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경제검찰]⑦'영장 없이' 현장 진입, 저지하면 형사처벌…헌법 원칙 흔드는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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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언 기자
입력 2023-03-1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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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무산됐다.[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를 최근 현장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죄'로 고발한 가운데, 영장 없는 공정위 현장진입의 위헌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1월 화물연대의 고의적인 현장 진입 저지를 통한 조사방해 행위에 대해 화물연대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화물연대 파업 과정에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와 부당한 공동행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화물연대와 조사 방법을 놓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사무실에는 들어가지 못하게 되면서, 현장조사는 불발됐다.
 
'영장없는 강제조사' 조사방해죄 위헌 논란 
공정거래법은 공정위 공무원의 현장진입을 거부·방해·기피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규정에 따라 공정위 공무원들은 조사에 필요하다면 기업이나 단체의 사무실에 진입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보장된다.

그런데 해당 규정은 법조계에서 꾸준히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정거래법 조사방해죄는 '영장 없는 강제조사'를 가능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며 영장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강수진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법 제정 당시 "현행법은 조사대상자로부터 현장조사 동의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해 강제조사화 시키면서, 현장진입을 거부하는 모든 행위를 형사처벌화 한다"며 "헌법에서 규정한 영장주의의 예외를 행정법규의 형사처벌을 통해 인정해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2021년 3월 공정위가 애플코리아를 조사방해죄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영장주의 우회"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는 애플코리아가 2016년 6월과 2017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네트워크차단 및 미복구, 자료 미제출, 고의적인 현장진입 저지·지연행위를 했다며 공정위 최고 의결기구인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과태료 3억원을 부과하고 애플 법인 및 소속 임원 1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가 애플코리아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공정위가 이를 수용하면서 논란은 다시 사그라들었다.
 
피조사자들, 처벌 두려워 위헌성 제기도 못해…사법부 '제동' 필요
이번에 공정위가 화물연대를 조사방해죄로 고발하면서 영장 없는 강제수사의 위헌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은 '무소불위' 공정위 권력 때문에 당사자들은 위헌성을 지적조차 못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대형로펌의 한 공정거래 분야 변호사는 "공정거래법 조사방해죄의 위헌성 논란은 법 제정 당시부터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제기돼 왔고 분명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하지만 고발 당한 당사자들은 자칫 위헌성 논란을 제기했다 처벌로 이어질까봐 고발을 당해도 문제 제기를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조계는 검찰이 화물연대를 기소한다면 화물연대가 헌법재판소에 조사방해죄에 대한 위헌성을 가려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오랜 기간 위헌성 논란이 계속 이어졌던 조사방해죄에 대해 사법부가 명확한 판단을 내려 공정위의 '영장주의 우회'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류인규 변호사(법무법인 시월)는 "조사방해죄가 합헌이라는 판단을 받게 된다면 정부와 여당은 금융, 노동, 안보 등 각 분야마다 비슷한 조항을 만들어 '영장주의'를 무력화할 수 있게 되고, 그 피해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할 것"이라며 "이번 공정위의 고발조치는 화물연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가치를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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