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베일 벗은 119 녹취록…압사 신고만 50건, "비명·신음 뒤덮인 참상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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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기자
입력 2022-11-08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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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9 신고 내역이 상세히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

지난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 등이 2차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56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를 요청하는 시민들의 비명이 담긴 119 신고 녹취록이 8일 공개됐다.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밤 10시15분께 "압사당하게 생겼다"는 첫 119 신고 뒤 30일 오전 0시56분까지 약 100건의 신고 기록에는 당시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지금까지 이태원 참사 당일 112 신고 내역은 소상히 밝혀졌다. 하지만 119 신고 내역이 상세히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119 신고 녹취록에 따르면 밤 10시15분부터 다음날 0시56분까지 접수된 신고 100건 가운데 무응답을 제외한 신고는 87건으로 드러났다. 이날 밤 10시19분, 참사 현장에 용산소방서 구조대가 처음 도착한 이후 이날 자정까지도 "구급차와 인력이 부족하다"는 시민들의 다급한 신고가 이어졌다.

소방청이 참사 관련 첫 신고라며 공개한 밤 10시15분 '압사' 신고 직후부터 대응 1단계가 발령된 밤 10시43분까지 50건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자들은 "여기 죽을 것 같아요. 빨리 좀 와주세요" "여기 죽으려고 해요. 좀 와주세요. 압사당해서 죽을 것 같아요. 난리났어요" "사람 너무 많아서 깔렸어요" 등 위기 상황을 119신고센터에 알렸다.

밤 10시21부터 접수된 신고 녹취록엔 '비명소리'와 '신음소리'로 뒤덮였다. "밀지 말라"거나 "살려달라"고 외치다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고 끊긴 신고들도 있었다. 밤 11시13분 한 신고자는 "지금 군부대를 투입해도 모자라다"라며 "경찰이고 소방관이고 다 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참사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한 밤 11시36분 압사 현장에선 "사람들이 길거리에 쓰러져 있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들이 인파로 인해 참사가 발생한 장소로 진입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날 오후 11시 31분 “숨을 못 쉬는 사람이 있다”고 119에 접수한 신고자에게 소방청은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 더는 인원을 투입할 수 없다”며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보해달라”고 응답했다.

그간 경찰청이 112 신고 내역을 공개한 것과 대조적으로 소방청은 119 신고 내역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이일 소방청 119대응국장은 이에 "소방청은 절차에 의해서 (신고 내역을) 공개하는데, 이런 경우 공개한 전례가 없고, 개인 소송이나 감사 등 절차에 의해 공개할 수 있는 해당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19 신고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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