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전쟁 서막] 원자재는 칠레, 가공재는 中…의존도 낮추기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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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3-02-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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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연합뉴스]


리튬 확보 경쟁이 시작됐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리튬 생산국이 아닌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넘치는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선 리튬 수입을 늘려야 하는데 매장국들을 중심으로 자원 민족주의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정부도 긴장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리튬이 '제2의 요소수 대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적지만, 핵심 광물로 선정해 수입 현황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계획이다. 
 
점점 비대해지는 중국산 수산화리튬 비중...87.9% 
글로벌 시장이 리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은 물론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리튬은 일명 백색 황금, 하얀 석유로 불린다. 그만큼 각종 전자기기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란 얘기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리튬 확보 전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은 크게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구분한다. 탄산리튬은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소형 전기차용 배터리에 주로 사용된다. 보통 중국계 제조사가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쓰인다. 

수산화리튬은 에너지 용량과 밀도가 비교적 높아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에 이용된다. 국내 업체의 주력인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들어간다. 삼원계 양극재 배터리 생산에 주력하는 국내 배터리 3사(LGES, SK온, 삼성SDI)가 주요 수요처다.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은 성질이나 쓰임 등은 다르지만, 모두 전기차 배터리에선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광물이다. 탄산리튬은 테슬라, 폭스바겐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LEP 배터리를 선호하고 있어 탄산리튬 수요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산화리튬은 2021년부터 본격화한 3세대 전기차에 사용되는 고용량 배터리인 하이니켈 배터리에 주로 적용된다. 

두 종류의 리튬 모두 필수 광물이지만, 우리나라는 특정 국가에 수입을 의존하고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중간재 수출이 많은 탓에 원재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위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국내 리튬 수입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면서 현지 정책에 따라 배터리 시장이 좌지우지될 공산이 크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산화 리튬을 포함한 수산화리튬 전체 수입액(36억7638만 달러) 가운데 중국산 비중은 87.9%(32억3173만 달러)였다. 2018년 64.9%였던 중국산 리튬 의존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탄산리튬 대부분은 칠레에서 수입하고 있다.

한국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가공 역량이 미흡해 이웃 나라인 중국, 일본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다. 2020년 양극재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6%에 달했으나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리튬(수산화리튬)과 전구체는 대부분 중국에 의존해 수익성이 높지 않았다. 무역협회는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보고서를 통해 "리튬은 가격 변동성이 높아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 수산화리튬 정제 산업과 해외 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해 조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산업부, 이달 말께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대책' 발표
정부 역시 리튬 등 핵심 광물 공급망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계 리튬 매장국 10위인 멕시코 정부가 리튬 국유화를 공포하는 등 자원 민족주의가 고조되자 대안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말쯤 '핵심 광물 공급망 안정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핵심 광물을 지정하고 국가별로 어떻게 관리할지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긴다. 정부가 핵심 광물을 지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핵심 광물에는 리튬, 니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리튬은 결국 수입해와야 한다. 해외 공급망을 분석해 안정적으로 가지고 올 수 있는 다양한 협력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핵심광물 지정과 공급망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말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핵심 광물을 적시에 공급하기 위해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다양한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업부에서 서플라이체인(물자 공급망)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디테일한 상황들도 점검을 상시 해주고 다른 부처와 기업들과도 이런 점을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발표에서는 국가별로 핵심광물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는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가 조달 계획을 발표하게 되면 해당 국가에서 우리를 대하는 전략이 바뀔 수 있어 구체적인 내용은 담기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광물별로 공급망 지도를 만들어 기업에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리튬을 눈여겨보고 있지만, '제2의 요소수 사태'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요소수는 굉장히 흔하고 싼 물질이다. 쉽게 수입할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일시적으로 문제가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터리 산업이 주력 산업인 만큼 정부와 기업 모두 리튬 수입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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