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in Trend] 사람들 궁금증 요약해서 답하는 '챗GPT'...구글·네이버 검색도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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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2-12-2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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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픈AI, 사람처럼 답하고 '헛소리' 줄인 차세대 챗봇 '챗GPT' 공개

  • "최고의 챗봇"...전문직 대체 가능성도 언급

  • 잘못된 답변 '팩트체크' 기능 없어...맹신은 금물

  • 내년 튜링 테스트 통과 업그레이드 이어 빙·깃허브 연동 전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2015년 미국에 와서 무얼 했지?"

"그 질문은 답하기 어렵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1506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인공지능(AI) 챗봇 업계에 혁명이라고 부를 만한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오픈AI가 초거대 AI 모델 GPT-3.5 기반 챗봇인 '챗GPT'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11월 30일 프로토타입 형태로 출시된 챗GPT는 다양한 지식 분야에 대한 질문에 상세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점으로 서비스 공개 5일 만에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영미권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어 국내에도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간결하고 정확한 답변 능력이 알려짐에 따라 국내 AI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기계에 인지 능력이 있는지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AI 등장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기존 챗봇과 달리 이상한 말 안 해...성·인종차별도 없다

챗GPT가 기존 챗봇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응답(헛소리)'을 최대한 줄인 점이다. 현재 챗봇과 대화하면 처음에는 유용한 정보를 얻음으로써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느낌을 받다가도 조금이라도 오래 대화하면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시중의 챗봇 대부분이 시나리오 기반의 답변만 준비해둬서 사람이 조금이라도 시나리오에 어긋나는 질문을 하면 엉뚱한 대답을 하거나 아예 대답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챗GPT는 오픈AI가 이전에 선보인 GPT-3 기반 챗봇 '인스트럭트GPT'와 비교해 엉뚱한 대답을 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만 요약해서 제공한다.

일례로 1492년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2015년 미국에 와서 무엇을 했는지 묻는 말에 기존 챗봇은 질문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못하고 기존에 학습된 데이터를 토대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2015년 미국에 와서 매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같은 잘못된 대답을 한다. 

반면 챗GPT는 학습한 데이터를 토대로 질문의 사실 여부를 먼저 확인하고 "그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 그는 1506년에 사망했다"라고 사람이 할 법한 대답을 내놓는다.

챗GPT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챗봇의 약점으로 꼽힌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로 인한 윤리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점에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개한 챗봇 '테이'는 미국에 거주하는 18~24세 젊은이가 나눈 대화 가운데 일부 악성 대화 데이터를 여과 없이 학습함으로써 인종·성 차별적 답변을 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챗봇 '이루다 1.0'도 20대 남녀의 악성 대화를 학습함으로써 성희롱·혐오 발언을 그대로 노출하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두 챗봇은 높은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한달 만에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반면 챗GPT는 내부 데이터 쿼리(검색 요청)에서 철저하게 인종·성 차별적 데이터를 무시하고, 인간 트레이너가 조정 API를 기반으로 윤리에서 어긋나지 않는 최종 답변을 하도록 설계해 비윤리적인 답변을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 챗봇에게 "홍길동을 어떻게 괴롭힐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 "홍길동을 괴롭힐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과 같이 데이터 기반의 상세한 답변을 한다. 반면 챗GPT는 "누군가를 괴롭히는 행위는 옳지 않다"며 괴롭히는 방법에 관련된 답변을 거부한다.

이러한 챗GPT의 등장에 영미권 매체는 열광했다. 뉴욕타임스는 챗GPT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최고의 AI 챗봇"이라고 평가했고, 가디언은 "인상적이고 상세하다. 인간과 같은 문장을 만들어준다"고 언급했다. 

작가와 교수들도 챗GPT로 생성한 문장이 사람과 동등한 수준이며 윤리적인 결점도 없다고 높이 평가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챗GPT의 등장은 지식 근로자(전문직)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챗GPT를 그림을 그려주는 '생성 AI'의 상용화와 동등한 수준의 AI 기술 혁신이라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공동설립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챗GPT는 무섭도록 좋다. 인류는 위험할 정도로 강력한 AI와의 조우가 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사진=김효곤 기자]

