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에 불황형 M&A 급증…신사업 진출보다 내실 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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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3-03-0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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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열사 간 기업결합 19%↑…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18%↓

  • 사업구조 재편 활발…불확실성 리스크 최소화 위한 움직임

[사진=연합뉴스]

지난해부터 미국발 긴축 여파로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우리 기업들도 대외 인수합병(M&A) 대신 내부 숨고르기에 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통폐합 등 선택과 집중으로 불확실성을 낮추고 리스크를 완화하는 전략인데 전형적인 불황기 경영 방식이다. 올해는 경제 여건이 더 안 좋아 M&A 시장이 추가 경색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결합 심사 건수는 1027건으로 전년(1113건) 대비 7.7% 감소했다. 기업결합 규모도 349조원에서 325조5000억원으로 6.7%(23조5000억원) 줄었다.

기업결합은 기업 간 자본·조직·인력 결합을 의미하는데 흔히 M&A로 불리는 개념이다. 지난해의 경우 외부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내부적 사업구조 개편에 치중한 게 특징이다. 코로나19와 금리 인상 등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불확실성 및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경영 방침을 수립한 결과다.  

다른 회사를 인수 혹은 합병한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총 580건, 44조7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건수와 금액이 각각 17.7%, 16.8% 감소했다. 신규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의미다. 

반면 대기업 내 계열사 간 기업결합은 18.9%(47건) 늘었다. 금액으로도 2조3000억원 증가(10조8000억→13조1000억원, 21.3%)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열사 통폐합으로 기존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SK는 국내 대기업 중 가장 많은 30건의 기업결합을 신고했지만 그중 12건이 계열사 정리 차원이다. 카카오는 신고된 19건 전체가, 한화는 19건 중 10건이 계열사 간 결합이었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가 많을수록 기업결합 건수도 많았다"며 "사업구조 재편의 필요성이 더 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가 더 얼어붙는 등 지난해보다 경영 여건이 악화한 탓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6%까지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등 시장 내 긴장감이 팽배하다.

자금 흐름이 제한될수록 기업은 공격적인 M&A보다 체질 개선과 사업구조 개편 방식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1% 중반대에 그칠 것"이라며 "기업 매출이 크게 늘지 않고 현금 흐름도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금 시장이 더 경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자본시장과 영업 측면에서 자금 확보가 악화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예년처럼 M&A를 진행하기 힘들다"며 "비용 절감 쪽으로 더 많은 노력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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