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친족상도례 폐지논쟁...법조계 "처벌 가능해야" vs "국가 개입 남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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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영 기자
입력 2022-10-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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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송인 박수홍씨 친형의 출연료 횡령 사건으로 가족 간 재산 범죄 처벌을 면제할 수 있는 '친족상도례' 존폐 논쟁이 다시 떠올랐다. 법조계에선 과거보다 다양해진 가족 형태와 함께 '친족상도례' 규정이 현실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그러나 가족 간 문제에 국가가 개입을 남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친족상도례' 존폐 논쟁은 방송인 박씨의 친형이 지난 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되는 과정에서 박씨의 부친이 "돈을 횡령한 건 자신"이라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횡령을 범한 사람이 박씨의 친형이 아니라 박씨의 아버지가 되면 처벌을 면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친족상도례' 규정에 따른 것이다. 형법 328조에 따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 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권리행사방해죄'는 형을 면제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권리행사방해죄'에는 절도·사기·횡령 등 재산 범죄가 해당된다. 또 그 외 친족이 저지른 재산 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정 내 재산범죄에 대해 일차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12년 "(친족상도례 규정은) 가정 내부의 문제는 국가형벌권이 간섭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고려와 함께 가정의 평온이 형사처벌로 깨지는 것을 막으려는 데 입법 취지가 있다"고 합헌결정했다. 그러나 가족 간 문제에 형사적 책임이 필요한 사례가 늘면서 개정 필요성이 다시 대두된 것이다.  
 
"지금 사회엔 맞지 않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지금 사회에서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친족상도례 규정을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꾸준히 언급해 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친족 간 재산범죄를 명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명백한 절도죄인데도 친족상도례 때문에 처벌을 피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간통죄는 폐지되고 친족상도례는 남았다"며 "가해자만 살기 좋은 세상이 됐다"는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아내라는 사람이 내게 사기를 치고 상간남과 공모해 집을 팔았다"며 "내 카드로 결제되고 있는 살림살이를 훔쳐간 행위도 절도와 사기인데도 고소를 할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 '입법과 정책' [자료=국회입법조사처]

"가족 간 문제, 국가 개입 과해"
다만 일각에선 "국가가 가족 간 일을 과도하게 개입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12월 '친족상도례 개정 방안에 관한 소고'라는 논문을 통해 "친족상도례의 법적 재검토와 개편이 필요하다"며 "무조건적인 폐지는 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가가 현실적으로 가정 내 극히 사소한 사건까지 모두 개입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 조사관은 "가령 생활비를 주지 않는 남편 A씨 지갑에서 아내 B씨가 소액의 생활비를 훔쳤을 때 수사기관이나 국가형벌권의 개입을 허용하는 건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까운 친족관계에선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관계를 가능한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장기의 공소시효가 기준이 되는 반의사불벌죄보다는 단기 고소기간을 두는 친고죄가 조금 더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친족상도례 적용 대상이 되는 친족의 범위를 축소할 필요성도 언급된다. 현행 민법은 '친족 간 부양 의무'를 정하고 있다. 부양의무 범위는 직계혈족 및 배우자와 생계를 같이하는 친족이다. 김 조사관은 "당사자 간 부양의무가 존재한다는 건, 부양의무가 인정되지 않는 친족들과 관계를 달리 보고 있는 걸 의미한다"며 "이와 같은 관계에서 형사처벌 여부는 조금 더 신속히 결정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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