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칼럼] 혼돈의 시대… 오늘도 '꼰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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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입력 2023-03-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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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교수]



얼마 전까지 겨울이었던 날씨가 어느 순간 초여름을 느끼게 하더니 다시 한파경보가 발효되는 알 수 없는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34년 만에 눈보라 경보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자연의 변덕에 혼란스러운 것은 비단 우리만은 아니다. 낮과 저녁의 기온차가 심해지는 가운데, 때를 잘못 읽은 꽃망울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요즘 국제 정세만큼이나 대학은 신입생과 더불어 새로운 학기가 시작하며 혼돈의 시대를 겪고 있다. 이번주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었지만 마스크를 안 쓰는 상황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또한 곧 언제 그랬냐는 듯 서서히 마스크를 벗어버리고 예전의 왁자지껄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헤시오도스의 우주발생론에 있어 그 시작이 바로 카오스(chaos) 즉, 혼돈이었다. 태초의 텅빈 공간 즉, 대공허의 상태를 혼돈으로 표현하였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 질서의 세계인 코스모스가 나타나기까지 대비되는 무질서 상태가 바로 카오스(혼돈)의 시대이다. 한국어로 정식 번역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카우프만(S. Kauffman)의 <질서의 기원(The origins of order)>이란 책에 있어 카오스는 물방울이 책상 모서리에서 떨어질까 말까 하는 상황으로 설명되어있다.

박사과정 때 읽었던 내용이라 정확지 않지만 매우 불안 초조한 상태로 혼돈의 상황은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아주 심장 쫄깃한 순간, 예를 들어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오윤희의 차가 낭떠러지에 걸려 떨어질까 말까 하는 그러한 상태에 있는 모습으로 기억한다. 결과적으로 혼돈의 시대라는 말은 질서와 무질서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학창시절 많이 들었던 질서 있는 사회는 이념에 따라 움직이며 무엇인가 정리되어 있는 것인 데 반해 무질서한 사회는 각자 멋대로 행동함으로 인해 정리되지 않은 모습으로 보인다.

환경의 변화 속에 우리는 종종 갈등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잊고 살아간다. 기업의 자율근무, 태스크포스 등이 기업 내 창조적인 갈등의 단면이며, 인위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과정에서의 갈등, 성급한 안정화를 위한 갈등, 올바른 방향이 어디인지 모르는 방향 갈등 역시 아직 혼돈 속의 모습이다. 이러한 혼돈의 무질서 속에 충돌하고 혁신함으로써 우리는 결과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는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를 완성해 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요즘 학부모 혹은 기업의 대표님들과 이야기를 하며 자녀와의 세대차이, 직장 생활에서의 신입직원들과의 세대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매우 많이 듣는다. 그때마다 기성세대 역시 젊었을 때는 지금의 MZ세대와 별반 다를 바 없지 않았을까 생각을 한다. 왜냐하면 매년 들리는 이야기가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이제 좋은 세상은 다 갔다 등 우리 세대는 물론 우리의 부모님 세대에서도 한번은 들어봤을 뭐 이런 이야기이지 않은가? 그렇기에 우리는 꼰대가 되어간다.

지금의 MZ세대들의 구분은 단지 기성세대 혹은 기업 내 관리계층과 대별되는 측면에서 사용되고 있을 뿐 꼭 사회 초년생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기름때 묻히는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하소연을 하신다. 정작 자신의 자녀들에게는 기름때 묻히게 하지 않고 싶다 말씀하셨으면서 말이다. 말로는 직업의 귀천이 어디 있냐고 말씀하시지만 본인의 말씀 속에 있다. 덕분에 듣고 있는 순간에도 혼란스럽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 찾기가 어려운 세상이며, 석사, 박사 나온 사람들이 사무실에 넘쳐 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네 부모님들과 대표님들은 지금 우리의 젊은이들이 조금만 힘들어해도 그것도 참지 못하고, 힘든 일은 무조건 안하려 한다 이야기하시는 상황의 아이러니는 여전히 무질서의 세상이라 생각되게 한다.

많은 비약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 70~80년대 우리네 부모님들은 혼자 벌어 가족은 물론 삼촌, 고모 학교 보내고 시집, 장가 보내고 부모님 환갑잔치까지 열어드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MZ세대는 자기가 벌어 자기 혼자 먹고살기도 바쁘다. 누구나 어른이 되었을 때, 가슴속에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을 했었을 텐데 그 상황과 너무 다르다.

물론, 우리네 세상이 그리 녹녹하게 원했던 어른이 되게 하지 않는다. 과거 민주화를 위해 외쳤던 386 세대 역시 이미 지금의 세대에게는 기성세대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흘러 이들의 자녀가 대학을 다니고 아빠 엄마의 대학시절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나 때는 말이야’를 이야기하는 순간 더 이상 아이들은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기억해 보면 우리도 그때 그랬다.

누가 우리를 꼰대로 만들었는가? 어디서 들었는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세대의 구분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위치해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에 절로 공감하게 된다. 지금의 MZ세대 역시 인생의 그 시기에 도달하면 그들도 이와 같은 생각을 갖지 않을까? 어른들이 자주 말씀하시던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속담에 대해 요즘의 세대들은 고생보다는 안정을 찾고 성과의 보답이 즉시 나타나는 일을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지다 보니 그런 것 아닐까하는 생각에 안쓰럽다.

물론 시대와 생활이 변화함에 따라 과거 내 아이들은 손에 기름때 묻히지 않고 에어컨 나오는 책상에서 편하게 일하게 할 것이라는 부모님의 보살핌과 가르침 덕에 지금 우리는 전에 없이 더욱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MZ세대들은 든든한 부모 밑에서 곱게 자랐지만, 누구보다 공명정대한 세상을 바란다. 이들에게 직장은 어디에 다니고 있는가 보다는 어떠한 일을 하고 있는가에 더 높은 관심을 갖는 자신만의 질서를 가지고 있다.

자신의 이념에만 맞춰 본다면 무질서로 보일 수 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 아님을 인정한다면, 그들 안에서도 질서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본인의 경우, 집에서 물건을 잘 찾지 못하기로 유명하다. 혹시 저와 같은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우선 여러분의 책상을 한번 보라. 제 책상도 절대 깨끗하다 할 수 없지만, 어지러움 속에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 책상이 지저분하다고 치우게 되면 나중에 이를 둔 사람은 물건을 잘 찾지 못하는 혹은 스스로 찾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된다.

혼돈의 시대, 기후변화는 봄꽃이 피는 순서마저 뒤죽박죽 섞어버렸다. 하지만 자연의 순리는 혼돈 속에서 다시금 순서를 찾아갈 것이다. 지금의 혼란을 이겨낸 왁자지껄한 모습의 대한민국을 꿈꾸며 오늘도 꼰대가 되어간다.
 



김재영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영정보학과 ▷고려대 경영학 박사 ▷한국정보시스템학회 이사 ▷4단계 BK21 융합표준전문인력 교육연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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