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베트남 경제력과 동화(VND)의 재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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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10-04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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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오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동화(VND)의 원화 환산 계산법이다. 보통 베트남 화폐에서 영(0)을 하나 제외하고 그 숫자를 2분의1로 나누어 동화의 가치를 어림짐작한다. 이렇게 하면 베트남 최고액권인 50만동은 우리 기준으로 2만5000원 정도가 된다. 베트남 동화가 0이 많이 붙어있다 보니 나오는 공식이다. 

이 간단한 계산법은 기본적인 환율의 등락은 있었지만, 거의 지난 수 년 간 유효했다. 이미 많은 교민들과 관광객들은 이 계산법에 익숙해져 왔다. 그래서 언제나 물건을 사고 택시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현금을 쓰면 이 계산법에 의존해 얼마 정도의 가치를 본인이 쓰고 있는지 판단했다.

그런데 익숙해졌던 이 등식이 최근 깨져버렸다. 베트남 동화가 원화 대비 대폭 오른 탓이다. 연초부터 베트남 동화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이제는 동화 100동을 기준으로 원화가 6원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무려 20% 이상 오른 것이다. 3일 기준에 따르면 50만 베트남동은 한국돈으로 3만200원 수준이다. 예전 공식을 적용하기에는 이제 너무 큰 차이가 난다.

최근 달러 강세 여파에 원화 환율이 급등하다 보니 해외에 사는 베트남 한인사회도 이 문제에 민감하다. 요즘 누구를 만나든 관심 사항은 급여를 원화로 받는지, 동화로 받는지 또는 달러로 받는지 여부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원화로 받는 사람은 울상이고, 달러나 동화로 받으면 마치 월급이 오른 것 같다. 특히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들의 경우 원화로 받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울상이다.

한 주재원은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고 경제 규모는 베트남에 10배에 달하지만, 원화가치는 그런 것 같지 못한 것 같다며, 이럴 땐 오히려 베트남 화폐의 저력이 부럽다고 푸념했다.

베트남 동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풍부한 달러의 유동성이 꼽힌다. 물론 동화 역시 달러 강세에 연일 평가절하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동화는 경상수지 흑자, 해외송금액, 지속적인 해외직접투자(FDI) 등 달러가 들어오는 유입원이 많아 다른 아시아 통화에 평가절하 폭이 상당히 적다. 올해 초와 비교해보면 엔화는 25%, 위안화는 15%, 태국 바트화는 12% 정도가 하락했지만, 베트남 동화는 불과 4% 하락하는 데 그쳤다.

흔히들 화폐 가치를 국가의 경제력과 비교한다. 동화의 이번 등락을 보면서 베트남 경제 구조를 다시 한번 살펴보게 된다. 동화의 안정화는 그만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 경제가 이제 반석 위에 올려져 튼튼한 기초체력을 자랑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때마침 올해 상반기 무역흑자증가, 생산지수 상승. 인플레이션 4% 이하 유지 등 베트남 거시경제 지표들의 좋은 성적도 연이어 발표됐다. 이러한 자신감의 방증일까. 지난 1일, 베트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6.5% 수준에서 8% 이상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베트남 동(VND) [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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