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사망] 부고와 장례위원회 명단으로 본 '中 장례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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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12-0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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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鄧​과 동급···"극진한 대우는 江영향력 없음 반영"

  • 부고에서 시장경제 확립은 '가볍게' 언급

  • 장례위원회 명단으로 본 中 신구권력 교체 지도

30일 중국 국영중앙(CC)TV에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사망 소식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정치는 서열과 의전을 중시한다. 별세한 국가 지도자에 애도를 표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다. 중국 지도부의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 대한 장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덩샤오핑과 동급의 국가적 예우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애도는 덩샤오핑 사망 때와 동일한 국가적 예우를 갖췄다고 홍콩 명보는 1일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극진한 애도는 장쩌민 전 주석의 현재 중국 정계에 대한 영향력이 이미 사라져서 현 지도자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장쩌민 전 주석에 대한 부고는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 인민에게 고하는 글(이하 부고)’의 형식을 띤다. 이러한 형식은 중국 공산당 창당 73년 이래 딱 세 차례 발표됐다.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 사망, 1997년 2월 19일 덩샤오핑 사망, 그리고 지난달 30일 장쩌민 사망 때다.  

또 장쩌민 전 주석의 부고는 덩샤오핑 부고 때와 마찬가지로 전반부에는 “당·군·민족·인민이 공인하는 숭고하고 명망 있는 탁월한 영도인, 위대한 마르크스 주의자, 위대한 무산계급 혁명가·정치가·군사가·외교가, 오랜 시련을 겪은 공산주의 전사”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특히 부고는 장쩌민을 “중국 특색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의 걸출한 영도자,  3세대 당중앙지도부 핵심으로 ‘삼개대표’ 중요사상의 주요 창립자”라고 표현했다. 삼개대표는 장쩌민 전 주석이 제창한 것으로, 중국 공산당 지도이념으로 당장에도 삽입됐다. 

총 5193자로 이뤄진 장쩌민 부고는 앞서 마오쩌둥(2500여자), 덩샤오핑(4900여자) 부고보다 길었다.
 
시장경제 확립 '가볍게' 다뤄져
부고에는 장쩌민의 그간 공로와 업적이 나열됐다. 중국 정치학자 천다오언은 1일 홍콩 명보에서 “장쩌민의 최대 공적 중 하나로 꼽히는 시장경제 확립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가볍게 다뤄졌다”고 지적했다. 

반면, 톈안먼 사태는 두 차례 언급됐다. 중국 공산당은 톈안먼 사태를 직접 거론하지 않고 보통 '정치 풍파'나 '동란'으로 표현한다. 

부고는 “1989년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던 때 중국에 엄중한 정치 풍파가 발생했다. 장쩌민 동지는 당중앙의 동란 반대·사회주의 국가정권 수호·인민 근본이익 수호라는 올바른 결정을 옹호·집행하고 상하이의 안정을 수호했다”고 전했다. 

이어 “1980년대 말~1990년대 국내외 엄중한 정치 풍파와 세계 사회주의 좌절로 중국 사회주의 발전이 전례없이 압박 받았다"며 "당·국가의 앞날 운명을 결정하는 중대한 역사적 고비에서 장쩌민 동지는 당중앙 지도부를 이끌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위대한 사업을 수호하고 중국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며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부고는 장쩌민 전 주석의 권력 이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앞서 장쩌민 전 주석은 후계자인 후진타오 전 주석에게 당총서기와 국가주석직만 이양하고, 당중앙·국가군사위 주석직은 2년 유임 후 넘겼다. 부고는 이를 두고 “당시 국제 형세의 복잡다단한 변화, 국방과 군대건설 임무의 중요성을 고려한 것”임을 강조했다.

부고는 또 장쩌민 전 주석이 은퇴 후에도 당중앙 사업을 옹호 지지하고, (시진핑 주석이 추진한) 반부패 투쟁을 단호히 지지했다고도 전했다. 
 
장례위원회 명단으로 본 中 신구권력 교체 지도

장쩌민 장례위원회 명단 [사진=관영 신화통신]

이날 시진핑 국가주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 688명의 명단도 함께 발표됐는데, 그 구성이 덩샤오핑 사망 때와 비슷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여기엔 시진핑 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 위원, 부총리급 이상의 전직 관리, 각 부처 당 위원회와 국유기업 수뇌부, 홍콩과 마카오 특구 수반, 공산당 이외 정파의 상무 부주석에 더해 장 전 주석을 치료했던 의사 3명과 경호 책임자도 포함됐다.

이 명단이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계기로 신·구 지도부 교체의 권력 지형 변화를 반영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명단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주임위원으로 가장 먼저 이름을 올렸다. 위원은 리커창, 리잔수, 왕양, 리창, 자오러지, 왕후닝, 한정, 차이치, 딩쉐샹, 리시 등 순으로 언급됐다. 중국 공산당 전·현직 권력 서열을 반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20차 당대회서 새로 등장한 상무위원을 비롯한 정치국원이 대거 앞자리를 차지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장례위원회 명단은 중국의 살아있는 권력, 커지는 권력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 전 주석의 장례 절차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유언에 따라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명보는 중국 정부가 관례상 5일 영결식과 화장, 6일 추도대회 등의 절차를 치를 것이라며, 추도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이 직접 추도사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쩌민 전 주석의 시신을 매장 혹은 화장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마오쩌둥 시신은 사망 20년이 지난 현재까지 베이징 톈안먼광장 마오쩌둥 기념관에 안치됐다. 덩샤오핑은 유언에 따라 각막을 기증하고 시신은 해부용으로 제공됐으며, 유해는 화장돼 대만 해협 바다에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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