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택시 대책'만으로 택시기사 심야 운행 촉진 가능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윤선훈 기자
입력 2022-10-11 16: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모빌리티 규제 완화 기조는 알겠지만…심야 '택시대란' 해소에는 '글쎄'

지난 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승강장에서 택시를 타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보면 심야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갖은 고민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개인택시 강제 휴무 제도인 '택시 부제'를 50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다는 점, 심야 시간대 호출료를 기존 3000원에서 올 연말까지 최대 5000원으로 올리기로 한 점, 택시 수요가 몰리는 특정 시간대에 파트타임으로 기사를 모집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한 점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타다·우버 모델의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모빌리티 산업 전반에 퍼져 있는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국토부의 의지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택시 부제 해제는 그간 개인택시 기사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법인택시 업계의 반대 등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던 정책이다. 호출료 인상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 등 택시 플랫폼 업체들이 '스마트호출' 등의 이름으로 지난해 도입했을 때만 해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반대가 거셌다. 그러나 결국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채택됐다. 아울러 그간 허용되지 않았던 택시기사 파트타임 근로 허용은 물론, '모빌리티 혁신'의 상징으로 꼽혔지만 논란 속 서비스를 종료한 타다·우버의 사례를 들며 관련 모델의 활성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모든 정책은 결국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야 택시 공급을 늘리려는 국토부의 고육지책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배달기사·대리운전 기사 등으로 많이 빠졌고, 개인택시 기사들은 고연령자 비중이 높은 특성상 심야시간대 운행 비율이 낮다. 이처럼 택시기사가 부족한 상황 속에서 인위적인 방식으로나마 택시기사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국토부의 대책에 대한 업계의 여러 반응을 들어보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커 보인다. 여러 방안을 내놓았지만 심야 택시 대란 해결을 위해서는 보다 강력하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당초 국토부 내에서 거론됐던 심야 탄력요금제는 승객 부담을 이유로 논의 과정에서 유야무야됐다. 국토부는 한때 탄력요금제 상한선으로 최대 100% 인상을 고려했다. 그러나 택시업계에서는 이 정도 인상폭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나마도 논의 끝에 심야 '탄력호출료' 도입으로 조정됐다. 금액 인상폭이 적어 택시기사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확정된 것은 올 연말까지 시범 운영한다는 것뿐이다.

적어도 현재보다 파격적으로 많은 돈이 기사들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탄력요금제 적용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택시요금이 서민 물가와 직결되다 보니 급격한 요금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결국 일시적으로 호출료를 인상하는 선에서 정리됐다. 아무리 기사들에게 호출료의 90%가 돌아가도록 조정됐다고 해도 이 정도 인상만으로 심야 운행을 기피하는 택시기사들을 유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오죽하면 두달간 법인택시를 직접 몰아 본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요 과잉기에는 탄력요금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기본이 필요한데 이것을 회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타다·우버 확대 언급의 경우 수사에 그칠 공산이 커 보인다. 국토부는 택시와 차별화된 심야 특화 서비스, 기업 맞춤 서비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 허가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플랫폼 운송 사업 수입 일부를 납부하는 기여금 완화 방안도 내놓았지만 아직 '검토' 수준이다. 야심차게 '타다' 등의 단어를 언급했지만 정작 이러한 모델(타입1)을 채택하는 차량 총 대수는 현재 기준으로 약 400여대에 불과하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감안한다면 이를 통한 '택시 대란' 즉시 해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심야 택시대란 해결의 열쇠는 결국 심야에 택시를 모는 택시기사의 수를 늘리는 것이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으로(법인택시 기준) 택시면허대수는 8만4828대인 반면 택시 운전자 수는 7만3751대에 불과하다. 면허대수에 비해 운전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가지 이유로 이탈한 택시기사들이 많다는 의미다. 더욱이 약 16만대에 달하는 개인택시 기사들 중 상당수는 심야운행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들을 어떻게든 심야 택시 운행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는 기사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했다는 의미다. 국토부의 이번 택시 대책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