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본사 이전 '저주 혹은 축복'… 돈 붙는 땅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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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3-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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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전경. [사진=아주경제 DB]


최근 몇 년간 본사를 이전한 증권사들이 많아졌다. 주로 여의도 안에서 자리를 옮긴 증권사가 대다수지만 과거 금융회사 중심지였던 을지로로 사옥을 옮긴 증권사도 있다. 이처럼 본사를 이전하며 새로운 재도약을 꿈꾼 증권사들의 실적이나 경영상황이 유독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9~2022년) 사옥을 옮긴 증권사들은 △NH투자증권 △KB증권 △메리츠증권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을 제외한 모든 증권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과 경영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랜드마크 빌딩 중 하나인 파크원으로 본사를 이전한 NH투자증권과 케이프투자증권, 상상인증권 등은 증권업 불황의 칼바람을 맞고 있다.

파크원 소유주인 NH투자증권은 구사옥 NH투자증권빌딩을 매각하고, 2021년 파크원(타워2)으로 사옥을 옮겼다. NH투자증권은 해당 건물 2층에서 18층을 사용하고, 임차면적은 약 5만7520㎡에 달한다. 케이프투자증권도 같은해 자리를 옮겨 7700㎡ 면적을 임차해 사용 중이다. 상상인증권은 지난해 9월부터 파크원(타워1)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영업이익이 36.3% 수준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소형사인 상상인증권도 대내외적인 금융투자업계 불황에 밀려 같은 기간 46억원 규모의 누적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케이프투자증권도 업황부진을 고려해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 운영을 중단하는 등 조직축소 움직임을 보여 우려를 키웠다.

2021년 포스트타워에 들어간 다올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함께 같은해 당시 KTB빌딩(구 하나증권 빌딩)으로 들어간 하이투자증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증권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와 함께 업황부진으로 인한 이익감소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거나 인력구조조정에 나섰다.

부동산PF 업황 위축에 의한 타격이 컸던 다올금융그룹은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며, 계열사 매각을 통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위기극복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도 인력재배치, 희망퇴직 실시 등 조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대부분 위기를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입장에도 끊임없이 인수설이 제기되는 등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반면 2019년 여의도 IFC빌딩으로 본사를 이전한 메리츠증권은 실적이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2018년 여의도 제1사옥과 제2사옥을 보유했던 메리츠증권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시기에 2개 사옥을 한꺼번에 매각했다. 당시 제1사옥은 코리아크레딧뷰로, 제2사옥은 마스턴투자운용이 매수자로 나서서 각각 511억1700만원, 628억8800만원에 매수계약을 체결했다.

메리츠증권은 IFC로 자리를 옮긴 후 기존 ‘메리츠종금증권’에서 현재 사명으로 변경하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구조에 변화를 꾀했다.

지난해 증권업이 악화된 상황 속에서도 메리츠증권은 같은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이익은 8235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가 197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누적 영업이익 1조205억원을 기록하게 된다. 이에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 ‘1조클럽’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여의도를 떠나 을지로로 유(U)턴한 증권사도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을지로는 금융회사들이 밀집해있다가 1980년 정부 자본활성화 방침으로 많은 증권사들이 여의도로 사옥을 이전했다. 속도를 다투는 증권업에서 여의도가 가진 지리적 이점도 크게 작용했다. 당시 지역에 따라 전산처리 속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받는 증권사는 대신증권이다. 1976년 현 명동예술극장(구 국립극장)에 처음 자리를 잡았던 대신증권은 1980년 여의도 사옥으로 자리를 이전했으나 32년 만인 지난 2016년 말 명동 신사옥을 완공하고 명동시대를 다시 열었다. 미래에셋증권도 여의도에서 을지로로 사옥을 옮긴 뒤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실제로 일부 증권사들이 새로운 본사 이전지로 을지로를 염두에 뒀다는 전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의 사옥 매각 또는 본사 이전은 많은 돈이 오가는 증권업 특성상 미신적인 부분이 작용하는 부분도 크다”면서도 “현재는 비대면 활성화와 함께 디지털 성장속도가 빠른 만큼 본사 지역보다 영업활동에 유리한 지역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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