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결산-③산업] 경기위축에 美·中갈등까지···반도체·자동차 호시절 끝나고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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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2-12-28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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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高환율·高금리·高물가에 美 IRA 직격탄

  • 상반기 순항하다 하반기 꺾인 상고하저

  • 3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 34%나 급락

  •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 국산 전기차 비상

[그래픽=아주경제]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글로벌 경기 위축에 올 한해 산업권 전체가 흔들렸다. 상반기까지는 업황이 좋은 산업권도 적지 않았으나 하반기 접어들면서 결국 고환율·고금리·고물가의 '3고(高)' 현상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촉발된 자국 중심 보호무역주의도 국내 주요 산업권을 강타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면서 국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이 양자택일을 강요받은 탓에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야 했다.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국내 주요 산업권은 엔데믹을 향해 순항하고 있었다. 반도체 부문은 코로나 엔데믹 상황에서도 IT 제품 수요가 견조했던 덕에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에 급격히 실적이 악화됐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D램 매출액은 175억4800만 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249억8400만 달러(약 31조8921억원) 대비 29.8%나 감소한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올 3분기 D램 매출은 71억3300만 달러로, 2분기 대비 34.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D램 매출액 52억4600만 달러를 기록해 2분기 대비 25.3% 줄었다.

상반기 반도체만큼 호황을 즐기지 못했던 자동차 업계도 동일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반도체 수급 대란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혼란의 여파로 신차 출고가 지연되는 등 시련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반도체 수급이 다소 안정된 하반기에도 3고 현상에 따른 수요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국내 자동차업계의 내수 판매는 2021년 175만대에서 2022년 167만대로 줄어들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이 지속되던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힘들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특히 반도체·자동차라는 국내 주요 산업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의 소용돌이에서 흔들리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지난 8월부터 다양한 규제 방안을 쏟아냈다.

네덜란드의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동시에 자국 및 동맹국 기업에 심자외선(DUV) 장비 수출 제한까지 요청했다. 또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등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중국 내 생산시설은 중국 기업 소유라는 이른바 '거부 추정 원칙'이 적용돼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됐다. 

이로 인해 중국 공장을 둔 국내 반도체 대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당장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됐다. 다행히 미국 상무부가 지난 10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한다는 방침을 공식 통보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나, 이는 1년 뒤엔 또 미국 상무부의 심사를 받아야 하기에 리스크가 남아있는 셈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도 칩4(한국·미국·일본·대만) 동맹에 가입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연내 칩4 동맹 전선에 합류하기로 결정했으나,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시장인 중국을 잃을 수 없어 별도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기업 모두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대규모 시장을 놓고 끊임없이 양자택일을 강요받아온 모양새다.

자동차 산업도 지난 8월 발효된 미국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IRA는 미국 내에서 조립되지 않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것이 골자로, 발효 즉시 국내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IRA의 시행으로 당장 국산 전기차는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보조금 혜택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았던 탓이다. 이 경우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산 전기차는 결국 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10월 미국 조지아주 서배나에 전기차 전용공장 착공식을 진행했고, SK온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배터리 공장을 건립하기로 하는 등 IRA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정부 차원에서도 IRA를 통해 국내 자동차 기업이 실질적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미국 행정부와 실무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전기차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지가 단호한 탓에 중국산 부품을 다수 쓰는 국산 전기차도 IRA의 악영향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는 업권별로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이 지속되다가 하반기에는 3고 현상에 따른 수요 위축에 시달리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에 따른 규제방안 여파로 국내 산업권이 더욱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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