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이태원으로 배달 갈까봐 콜을 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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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완 기자
입력 2022-11-0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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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 참사 직후 현장 부근 콜 꺼리는 배달 종사자들

  • 현장 지날 때마다 트라우마..."울컥거려 간신히 운전"

  • '정신적 고통' 땐 국가트라우마센터서 심리상담 도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태원을 가기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11일째인 지난 8일 한 배달원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긴 글이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배달 요청이 오면 참사 현장 부근을 지나쳐야 하는 만큼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배달 종사자들이 늘고 있다.

9일 배달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이태원 콜(배달 요청)을 받기 꺼려진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참사를 떠올리게 돼 가급적 피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날 배달 종사자 A씨는 본인 위치가 표시된 지도 사진을 첨부한 뒤 "어쩌다 보니 이태원동까지 왔다. (배달 요청 업체 측에서) 이태원역 쪽으로 보낼까봐 바로 앱을 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이태원역에 가기엔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지도에 표시된 A씨 위치는 용산구 소재 보성여자고등학교 인근이었다. 참사가 일어난 이태원역 1번 출구 앞과는 자전거로 7분이면 도착할 만큼 가까운 거리다.

다른 배달 종사자들도 A씨 글에 공감하며 "저와 같은 분이 계신다. 저도 이태원 콜은 죄다 거절하고 다닌다", "자주 다니던 골목인데 사고 현장이 생각나 다니기 어려울 거 같다"고 적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메우는 추모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참사 현장 인근으로 배달을 다녀왔다는 또 다른 배달원 B씨도 "(물건을) 픽업한 뒤 남산터널을 지나고 나서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울컥거려 간신히 운전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른 배달 종사자들도 '거리 통제가 풀리더라도 어떻게 저 골목으로 다니겠느냐', '사람들이 (살려 달라) 아우성치던 곳이라 못 지나가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참사 당시 이태원역 부근을 지났던 배달원들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압사 사고가 일어난 이태원 골목을 참사 발생 20분 전에 지났다고 밝힌 한 배달원은 "(참사 당일) 이태원 지역만 거리 대비 단가가 좋아 콜을 받았다. 하지만 도로는 이미 주차장이 돼 골목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사고 발생 20분 전쯤 오토바이를 타고 그 좁은 골목을 지났다. 수많은 인파를 뚫고 50~100m를 지나는 데 5분 정도 걸렸다"고 적었다. 이어 "(이태원) 지역을 빠져나온 뒤 2시간 정도 지나니 재난 문자가 와있었다.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며 "내가 지나고 있을 때 누군가 넘어져 사고가 났다면... 몇천원 더 벌려다 먼저 갈 뻔했다"고 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파가 붐비는 곳으로는 배달 가기를 주저하게 된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다. 한 배달 종사자는 "사고를 접한 뒤 오전에만 배달하고 오후에는 쉬고 있다. 당분간 사람 많은 곳은 무서워 못 갈 거 같다"고 심경을 밝혔다.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리 상담을 이용해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국가트라우마센터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목격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에게도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센터 측은 심호흡과 복식 호흡을 비롯해 발뒤꿈치를 들었다가 쿵 내려놓는 착지법, 두 팔을 가슴 위에 교차해 손바닥으로 본인 어깨를 토닥거리는 나비 포옹법 등으로 일상에서 간편하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안내했다.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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