성을 자랑해왔지만, 공급망 현안과 겹치며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원통형 배터리를 찾고 있다. 유럽은 미국 인플레이션방지법(IRA)에 대한 보복으로 '핵심원자재법(CRMA)'를 내놨고, 원자재 가격은 내려갈 줄 모르는데, 주요 자원국들은 자원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패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기준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23.2%로 집계됐다. 1위는 중국의 CATL(33.9%)로 국내 배터리 기업 모두를 합한 것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중국의 BYD로 17.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020년 점유율을 보면 LG에너지솔루션이 26.6%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중국 CATL의 점유율은 17.3%였으며, BYD는 2.8%에 불과했다. 불과 2년 만에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20%를 추가로 가져간 셈이다. 2021년까지 CATL의 고성장 비결은 막대한 규모의 내수 시장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유럽 시장까지 가져가면서 이제는 우리 기업과 큰 격차를 벌리고 있다.

데이터 제공업체 벤치마크 미네랄스(Benchmark Minerals)에 따르면 중국은 2031년까지 유럽에서 322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 192GWh로 중국의 뒤를 이을 것으로 관측됐다.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IRA에 대응하는 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유럽을 적극 공략했다. 업계는 미국의 IRA 제정을 기점으로 한국과 중국의 대유럽 전략이 크게 갈렸다고 보고 있다. 미국이 IRA를 발표할 즈음, CATL은 헝가리에 약 76억 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은 이 같은 투자를 기반으로 벤츠, BMW, 스텔란티스 등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한국은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설립에 적극 나서면서 유럽 투자를 미뤄왔고, 사업 파트너도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등 미국 기업에 한정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륙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를 단순한 숫자로 표현하면 아시아가 5, 유럽이 3, 미국이 2 정도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전망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성장률 전망치는 유럽이 38.4%로 가장 높았고, 아시아가 36.7%, 북미가 25.5%로 나타났다. 2025년 유럽의 배터리 시장 규모는 454억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됐으며, 미국은 3분의 1 수준인 169억9400만 달러에 그칠 것으로 관측됐다.

즉 우리 기업은 성장 전망도 가장 낮고 시장 규모도 가장 적은 북미 대륙의 자국 보호주의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시장을 중국에 내준 것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렇게 애지중지해왔던 북미 시장에도 중국 진출을 허용했다. 유럽 역시 CRMA를 통해 배터리 시장 통상장벽을 쌓기 시작해 미국 시장 공략 이상의 고난이 예상된다. 더욱이 완성차 기업들은 가성비 좋고, 공급망 현안 대응이 용이한 중국산 원통형 배터리에 환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차적인 생각으로는 국내 기업의 전략 미스라고 볼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 특허 분쟁 동안 중국과 일본은 테슬라 등에 원통형 배터리의 우수성을 알렸으며, 코로나19와 함께 불거진 공급망 붕괴는 원통형 배터리의 장점을 더욱 부각했다. 중국보다 높은 기술력을 갖고 있음에도 유럽 시장을 중국에 내준 것 역시 영업력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배터리업계는 우리 정부의 책임을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미국 눈치 보기에 배터리 업계는 물론 반도체 업계 역시 울며 겨자 먹기로 주요 생산시설을 미국에 내어 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반도체과학법(칩스법), IRA 등을 추진했다. 내 나라에서, 내 나라 원자재로 생산되지 않은 상품에는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국가 간에 얼마나 억지스런 주장인가 싶다. 이 같은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은 외교다. 그러나 문제를 앞두고도 미국을 우방국이라고 보는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현지기업도 소수며, 기술력도 크게 뒤진다. 한국 배터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전기차 보급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이 큰소리 한번은 칠 수 있는 셈이다. 세계 2위 전기차 배터리 생산 국가를 제외하면 바이든 정부도 중국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기업을 고개 숙이게 만든 것은 우리 정부다. 누구보다 먼저 미국의 정책에 무릎을 꿇었으며, 리튬 등 원자재 공급망 이슈가 한창인데도 대통령은 남미가 아닌 산유국과 일본으로 날아갔다. 국가 경제의 미래는 반도체와 배터리산업에 달렸는데 정부의 관심은 방위산업과 건설에만 집중됐다.

우리 기업을 믿고 과대평가하는 것인지, 도와줄 능력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당장 3월 IRA 광물 관련 세부안이 나올 예정이다. 이미 주도권은 미국에 넘겨줬지만 최소한 원자재 공급망만큼은 우리 기업들이 안심하고 구축할 수 있도록 하는 중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2년 전 한국의 배터리산업은 세계적인 자랑이었으며, 글로벌 1위였다. 한국의 미래가 더 추락하기 전에 날개를 달아줄 정부가 절실하다. 
 

김성현 아주경제 산업부 기자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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