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재건하겠다" 日 반도체 드림팀, 2027년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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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2-11-1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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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개 주요 기업 출자하고, 정부도 6500억원 출자

  • 중국 반도체 부상·대만 리스크 관리도 영향

  • 미국과 대외변수 관리가 성공 좌우 관건으로 꼽히는 상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 경제가 '반도체'로 들썩인다. 1990년대 이후 놓쳤던 '반도체 왕좌'를 되찾겠다는 야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주요 기업 8곳이 출자하고 일본 정부도 지원하는 회사 '라피더스'도 출범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 정책과 미국 기업과 협력 규모, 국제 정세의 변화 등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반도체 부활에 민관 총동원

일본은 민관이 모두 나서 반도체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11일 일본 NHK 방송·교도 통신 등에 따르면 △도요타 △덴소 △미쓰비시UFJ은행 △소니 △소프트뱅크 △키옥시아 △NEC △NTT  일본 8개 주요 기업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회사 '라피더스'를 세웠다. 라틴어로 '빠르다'라는 뜻을 가진 라피더스는 슈퍼컴퓨터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등 대량의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해야 하는 필수적인 첨단 반도체를 집중 양산할 계획이다. 

라피더스는 2027년 2나노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일본에서 2나노 반도체를 생산해 대만의 TSMC, 한국의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TSMC와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 생산 기술을 확립했다. 이들 기업은 2025년 2나노미터 반도체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까지 메모리칩 제조사 웨스턴 디지털 재팬을 이끌었던 라피더스 공동 대표 아츠요시 코이케는 "마지막 기회"라며 "5년 안에 라피더스는 일본에서 최첨단 파운드리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일렉트론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라피던스 공동 대표인 테츠로 히가시는 "일본 사회가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반도체는 가장 중요한 기술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도 첨단 반도체 자립을 위해 거침없이 지원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 산업부 장관은 이날 라피더스에 700억엔(약 4억 8500억 달러·약 65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도체는 AI, 디지털 산업, 의료 등 새로운 첨단 기술 개발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가 양자 및 인공지능 기술 분야에 대대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핵심 기술이자 일본 사회의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를 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연구 기관과의 협력 가능성도 시사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해외 연구 기관 및 산업계, 특히 미국 연구 기관 및 산업계와 협력함으로써 일본 반도체 산업의 기반과 경쟁력을 학계와 산업계의 공동 노력을 통해 강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난 11일 로이터는 내부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는 앞으로도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며 ASML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해외 기관과 협력을 위해서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취지다. 


◆ 일본 경제 반도체 드림팀 결성은 중국 반도체 견제 목적

일본 정부가 적극적인 반도체 투자에 나선 것은 중국 반도체업계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만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은 10나노 미만 수준의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전 세계 제조량의 90%가량을 차지한다. 이는 대만이 위기에 처하면 세계 반도체 공급망에 극심한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일본 반도체 업계 역시 이에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 8월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대규모 군사훈련 단행할 당시 대만의 '반도체 방패'는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았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의료기기 관련 업체 주가가 크게 흔들렸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알리시아 가르시아-헤레로 수석 아시아·태평양 이코노미스트는 “무력 충돌이 아니더라도 중국이 정기적인 군사훈련을 통해 대만을 실질적으로 봉쇄하게 되면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센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최첨단 반도체에 의존해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들에 병목현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공급이 대만에 의존하는 '반도체 방패'를 증명하듯 일본과 미국도 반도체를 경제 안보의 핵심 요소로 꼽았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의 국내 생산 촉진에 매진하고 있다. 2021년 5월 집권 자민당은 반도체 전략을 연구하기 위한 의회 그룹을 발족했다. 경제산업부도 동참해 지난해 6월 반도체 전략을 만들었다. 

실제 대만 반도체 기업 TSMC는 일본 공장 추가 건설 방안도 고려한다. 2024년 말부터 가동될 예정인 일본 규슈 공장 이외에 추가로 일본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협력이 반도체 부활 좌우할 요인 

반도체 기술 강국 미국과의 협력 규모가 일본 반도체 부활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미국 반도체 기업의 투자와 대미 투자 시 미국 정부의 지원이다. 니시무라  장관은 15일 싱가포르 블룸버그통신 신경제포럼에서 일본과 미국은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며 다양한 아시아 국가와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첨단기술 부문을 비롯한 미국 기업의 일본 투자를 지원할 것이라면서 일본 기업의 대미 투자 시에도 같은 지원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실제 일본 정부는 지난 9월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히로시마에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465억엔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그 외 연구 분야에서도 협력한다.  미일 양국은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2022년 말까지 설립할 예정인 차세대 서브 2나노 반도체 반도체 개발을 위해 새로운 공동 연구 센터를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또 다른 변수는 미국이 동맹국을 상대로 요구하는 중국에 대한 대중 제재 동참이다.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수요의 최대 55%를 차지하는 최대 소비국이다. 대중 제재 참여가 일본 반도체 업계에 부담이 되는 이유다. 

현재 미국이 일본·EU 등 동맹국에 도입을 촉구하는 규제는 지난달 7일 발표한 첨단 반도체 관련 부분이다. 당시 미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나 설계를 판매하는 경우나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수출하면 수출관리법에 따른 규제를 개정해 허가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첨단 반도체 부분에 중국 수출을 막겠다는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이날 니시무라 장관은 '미국 주도의 중국 대상 수출 제한에 동참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했다. 니시무라 장관은 미국이 하려는 바를 이해하고 있고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서 일본은 현존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구기관도 일본에 대중 제재 협력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국 신안보센터(CNAS)의 마틴 라저는 “일본과 네덜란드 역시 미국과 동일한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중국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하는 것이 장기적인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했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의 요구에 난처하다는 입장이다. 라피더스 출범으로 첨단 반도체 부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첨단 반도체 제재를 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호소카와 마사히코 메이세이대 교수는 "미국이 국내 정치적 상황과 유럽과의 협상이 예상보다 길어졌기 때문에 대중 제재 동참을 서두르고 있다"면서 일본은 미국과 협력하고 있지만 일본 내부 법적 문제 때문에 국제적 합의 없이는 대중 제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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