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들의 유별난 월드컵 사랑…후원 늘리는 亞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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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11-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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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국팀 아니어도 경기 본방 사수

  • 아시아, 피파의 '캐시카우'되나

2022 카타르 월드컵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아시아가 월드컵 경기장 안팎에서 올해처럼 큰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었다.”
 
아시아 기업들이 이달 21일 막을 올린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발 벗고 달려갔다. 본선 진출에 실패한 중국, 인도 기업들도 적극 월드컵 후원에 나섰다. 자국 대표팀 경기가 아니어도 본방 사수에 나서는 아시아인들의 월드컵 사랑이 기업들이 후원을 결정한 배경이라고 닛케이아시아는 분석했다. 
 
자국팀 아니어도 경기 본방 사수 
32개국이 경쟁을 펼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는 개최국인 카타르를 포함해 대한민국, 일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호주 등 아시아 6개국이 본선에 진출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본선에 진출한 아시아 국가는 대한민국과 사우디 단 2개국이었다. 약 2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아시아 국가가 2개국에서 6개국으로 3배나 늘어난 셈이다.
 
아울러 국제축구연맹(FIFA, 피파)의 파트너 및 후원사 14개 기업 가운데 아시아 기업은 9개에 달한다. 20년 전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린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15개 후원사 가운데 6개만 아시아 기업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유럽과 미국 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라고 할만한 변화다.
 
주목할 점은 본선에 진출하지 않는 아시아 국가 가운데 월드컵 후원사로 참여하는 기업들이 다수 있다는 점이다. 인도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 바이주스(Byju's)는 인도 국가 대표팀이 본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후원을 결정했다. 중국에서는 스마트 제조사 비보, 가전제품 제조사 하이센스, 중국 대기업 완다, 중국 유제품 회사 멍뉴 등 4개 기업이, 싱가포르에서는 크립토닷컴 1개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했다. 
 
나머지 아시아 기업은 본선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현대-기아와 개최국인 카타르 기업들이다. 카타르 국가 대표팀은 개최국 이점을 받아 본선 진출 자격을 얻었다.
 
닛케이아시아는 “참가국 중 아시아팀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지만, 이 지역(아시아)의 후원사들은 국내외 수많은 시청자들에게 다가가기를 희망한다”며 “2018년 열린 제21회 러시아 월드컵에서 아시아 시청자는 전 세계 시청자 중 약 43%(약 16억 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2018년 월드컵 당시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3개국은 자국 대표팀의 본선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시청률 상위 5개국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인도와 중국 기업들이 월드컵 후원사로 나선 배경이라고 닛케이아시아는 짚었다.
 
바이에른 뮌헨, 맨체스터시티 등 유럽 ​​주요 구단과 일한 경력이 있는 인도 스포츠 컨설턴트 아루나바 차우드후리는 “축구계에서 아시아 기업들의 후원이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었으나 인도 기업의 참여는 극히 드물었다”며 “바이주스의 등장은 엄청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기업은 스포츠를 잠재적 소비자와 (기업을) 연결하는 동시에 일반 대중에게 브랜드와 제품을 알리는 창구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주 라빈드란 바이주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스포츠 행사인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후원하게 돼 기쁘다”며 “권위 있는 글로벌 무대에서 인도를 대표하고 교육과 스포츠의 통합을 옹호하게 돼 자부심이 크다”고 밝혔다.
 
중국 기업들 역시 월드컵 후원을 계기로 국내외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길 기대한다. 카드사 비자(Visa)의 전 임원인 앤드류 우드워드는 “중국 기업들은 후원을 마케팅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며 “전 세계에 브랜드를 알리고, 중국 소비자들에게 그들이 대형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기회”라고 닛케이아시아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도와 중국 기업이 카타르 월드컵 후원에 적극 나선 배경으로 중동과의 밀착 관계를 꼽는다. 영국 싱크탱크인 아시아하우스가 이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 6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중국 및 인도, 아세안(ASEAN) 회원국으로 구성된 34개 아시아 신흥국 간 교역액은 2021년 3660억 달러였던 것이 2030년 경이면 약 60% 증가한 578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2028년에는 걸프만 국가와 신흥 아시아 국가 간 교역액 규모가 걸프만 국가와 미국, 유럽 및 일본, 한국 등 40개 선진국 간 규모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동남아시아의 기업들이 월드컵 후원사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도 전망했다. 프랑스 스키마 경영학교의 사이먼 채드윅 스포츠 및 지리정치 경제학 교수는 “이 지역의 기업들은 후원에 익숙하지 않거나 스스로를 글로벌 기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이 두 가지 모습 모두 변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FIFA U-20 월드컵을 계기로 동남아 기업들의 후원 참여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U-20 월드컵은 20세 이하 선수들이 참여하는 피파 주관 국제축구대회다.
 
아시아, 피파의 '캐시카우'되나
이번 월드컵이 스캔들과 이주 노동자에 대한 처우 등 인권 문제로 얼룩지면서 일부 기업들은 후원을 취소했다. 지난 2014년 카타르가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피파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소니 등은 후원을 중단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자동차 부품사 콘티넨탈, 에미레이트 항공, 제약 회사인 존슨앤존스도 피파와의 관계를 끊었다.

네덜란드, 벨기에 국가대표팀을 후원해온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이번 대회 중에는 경기 티켓 배분을 포함해 관련 마케팅에서 손을 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영국과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인권단체인 비즈니스앤휴먼라잇츠리소스센터(Business and Human Rights Resource Centre)는 월드컵 후원과 관련한 19개 회사에 인권 착취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문서를 보냈으나 아디다스, 카타르 항공, 버드와이저와 코카콜라 단 4개사만 응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서방의 주요 기업들이 여전히 월드컵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시아 기업들의 후원을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우드워드는 “서구 시장은 동양 기업의 세계화를 위한 기준”이라며 “그들(아시아 기업들)은 전 세계에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서구 시장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2026년에 캐나다, 멕시코, 미국이 공동 개최하는 제23회 북중미 월드컵에는 아시아 기업들의 후원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채드윅 교수는 “유럽이 오랫동안 피파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였다면 아시아는 이제 떠오르는 별”이라며 “향후 20년 동안 아시아가 피파의 재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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