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20세기 여성 감독 4인 대표작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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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2-10-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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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그리트 뒤라스·포루그 파로흐자드·수전 손택·차학경

차학경 '치환', 1976, 11분 40초, 흑백, 무성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세기 여성 감독 4인의 대표작이 관객을 기다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26일 “필름앤비디오 상영프로그램 ‘영화로, 영화를 쓰다’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MMCA영상관에서 오는 28일부터 12월 18일까지 진행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문학과 영상, 두 분야를 넘나들며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작품을 선보여 온 4인의 여성 창작자에 주목하여 그들의 대표 영화 12편을 선보인다.
 
포루그 파로흐자드(이란·1934~1967), 차학경(한국/미국·1951~1982), 마르그리트 뒤라스(베트남/프랑스·1914~1996), 수전 손택(미국·1933~2004)은 20세기에 서로 다른 지역에서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시와 소설, 에세이 등의 출판물을 발표한 ‘글을 쓰는’ 작가다. 이들은 시작 경로는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된 영상을 제작하고 독특하고 실험적인 형식의 작품을 발표했다.
 
포루그 파로흐자드는 이란 여성의 억압적인 삶과 해방의 메시지를 담은 시로 잘 알려진 이란의 시인이자 영화감독이다. 시인으로 활동하던 중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고, 사회로부터 고립된 한센병 환자들의 병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검은 집’(1962)을 남겼다. 작가는 회복도 치유도 없는 전염병과 함께 살아가는 삶이 어떻게 이어져갔는지를 관찰자로서 기록한다.
 
차학경은 미술과 비디오아트, 아티스트 북 사이를 오가는 독특한 형식의 작품활동을 해왔다. 그의 영화는 한국어와 영어, 프랑스어 등 서로 다른 언어와 스틸 이미지/무빙 이미지를 교차하는 실험적인 표현 기법을 사용하여 문학, 미술, 영화의 고전적인 문법을 파괴한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다른 피부색을 가진 여성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들여다본다. ‘입에서 입으로’(1975), ‘치환’(1976) 등에서 차학경은 언어와 의미, 발화된 말과 발화되지 못한 말의 관계를 다루었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이다. 장-자크 아노 감독의 영화 ‘연인’(1992)의 원작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자신의 소설에서 출발한 ‘갠지스 강의 여인’(1974), ‘인디아 송’(1975), ‘캘커타 사막의 베니스라는 그의 이름’(1976) 등을 연출했다. 평생에 걸쳐 인간의 심리를 묘사하는 자신만의 방식에 열중한 뒤라스의 작품은 소설과 영화가 상호 작용하며 전개된다.
 
사진비평서 ‘사진에 관하여’를 비롯한 저술 활동으로 잘 알려진 예술비평가 수전 손택은 다수의 영화를 제작했던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스웨덴에서 체류하면서 개인 간의 심리적 긴장관계를 다룬 ‘식인종을 위한 이중주’(1969), ‘형제 칼’(1971) 등을 제작했고, 욤 키푸르 전쟁을 소재로 한 ‘약속의 땅’(1974), 베니스를 찾은 관광객의 심리와 긴장을 담은 ‘안내 없는 여행’(1983) 등을 발표했다. 적극적으로 미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 글을 썼던 그는 영화에서도 자신이 천착한 주제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영화 상영과 함께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의 연계 강연과 낭독회, 상영회가 개최된다. 11월 4일 소설가이자 마르그리트 뒤라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최윤(서강대 명예교수)의 강연 ‘정화의 여정: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과 영화적 글쓰기’를 시작으로, 11월 18일에는 <관객의 꿈: 차학경 1951~1982>의 번역자인 미술사학자 김현주(추계예대 교수)가 ‘테레사 학경 차의 경계의 예술’을 주제로 강연하며, 12월 2일에는 구기연(서울대 아시아연구소 HK연구교수)이 ‘이란 사회와 여성, 포루그 파로흐자드와 그 이후’ 주제로 강연한다.
 
11월 27일에는 차학경의 작품 세계를 오랫동안 추적했던 이수진(작가)의 ‘차학경 프로젝트’ 상영회가 열리며, 12월 10일에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와 장-뤽 고다르의 대담집을 김은희(독립큐레이터)와 백종관(영화감독/영상작가)이 각각 낭독하는 낭독회가 열릴 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문화적 배경과 관심사가 서로 달랐던 1960~80년대 여성 감독의 4인의 영화를 통해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영화문법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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