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법원 몰래 소액주주 주식 강제 매수하는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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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빈 기자
입력 2022-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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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한결]

애써 마련한 제도가 활용되지 못할 때가 있다. 현실에 맞지 않아서, 더 효율적인 다른 절차나 제도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반면 그렇지 못한 때도 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이의 것을 빼앗기 위해서 감독제도를 회피하는 것이다. 용납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제도로 실현하고자 한 것이 허물어지고, 누군가의 부당한 피해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주식 분할, 주식의 포괄적 교환, 준비금의 자본금 전입, 주식 배당, 합병, 분할 또는 분할합병 등 주식회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단주(oddlot·端株)가 발생한다. 회사가 그러한 단주를 자기 주식으로 취득하면서도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는 것은 용납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헐값에 주식을 강제로 빼앗기는 피해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발행 주식 총수가 1만주인 회사에서 최대주주가 그 70%인 7000주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3000주를 30주씩 100명의 주주가 가지고 있다고 가정한다. 이때 주식 1000주를 1주로 병합하면 발행 주식 총수는 10주가 되고, 그중 7주를 최대주주가 갖는다. 나머지 3주는 100명의 주주가 나누어 갖고 있던 것이지만 병합 전 1000주 단위 이상으로 주식을 가지고 있지 못한 소액주주는 아무도 1000대 1로 병합된 신주는 받지 못한다. 회사는 병합 후 3주를 처분해서 그 돈을 100명의 주주에게 나누어 준다.
 
결국 소액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이 단주 처리다. 그럼 이렇게 강제로 매도하는 상황이면 그 대가라도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법원은 소액주주를 축출하기 위한 1000대 1의 주식 병합도 가능하다고 하므로 쫓겨나는 주주들의 주식이 단주라고 하여 적은 금액인 것도 아니다. 1만대 1의 주식 병합도 가능하고, 그 이상의 주식 병합도 가능하므로 단주 대금이 잘못 산정될 때의 피해는 거액이 될 수도 있다.
 
회사로 하여금 단주를 공정한 가격에 매각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상장회사면 거래소를 통해서 매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경매에 부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그 외 다른 방법으로 매각하는 것은 공정한 가격을 보장받기 어려우므로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 상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거래소의 시세 있는 주식은 거래소를 통하여 매각하고, 거래소의 시세 없는 주식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경매 이외 방법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단주 처리는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는 것이므로 상법은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함으로써 부당한 가격으로 단주 처리가 되어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것을 방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어느 회사가 법원 허가 없이 단주를 헐값에 자기 주식으로 취득해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그 회사가 내놓은 해명이다. 경매 이외 방법으로 단주 처리를 할 때 매각대금의 적정성을 위해서 우리 상법이 마련해 두고 있는 유일한 장치가 법원의 허가인데 이를 회피하는 회사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단주를 회사가 자기 주식 취득 방식으로 처리하면서 법원의 허가도 받지 않으면, 결국 소액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매수하면서도 그 매매대금마저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꼴이 되고 만다. 아파트를 매매하면서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매매가격을 정하고 매도인은 그 가격에 무조건 팔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단주 처리’라는 이름으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규모, 처리되는 단주의 규모에 따라서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 수백억 원이 될 수 있는 주식을 회사가 스스로 정한 금액으로 강제 매수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부정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는 가능한 한 헐값에 사려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경매를 하지 않고 굳이 자기 주식으로 취득하는 것도 소액주주들을 줄이기 위한 꼼수다.
 
부산고등법원은 법원의 허가 없는 자기 주식 취득 방식의 단주 처리를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그런 법원 판결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법원 허가를 회피하여 단주 처리를 한 사실을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법원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소송을 제기해야 그제야 법원 허가를 받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단주 처리에 대한 별도의 감독장치나 제재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우리 상법은 경매 이외 방법으로 단주 처리를 할 경우 법원 허가를 받으라고만 할 뿐 아무런 감독장치나 제재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즉, 회사가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소액주주 주식을 헐값에 강제로 매수해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다. 그 금액이 커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유일한 부담은 민사 손해배상이지만 그것도 소액의 피해자인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소송을 제기한 때에나 가능한 일이다.
 
소액주주 주식을 헐값에 자기 주식으로 강제 매수하면서도 법원 허가를 받지 않는 회사들이 많아진 데에는 이런 제도상 공백이 있기 때문이다. 제때 없애지 못한 곰팡이는 금세 퍼지고 만다.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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