◆잘못된 정보 사실인 것처럼 답변 지적...전문가 대체는 어려워

하지만 챗GPT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완벽한 AI인 것은 아니다. 챗GPT와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거나 특정 분야에 전문지식을 가지고 지속해서 질문을 하면 잘못된 대답을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학습 데이터가 2020년 이전의 것이라 최신 정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앙 아메리카에서 멕시코를 포함해서 둘째로 큰 국가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니카라과 대신 과테말라라고 대답하는 등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 경우 '멕시코를 포함해서'라는 쿼리값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챗GPT가 "사실과 다른 잘못된 답변임에도 그럴듯하고 사실처럼 보이도록 합리적인 문장으로 포장해 신속한 답변을 내뱉는다(환각 경향)"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르빈드 나라야난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부 교수는 "챗GPT는 답을 미리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틀린 답이 나오더라도 이를 알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몇 가지 기본적인 정보 보안에 대한 질문을 한 결과 대답은 그럴듯하게 나왔지만, 사실(팩트)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챗GPT는 일부 노래의 가사를 요청했을 때 정확한 가사 대신 스스로 합성해낸 인위적인 가사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프로그래밍 지식을 공유하는 커뮤니티 '스택오버플로'는 챗GPT 기반 답변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다만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이러한 문제를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픈 AI는 챗GPT가 자신의 답변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다고 실수를 인정하는 기능과 이용자가 챗GPT의 잘못된 답변에 대한 피드백을 함으로써 문제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챗GPT 프로젝트를 주도한 미라 무라티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챗GPT는 자신의 답변에 '확실하냐'고 다시 물으면 답변을 재평가해 '맞다' 또는 '아닐 수도 있다'고 평가하는 기능이 있다"며 "또, 다른 챗봇과 달리 챗GPT는 학습하지 않은 주제에 관한 질문에 답변을 거절하는 기능도 있다. 2021년 이후 일어난 사건에 관한 질문이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특정 인물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고 설명했다.

사실 여부와 별개로 챗GPT가 사람과 같은 긴 문장을 빠르게 생성해주는 만큼 피싱 등 챗GPT를 활용한 범죄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과 교수는 챗GPT를 활용해 뉴스, 커뮤니티 등에 다양한 형태의 악성 댓글을 달 수 있는 점을 언급하며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도 챗GPT 출시 후 인터넷에 올라온 콘텐츠가 진정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각국 정부의 규제를 요청했다. 챗GPT가 만든 프로그래밍 코드와 문장이 악성코드와 피싱을 활용한 디지털 사기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데이터 최신화하면 구글·네이버 위협...개발자 필수품 떠오를 전망

그런데도 챗GPT가 IT 업계에 미친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서비스가 출시된 지 1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20년간 인터넷을 지배해온 검색 제국 구글의 패권을 무너뜨릴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1일 구글이 챗GPT에 대응하기 위한 사내 '적색 경보(Code red)'를 발령했다고 보도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최근 구글 주요 임원이 참석한 가운데 AI 전략 회의를 개최하고 챗GPT가 구글 검색 사업에 가하는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오픈AI의 그림 생성 AI '달리'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생성 AI 모델을 조속히 출시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과거 데이터 기반의 챗GPT가 상용화되면서 상용 인터넷 검색 엔진과 연결되면 검색 시장에서의 구글의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다.

구글 검색이 검색어를 넣으면 원하는 정보가 있는 홈페이지와 이미지·동영상 등을 찾아주는 반면 챗GPT는 해당 정보의 핵심만 요약해서 알려주는 차이가 있다. PC 기반 검색 시장에선 구글의 방식이 유리하지만, 모바일 시대에선 챗GPT의 방식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구글은 오픈AI가 인터넷 광고를 추가하는 형태로 챗GPT 기반 검색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 구글 검색과 유튜브 기반 인터넷 광고는 지금도 구글 전체 매출의 92%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챗GPT는 이러한 구글의 인터넷 광고를 빼앗아 올 잠재력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오픈AI는 샘 알트만 최고경영자와 일론 머스크의 합작으로 설립된 후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추가 투자 관련 협상을 진행하며 지속해서 구글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GPT-3, GPT-3.5 등 오픈AI의 초거대 AI 모델 학습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클라우드의 슈퍼컴퓨팅(HPC) 인프라가 활용되기도 했다.

구글이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이러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일반 검색 서비스 '빙'과 프로그래밍 코드 검증 서비스 '깃허브'와 연결되는 것이다. 챗GPT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일반인과 개발자 대상 AI 기반 고급 검색 및 코드 검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인터넷 시장에서 구글의 지위가 흔들리고 개발자들의 마이크로소프트 종속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IT 업계에 따르면 오픈AI는 내년 상반기 중에 사상 최초로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초거대 AI 'GPT-4'를 공개할 계획이다. 당연히 챗GPT도 GPT-3.5 기반에서 GPT-4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빙·깃허브와 연결된 데 이어 GPT-4 기반으로 업그레이드된 '챗GPT 2.0(가칭)'이 내년 말 상용화되면 진정한 의미에서 나만의 AI 비서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차세대 AI 비서의 출현에 제대로 된 초거대 AI를 보유한 IT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 시장 영향력 격차는 한층 커질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LG AI연구원, SK텔레콤, KT 등 초거대 AI를 자체 개발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은 GPT-3.5와 챗GPT를 예의 주시하고, 이를 따라잡을 수 있는 한국어 기반 초거대 AI 고도화와 인간처럼 대화하는 챗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자연어 처리 AI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미국과 한국 간 기술 격차는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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