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수점 재미 잃은 증권사, 해외 소수점 100분의 1도 못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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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 기자
입력 2022-12-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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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예탁결제원]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되기 전 여러 고비를 넘긴 것에 비해 증권사나 투자자 참여도가 부진해 보인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공정거래법 등 투자에 제한적인 점이 장애물로 꼽힌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은 24개사 중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7곳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등이다. 그나마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이벤트를 진행하는 곳은 NH투자증권, KB증권 등 2곳뿐이다.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 시행 당시 앞다퉈 서비스를 출시하고 고객 유치를 위해 마케팅 경쟁을 벌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에 대해서도 실익보다는 고객 유입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했다”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를 통해 얻는 실익은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무리한 출혈 경쟁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소수점 거래는 수십만 원을 웃도는 고가 주식이 많아야 의미가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50만원 이상인 종목(6일 종가 기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83만8000원 △태광산업 72만6000원 △영풍 71만3000원 △삼성SDI 70만6000원 △LG생활건강 68만8000원 △LG화학 68만6000원 △고려아연 59만9000원 △LG에너지솔루션 55만9000원 등 8개뿐이다. 30만원 이상 50만원 미만인 종목도 13개에 불과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9월 이후 한 달간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투자 금액은 15억8000만원(2만7385주)에 그쳤다. 반면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는 올해 들어 월평균 약 2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가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에 비해 1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소수점 거래는 고가 주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증시 주가가 낮다 보니 수요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거래 시 제약도 걸림돌이다. 우선 소수점 거래는 실시간으로 매매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A주식을 소수점 거래하려면 같은 종목에 대한 소수점 거래 투자자를 통해 온주(1주)를 만든 뒤 거래가 성사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거래법상 출자 제한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일부 증권사에서 거래되지 않는 종목도 있다. 삼성증권에서는 일부 삼성 계열사 주식을, 카카오페이증권에서는 카카오 주식을 거래할 수 없다. 증권사로서는 제약이 많은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시스템 구축에 따른 투자 비용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이에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준비하던 일부 증권사들은 출시 계획을 내년으로 미루거나 도입 자체를 결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이 논의될 당시 시장이 호황이었기 때문에 서둘러 서비스를 출시하기 위해 준비했다”며 “국내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서비스 출시 계획 자체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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