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항공기] 20년 이상 '노령 기체' 총 54대…신기종 도입 언감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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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우 기자
입력 2022-11-0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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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잇따라 벌어진 항공사고를 두고 ‘노령 기체’를 간접 지목한 가운데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20년 이상의 노령 기체는 총 54대로 파악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재무구조가 최악에 치닫고 있는 항공사들은 노령 기체를 바꿀 여력이 없다. 정비 인프라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하지 않아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와 항공사들의 종합적인 진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20년 이상의 노령 기체는 54대로 대한항공 31대, 아시아나 14대, 에어인천 4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2대 순으로 나타났다. 여객기 총 376대 중 14.3%의 비중이다.

노령 기체가 늘면서 항공기 사고는 꾸준히 늘어난 상황이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활주로를 이탈한 대한항공의 A330 기종은 올해로 기령 24년차 기체이고, 최근 호주 시드니로 출발했다가 회항한 여객기는 2001년 10월 등록된 기종으로 올해 기령 21년이다.

이에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 김포국제공항 화물청사에서 국내 주요 항공사 대표들을 불러모아 ‘항공안전 비상대책 점검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최근 벌어진 항공사고를 항공사들의 안전 소홀로 규정하며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안전은 시늉만 하는 기업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또한 항공사들마다 특단의 안전점검과 조치에 나설 것을 주문하며 4일부터 24일까지 국내 모든 항공사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점검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보유한 A330 기종 중 노령 기체 6대를 우선 정리하겠다며 선제적 대응을 약속했다.

그러나 항공법에서는 노령 기체에 대한 운항 금지를 명시하지 않고 있으며, 운항 권고시점을 25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노령 기체를 퇴역하지 않고 25년 이상 운항한다고 해서 정부가 벌금을 물릴 수 없다. 정부가 항공사들의 자발적인 안전조치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셈이다.

특히 항공기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품 교체와 수리 등 정비가 잦아질 수밖에 없어 유지‧보수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항공사들도 노령 기체를 퇴역시키고 새로운 항공기로 대체하고 싶지만 경제적 수명 등 다방면의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대다수 항공사가 자본잠식에 내몰린 처지이기에 당장 노령 기체를 바꾸기가 힘들다는 근본적 문제도 있다. 최근에는 고환율·고유가라는 복합적인 위험요인까지 떠안고 있으며, LCC 항공사들은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로 충당하고 있어 고환율 기조가 누그러지기 전까지 신기종 도입이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일상회복에 따른 항공사들의 재운항 노선과 운항편수 증대가 이번 사고와 밀접하지 않겠냐는 진단이다. 2년 이상 대대적인 인력 축소로 버티던 항공업계가 갑자기 늘어난 수요에 대비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조종사는 2019년 1601명에서 지난해 1457명으로 9% 감소했으며, 정비사는 같은 기간 246명(16.5%) 감소한 1245명이다. 객실승무원도 같은 기간 4067명에서 3607명으로 11.3%(460명)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절한 시기에 노령 기체를 바꿔주고 정비 인프라의 철저한 관리가 이뤄져야 하겠지만 코로나19 후유증으로 단번에 바뀌긴 힘들 것"이라며 "정부도 항공사들의 자발적 조치만 주문하지 말고 구체적 지원책과 안전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일 오전 김포공항에서 11개 국적 항공사 CEO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항공안전 비상대책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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