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시장 긴급점검]무역적자 '사상 최대'…반도체·대중국 수출 부진에 회복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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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락 기자
입력 2022-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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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정학 리스크, 국제유가 '불안'…대중 무역흑자 10분의1 수준 위축

  • 주요국 금리 인상에 실물경기 둔화…국익 중심 경제정책 운용 절실

12월 9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를 실은 화물차들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우리나라가 1956년 무역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최대 수출액 달성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국제 에너지 가격의 급등과 반도체 경기의 침체,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한 중국으로의 수출 감소 등 부정적인 영향이 맞물린 결과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과 공급망 관련 이슈는 우리 수출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는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업황 개선이 점쳐지며 최근 비교적 안정세를 찾은 국제유가 역시 미·중 패권다툼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요인 탓에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잠정치)는 474억6400만 달러다. 이는 우리나라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한 1996년의 206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서는 규모다.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올해 무역적자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11월까지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원 수입액은 1741억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8억 달러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누적 무역적자 426억 달러를 300억 달러 이상 상회했다. 

최근 국제유가는 경기 불확실성의 영향으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이 같은 흐름이 내년에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유럽연합(EU)과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에 맞서 러시아가 유가 하한제 대응을 검토 중이며 미국과 사이가 틀어진 주요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과 밀착 행보를 강화하는 점 등은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평균 국제유가를 배럴당 90달러대로 전망하며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전 세계 경기둔화 등에 따른 수요 감소로 올해보다는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이행과 관련된 수급 여건의 악화 가능성이 유가 하락을 제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역적자 규모를 키운 또 다른 요인은 반도체 경기 둔화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하는 만큼, 반도체 수출은 중국과의 무역수지를 좌우하는 요인이다. 

올초 우리나라가 반도체를 주로 수출하는 중국의 상하이, 광둥 지역의 코로나 봉쇄는 대중 무역수지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대중 무역수지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한 올 5월 이후 소폭 흑자를 나타낸 9월을 제외하고 11월까지 6개월간 적자다. 올 들어 11월까지 누적 대중 무역수지는 18억6000만 달러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227억 달러 흑자와 비교해 전체 규모는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최근 중국이 방역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면서 수출이 다시 늘 것이라고 기대하는 반면에 중국의 산업 경쟁력 상승으로 과거와 같은 무역흑자 규모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환우 코트라(KOTRA) 선임전문위원은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우리의 대중 무역흑자가 경향적으로 감소해 왔다"며 "미·중간 무역분쟁에 따른 우리 기업의 중국 내 사업 여건 악화로 대중교역은 예전과 같이 크고 지속적인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통상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 전환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도체 경기 부진과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주요국 금리 인상 등 전 세계 실물경기 둔화로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우리나라 경제 성장 기여도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의 흑자 기조가 무너지면 산업에 이어 고용 전반에서 어려운 상황에 몰리게 된다"며 "세계 경제의 구조 변화에 맞춰 실리적으로 국익 중심의 경제 정책 운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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