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오페라하우스, 윤이상 심청…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성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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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인수 기자
입력 2022-11-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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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이상 '심청' 등 공연으로 문화계 화제의 중심

  • 해외극장 단체들과의 연대, 국제축제 면모 과시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니벨룽의 반지 중에서 라인의 황금 이미지.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지난 19일 윤이상의 ‘심청’을 끝으로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연대와 다양성’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에서는 이탈리아와 독일, 오스트리아와 한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들을 준비한 것을 시작으로, 음악적인, 지역적인 다양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함으로써 축제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9월 23일 ‘투란도트’로 개막 후 두 달 여간 ‘돈 조반니’, ‘니벨룽의 반지(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 전편, ‘라 트라비아타’, ‘심청’ 등 총 여덟 편의 메인 오페라가 무대에 올랐다. 오펀스튜디오 소속 성악가들이 노래한 오페라 콘체르탄테,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합창단 콘서트, 지역 유수의 성악인들이 창작오페라 4편의 쇼케이스 공연과 오페라 오디세이 등 다양한 특별행사, 부대행사들이 더해져 축제를 가득 채웠으며, 메인 오페라 ‘신데렐라’ 공연은 이태원 참사 국가 애도 기간 관계로 12월로 연기됐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운영 결과, 총관객 수 2만6158명, 전체 객석점유율 80.6%에 달한다. 메인오페라만 두고 봤을 때 공연작품 수는 전년도 6개 작품(11회)에서 올해 8개 작품(12회)을 선보였고, 관객 수는 전년도 9759명에서 올해 1만4198명으로 4400여 명이 많아져 150% 증가한 수치로 나타났다.
 
이는 아직 공연되지 않은 ‘신데렐라’를 제외한 집계다.  ‘신데렐라’가 집계에 포함될 경우 실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축제의 작품 구성이 대중성보다는 작품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결과는 더욱 의미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가장 먼저 개막작 ‘투란도트’를 통해 이번 축제의 주제인 ‘연대’의 힘을 보여주었다. 음악적 측면에서는 대구시립교향악단‧대구시립합창단과, 제작에 있어서는 광주시립오페라단과 함께한 ‘투란도트’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극장의 극장장이자 전 유럽에서 180여 편의 작품을 연출해 온 베테랑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를 초청하여 연출한 작품으로, 99.7%라는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축제의 시작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또 이 작품은 오는 25일과 26일 광주에서 지역 최초로 관객을 만날 예정으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하는 듯 일찍부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국립오페라단 역시 대표 레퍼토리이자 인기작인 ‘라 트라비아타’로 대구 관객들과 만났으며, 12월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민간오페라단 영남오페라단이 제작한 ‘신데렐라’가 무대에 오르는 등 국내단체들과의 연대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이탈리아 페라라 시립오페라극장에서 초청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독일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에서 초청한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등 해외극장과의 ‘연대’ 또한 성공적이었다. 두 작품 모두 2022년 유럽 현지에서 제작된 최신 프로덕션으로, 20주년을 목전에 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진정한 국제 행사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에서 크게 화제가 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와 윤이상의 ‘심청’일 것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오페라 작곡가 바그너의 필생의 역작 ‘니벨룽의 반지’ 전편이 한국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에 일찍부터 오페라 애호가들과 업계가 술렁였다.
 
세계에서도 정상급 권위를 가진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에서 220명에 달하는 연주자들이 한꺼번에 방한하였기 때문. 한국인 상임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하고, 만하임 국립극장의 음악감독 알렉산더 소디(Alexander Soddy)가 지휘한 이번 공연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대구로 모여든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들의 비율이 44.5%에 달했으며, ‘압도적인 바그너 사운드’라는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한 일반 관객들의 반응 역시 폭발적이었다.
 
‘니벨룽의 반지’ 네 편의 평균 객석점유율이 72.8%, 그중에서도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인 ‘라인의 황금’ 점유율이 85.4%라는 점은 이제 더 이상 대중적인 작품만이 흥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오페라 평론가 이용숙은 “만하임극장 오케스트라의 '우레와 같고 폭포 같은' 사운드는 19세기 유럽 평론가들의 경탄 대상이었다”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다시 한번 한국 오페라 공연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을 남겼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심청’ 역시 한국 오페라사에 남을 만한 뜻깊은 공연이었다.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 축전 작품으로 초연되어 1999년과 2000년 한국에서 공연한 뒤 22년 만에 무대에 올랐기 때문. 음악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지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오페라’로도 유명했기에 관객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지 다소 우려가 있었으나, 현대오페라 작품으로 기록하기 어려운 객석점유율(75%)을 기록하며 성료됐다.
 
서양악기로 국악의 음향을 표현해내는 윤이상의 신비롭고도 낯선 음악에 매료되었다는 의견이 주류인 가운데, 한국 창작오페라 연출에 독보적인 기량을 선보여 왔던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정갑균의 연출과 무대디자인 또한 호평을 받았다.
 
기획 단계부터 공연까지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자체 제작한 이번 ‘심청’ 프로덕션은 향후 해외극장 간 공연 교류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까지 상호 초청 교류가 확정된 국가로는 불가리아 소피아국립극장, 헝가리 에르켈국립극장, 이탈리아 볼로냐시립극장(이상 2024년)이 있으며, 2026년에는 만하임 국립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르게 된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공식적인 기간은 끝이 났지만, 메인오페라인 영남오페라단의 ‘신데렐라’는 12월 23일과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정갑균 예술감독은 “팬데믹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맞이한 축제에서 대구 시민들의 예술에 대한 열망이 굉장히 뜨겁다는 것을 알았다”며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성년을 맞는 20주년, 더욱 풍성하고 다채로운 축제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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