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다시 국회 간다꼬? 여당이고 야당이고 좀 단디하라 캐라. 국민들 살 길은 막막한데 금배지들은 만날 싸움만 하고 앉았꼬, 정치 뉴스 보면 속 뒤집힌다 아이가.”
 
6년 만에 국회를 다시 출입하게 됐다는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대구 본가 어른들은 이렇게 ‘추석 민심’을 전했다. 이게 출입 기자인 나에게 하는 말인지, 국회의원들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렸지만…. 공통된 이야기는 “국회의원들은 이제 ‘헛짓’ 그만하고 민생을 챙기라”는 말이 아니겠는가.
 
이런 바람에도 불구, 추석 이후 국회의 모습을 보면 여전히 한숨부터 나온다. 여야 모두 저마다 추석 민심을 제대로 확인했고 민생을 잘 챙기겠다고 반성문을 썼지만, 실제론 ‘네 탓’하기만 바쁜 모습이다.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쉽사리 내홍이 잦아들기 힘들어 보인다. 비대위 구성 첫날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기환 전 인수위원이 90분 만에 비대위원을 사퇴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진 사퇴를 했지만, 후임 원내대표 자리에 누가 앉느냐를 놓고도 당 내부에서는 설왕설래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전 원내대표의 소위 ‘내부 총질’은 계속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앞서 당헌 개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에 더해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4차 가처분)까지 제기했다. 당초 4차 가처분 신청 심리는 14일 예정됐으나, 국민의힘이 심문기일 연기를 법원에 요청하면서 오는 28일 열릴 예정이다. 일단 정진석 비대위는 시간을 벌었지만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여당의 내홍이 적어도 이달 말, 혹은 내달까지 장기전 양상을 띨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족쇄에 묶여 허우적대는 형국이다. 특히 추석 이후 경찰이 ‘성남 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기소 의견으로 다시 송치하면서 한 방 맞은 모습이 역력하다. 민주당은 성남FC 사건은 경찰이 3년 넘게 먼지 한 올까지 탈탈 털었고, 1년 전 이미 불송치 결정을 내린 사건인데 윤 정부 출범 넉 달 만에 기존 수사를 뒤집은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이다.
 
그동안 계속된 기소에도 여유를 보였던 이 대표도 이제는 전열을 재정비하는 모습이다. 그는 1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정쟁 또는 야당 탄압, 정적 제거에 너무 국가 역량을 소모하지 말라"고 말했다. 자신을 향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정적 제거’로 규정,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을 제거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기다 이 대표는 자신의 복심으로 불리는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을 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불러들이며 태세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출범한 민주당의 ‘민생경제위기 대책위원회’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잠재우기 위한 도구에 그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도 “민생에는 피아가 없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여야를 떠나서, 정파를 떠나서 민생을 보호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허심탄회하게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민생 경제 영수 회담을 다시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은 내홍에 야당은 외압에 각각 시달리고 있으니, 여의도 국회는 ‘혼돈 그 자체’다. 그러니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민생 챙기기는 물 건너간 듯 보인다. 국민의힘은 연말까지 새로운 원내대표 선출, 전당대회 준비와 이준석 전 대표와의 기 싸움에 전력투구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도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놓고 정부와 여당을 향해 날 선 공방을 이어갈 것이다. 이러니 우리 본가 어르신들의 ‘단디 해라’는 바람이 헛헛하게 들릴 뿐이다. 이렇게 다시 출입하게 된 국회의 민낯은 역시나 ‘민생 유감’이다. 
 

석유선 정치부 차장(국회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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