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북한의 월드컵 중계에 모자이크가 등장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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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11-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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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월드컵 중계 화면서 한·미 기업 광고만 모자이크

  • 세계인 축제서 한국 위상, 북한 주민에 숨기려는 의도

  • 개막식 땐 BTS 정국이 주제가 부른 사실만 쏙 빼 보도

북한,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일부 중계 [사진=연합뉴스]

 
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북한은 한국 지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월드컵 경기장에 걸린 태극기는 물론 한국과 미국 기업의 광고판만 콕 집어 모자이크 처리했다. 북한은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한국 관련 소식에 민감한 만큼 이번 월드컵에서도 비슷한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10시께 조선중앙TV는 카타르 알와크라의 알자눕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의 프랑스 대 호주 경기 일부를 녹화 중계했다. 북한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월드컵 중계권을 사지 않아 다른 국가의 중계 방송을 녹화한 뒤 자체적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방식으로 녹화 중계를 하고 있다.

이날 경기장 골대 뒤 관중석에는 팬들이 걸어놓은 것으로 보이는 여러 나라의 국기가 있었다. 하지만 중앙TV는 이 중 태극기만 콕 집어 모자이크 처리해 형태를 알아볼 수 없도록 보정했다.

또 경기장을 빙 둘러싼 광고판에는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광고가 나타났지만, 이 또한 글자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블러(흐림) 처리해 방송에 내보냈다.

같은 날 오후 4시께 녹화 중계한 조별리그 C조 1차전의 사우디아라비아 대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도 북한 방송의 남한 흔적 지우기는 계속됐다.

이 경기가 열린 카타르 루사일 스타디움의 잔디구장에는 카타르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글로벌 주류 기업 버드와이저와 중국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 한국의 현대자동차, 미국의 코카콜라 등의 광고판이 걸렸다.
 

북한 조선중앙TV는 23일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C조 1차전의 사우디아라비아 대 아르헨티나 경기 일부를 녹화 중계했다. 사진은 현대와 코카콜라 광고판만 모자이크한 모습. [사진=조선중앙TV 화면·연합뉴스]

하지만 중앙TV는 현대자동차와 코카콜라 광고판에만 모자이크 처리해 흔적을 없앴다. 반면 바로 옆 완다그룹과 버드와이저 광고판은 그대로 송출했다. 한국과 미국 기업이 세계적인 축제인 월드컵에 광고를 낼 만큼 높은 위상을 가졌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에게 내비치기 싫은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같은 대응은 앞서 월드컵 개막식 때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월드컵 개막식을 보도하면서도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정국이 개막식 공연에서 공식 주제가인 '드리머스(Dreamers)'를 불렀다는 사실은 쏙 빼놓았다. 한국 가수가 월드컵 개막식 무대에 단독으로 주제가를 부를 만큼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월드컵뿐 아니라 체제에 위협이 될 만한 소식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북한은 지난 2017년 1월 남한의 촛불집회 소식을 보도하면서도 남한의 초고층 건물과 정부청사, 세종문화회관, 세종대왕·이순신 동상 등을 모자이크 처리한 사진을 사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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