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후폭풍] '안전자산' 금값 뛰는데 '위험자산' 비트코인도 뛴다?···혼란스러운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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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기자
입력 2023-03-1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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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안전자산인 금값이 가파르게 뛰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표 위험자산 중 하나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뛰고 있다는 것이다. SVB 사태로 금융시장 내 위험회피 심리가 빠르게 퍼지고 있지만,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도 위험회피처로 급부상했다. 미국발(發) 긴축 기조가 꺾인다는 기대도 있지만,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15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4월물 금 가격은 온스당 1907.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직전 온스당 1910달러대에 올라선 수준과 비교해 오름세가 소폭 꺾인 모습이다. 그러나 금 가격은 지난해 11월 온스당 1630.9달러까지 내려선 이후 오름세를 그리고 있다. 전날 기준으로는 2.4%가량 뛴 온스당 1921.63달러를 기록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최근 금값 상승은 SVB가 파산 여파가 확대돼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 영향이다. 미국 재무부·연방준비제도(Fed·연준)·예금보험공사(FDIC) 예금자 전면 보호조치를 즉각적으로 시행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시스템 위기 전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불안감이 가중되자 안전자산으로의 '머니무브'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대표 위험자산으로 꼽히는 비트코인 가격도 빠르게 뛰고 있다. 이날 비트코인은 오후 4시 기준 하루 전과 비교해 1.66% 올라선 2만4888달러를 기록했다. 가상자산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의 파산과 SVB 사태까지 맞물리자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0일 2만달러 아래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주 들어 돌연 10%대 급등세를 보이며 2만5000달러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SVB 직후 파산한 시그니처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110억달러인 실버게이트와 비교해 10배를 웃도는 1140억달러에 달한다. 가상자산 전문은행들이 잇따라 무너지면서 가상자산 생태계에 미칠 충격과 취약 중소 은행들의 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됐기도 했다.

이렇듯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먼저 연준의 긴축 기조가 약해질 것이란 기대가 확대된 영향이 있다. SVB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연준은 이달 '빅스텝'(0.5%포인트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신호를 내비치며 강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쏟아냈다. 이에 시장에서도 긴축 발작이 일었다. 하지만 연준이 SVB 파산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관측이 커졌고, 이는 곧 위험회피 심리를 누그러뜨렸다.

아울러 미국 은행과 달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여겨 피난처로 삼는 움직임이 커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금융권 전반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은 작지만, 이를 믿을 수 없다는 심리적 공포가 확대되면서 대체 투자처를 찾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 지원책이 시장 유동성을 공급해 가상자산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 내부 악재로 큰 폭 하락을 경험한 뒤로 되돌림 추세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 참가자들은 금융권 전반으로의 리스크 전이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직접적인 이슈가 아니고 간접적인 이슈로 보는 것 같다. 특히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금값과 연동돼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큰 흐름으로는 일부 조정이 있을 수 있으나, (비트코인 가격은) 상반기 중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이전처럼 전고점을 뚫거나 작년과 같이 바닥을 전전하는 모습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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