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산 팔아도 빚 못 갚는 38만 가구…이번주 빅스텝 땐 가계이자 6.5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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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10-10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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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금융부채를 진 38만여 가구가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모두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오는 12일 두 번째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서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무려 6조5000억원이나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면서 취약차주로 인한 금융 리스크에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1000가구이며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에 이르렀다. 이들은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힘겹게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는데 전 재산을 다 팔아도 지고 있는 대출을 다 갚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고위험 가구보다 다소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의 비중은 올해 2분기 말 6.3%로 집계됐다. 취약 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대출자를 말한다.

더 큰 문제는 국내외 높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달 3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 포인트 인상) 등으로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차주들의 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이다.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한 번의 빅스텝으로 0.50%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5000억원 늘어난다. 이자 증가분(6조5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은 취약차주가, 나머지 6조2000억원은 비(非) 취약차주가 감당할 몫이다. 만약 10월과 11월 연속 빅스텝으로 1.00%포인트가 높아지면 불과 두 달 사이 이자는 약 13조원 급증하게 된다. 1.00%포인트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의 이자 증가 폭은 7000억원까지 커진다.

빅스텝을 가정한 소득 계층별 이자 증가액은 △저소득층(하위 30%) 7000억원 △중소득층(30∼70%) 1조7000억원 △고소득층(상위 30%) 4조1000억원으로 분석됐다. 차주 1인당 이자 부담을 보면 빅스텝으로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는 평균 32만7000원 증가한다. 취약차주가 25만9000원, 비취약차주가 33만2000원씩 더 내야 한다. 1.00%포인트 뛰면 전체 대출자의 이자 추가 부담액은 65만5000원, 취약차주의 경우 51만8000원으로 증가한다.

한은 관계자는 "취약차주 비중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소득 여건 악화, 신용도 변화 등 재무 건전성 저하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잠재적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민간부채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물가상승 압력과 그에 따른 금리 상승은 대출자의 채무 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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