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출 또 연장? 금융권 "폭탄 돌리기 언제까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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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기자
입력 2022-09-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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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이달 말 종료를 앞둔 중소기업·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을 사실상 재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금융권에선 또다시 '폭탄 돌리기'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거듭된 지원조치 연장으로 113조원에 달하는 대출 상환능력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지원이 이뤄질 경우 부실 규모에 대한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이날 시중은행과 2금융권 여신 담당 임원들, 각 금융협회 담당자 등을 소집해 코로나 대출 만기 연장·상환유예 재연장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금융권은 대출 만기 연장을 오는 2025년 9월 30일까지 3년, 원금 및 이자 상환 유예는 1년 후인 2023년 9월 30일까지 연장한다는 큰 틀 안에서 당국과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다음 주 구체적인 재연장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0년 4월부터 6개월 단위로 4차례 연장됐다. 이번에 추가 연장이 확정되면 5번째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은 올해 1월 말 기준 만기 연장 116조6000억원, 원금 상환유예 11조7000억원, 이자 상환유예 5조원 등 총 133조원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금융권은 '깜깜이 부실'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금리 상승기 다중채무자로 대표되는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줄여주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잇따른 코로나19 연장 조치로 은행권은 차주에 대한 리스크를 정확하게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어느 정도가 부실화된 채권인지 정확한 금액을 파악하기 어려워져 은행들이 리스크 대비 과도한 충당금을 쌓게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새출발기금은 물론, 은행 자체적으로도 자율 연착륙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한번 더 지원이 연장되면 취약차주의 리스크를 가늠할 수 있는 연체율 등에 착시현상이 생긴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한 달 전보다 0.04%포인트 내린 0.20%를 기록했다. 이는 2007년 기록 집계 이래로 가장 낮은 수치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건전성이 악화된 차주의 대출을 만기 연장해줄 경우 적립해야 할 충당금이 늘어나는데 그에 따른 부담을 경감시켜 줄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간신히 숨만 쉬고 의식이 없는 분들에게 호흡기를 붙여 생명연장을 계속 해주는 것이 과연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잘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단순히 기간만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차주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고 상환 또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금리 상승기 금융지원 종료가 임박해 위기에 몰렸던 소상공인들에게 숨통을 틔워주면서 새롭게 연장된 기간 안에 본인의 형편에 따라 자율적으로 상환·채무조정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선택 가능한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는 소상공인의 경우 새출발기금·개인사업자대출119, 중소기업은 신속금융지원 등이 있다. 공통적으로 은행 자체 연착륙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새출발기금은 캠코가 금융회사로부터 부실차주의 대출채권을 매입해 기존 대출을 1~3년 거치, 최장 20년 만기의 분할상환 대출로 바꿔주고 연체 90일 이상 부실 차주에 대해선 원금의 60~90%를 감면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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