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기름 팔면 팔수록 손해···'5조원 적자 악몽' 재현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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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2-09-2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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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중순 들어 정제마진 배럴당 0달러···석유제품 배럴당 최소 4달러씩 손해

  • 수요 감소에 달러값 폭등·금리인상 겹쳐···원유가격 대비 수출단가마저 급락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가 한해 5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2020년 악몽이 재현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달까지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정유업계는 수요감소, 금리·환율 인상의 여파로 인해 9월 중순 들어서는 기름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연말까지는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쌓아뒀던 이익을 전부 토해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9월 셋째 주 정제마진은 배럴당 0달러로 2020년 7월(-0.2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제마진이 0달러라는 것은 석유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전혀 없다는 의미다. 정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정제마진은 배럴당 4~5달러로 알려졌다. 현재 상황은 석유제품 1배럴을 팔면 정유사는 최소 4달러의 손해를 보는 상황인 셈이다.

6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29.5달러의 정제마진을 기록했던 정유업계가 갑작스럽게 불황에 빠진 이유에는 여러 대외환경 악화가 작용했다.

먼저 수요감소가 가장 큰 정제마진 하락의 원인이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경기침체에 이어 러시아의 대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 경고는 서방국가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다. 시장은 석유제품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 수요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석유화학기업들도 재고가 쌓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석유제품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어, 4분기에는 공급이 수요를 추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중국의 휘발유·경유·등유 수출량은 273만t(톤)으로 전년 대비 약 34%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10월에는 9월 대비 대형 민간 정유사의 정제가동률을 최대 10% 증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이로 인해 수출량은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과 금리인상도 정유사들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넘어서면서 연고점을 새로 썼다. 13년 6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국내 정유사들이 원유를 들여올 때 결제수단은 달러다. 환율이 오르면 원유가격이 뛰는 효과가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손해는 수출을 통해 상쇄시키는데, 석유제품 수출 단가마저 급락해 손해만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배럴당 154달러였던 석유제품 수출 평균 단가는 7월 135달러, 지난달 124달러로 급락세다. 원유를 사들이는 비용은 증가했지만, 이를 정제해 수출하는 가격은 줄어드는 것이다.

금리인상으로 인해 투자자들도 원유 시장을 떠나는 분위기다. 0%대 금리일 때는 다수의 투자자가 석유 등 상품에 투자했지만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의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투자자들이 상품시장을 떠나 금융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는 것이 정유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27일 기준 서부텍사스원유(WTI)의 선물 가격은 배럴당 78.5달러로, 전월 29일 대비(97.01달러) 대비 19.08% 감소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4분기에만 올해 벌어들인 돈을 전부 잃을 수도 있다”며 “당장 경기회복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증가 전망도 어두워, 자칫 5조원의 적자를 냈던 2020년의 악몽이 재현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사진=현대오일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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