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통(通)]롯데 숙원사업...호찌민 투티엠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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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9-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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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조원 투자 후 10년만에 결실 맺어...일각에선 투티엠 무용론까지

  • 최적의 입지조건에 노바랜드, 빈그룹 등 현지개발사 대거 참여

  • 베트남 최고 명품도시 지향...평당시세 일부 선 3000만원 넘어

호찌민시 중심가의 고층 빌딩이 즐비한 지역을 지나자 강 건너로 드넓은 대지가 펼쳐진다. 한 대의 고급승용차가 벌판 도로를 내달리자 이윽고 도착한 봉고차 안에서는 요즘 핫하다는 배우 손석구(강해상 역)가 등장해 납치 장면이 펼쳐진다. 영화 ‘범죄도시2’의 한 장면이다. 영화에서는 납치가 이뤄질 정도로 이 지역은 한적한 곳으로 표현됐지만, 사실 이곳은 베트남 최고의 계획도시로 손꼽히는 투티엠(Thu Thiem) 지구다.

최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롯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 현장에 방문하면서 투티엠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직은 영화에서처럼 텅 빈 지역들이 대부분이지만, 롯데 등 대기업들의 투자와 각종 개발 호재가 이어지면서 관련 시장에서는 투티엠에 대한 관심이 재차 집중되고 있다.

롯데가 이번에 개발을 시작한 지역은 투티엠 지역의 2A 지구다. 투티엠 2A 지구는 바로 맞은편이 호찌민 중심지역인 1군과 맞닿아 있고 캐펄랜드(Kappel Land)가 개발한 엠파이어시티와 마주해 투티엠 내에서도 단연 최고의 요지로 꼽힌다.

롯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는 전체부지 5만㎡에 연면적 약 68만㎡로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오피스, 호텔, 레지던스, 아파트가 구성된 대형 복합단지로 개발된다. 롯데는 이번 프로젝트에 총사업비 약 9억달러(약 1조1500억원)을 투자했다. 완공 목표는 2028년이다.

신동빈 회장은 이번 착공식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쳐 호찌민시의 적극적인 지원에 화답하겠다”며 “롯데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에서 일자리 500만개를 창출하고 특히 최첨단 기술을 통해 베트남 최고 수준의 스마트라이프를 제공하고 투티엠 지구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2일 베트남 호찌민시 투티엠에서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일곱번째), 판반마이 베트남 호찌민시 인민위원장(여섯번째), 박노완 주베트남한국대사 등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사진=베트남 호찌민시 건설청]

 
◆제13차 당대회 이후 다시 본격화···올해부터 주요 대규모 프로젝트 시작
베트남 정부가 투티엠 프로젝트를 본격화한 건 지난 2005년이다. 당시 투티엠의 최초 마스터 플랜인 2000분의 1의 조감도가 발표됐고 더 이상 시 차원이 아닌 중앙정부 차원의 총리 승인이 떨어지며 개발이 본격화됐다. 이때 많은 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고자 유치 경쟁을 벌였고 투티엠 지구의 지가는 대폭 상승하고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롯데가 이번에 짓는 에코스마트시티의 2A 지구의 개발권도 약 10여년 전에 따낸 것이다.

하지만 투티엠 프로젝트는 초반의 기대와는 달리 답보 상태에 빠져들며 표류하기 시작했다.  다른 베트남의 개발 프로젝트처럼 토지개발 보상문제와 각종 부정부패 문제가 얼룩졌다. 여기에 베트남의 특유의 느린 전시행정과 이권을 다투는 여러 요인들이 발생하면서 모든 계획이 중단되거나 일부는 취소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투티엠은 더 이상 황금알이 아니며 투자가치가 없다는 무용론까지도 나왔다.

투티엠 지구가 다시 본격화된 것은 지난 2020년 제13차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당대회) 이후 부터다. 제13차 당 지도부는 투티엠과 관련 부정부패 사례를 엄단하겠다며 중앙정부 차원에서 본격적인 지구계획을 설립을 주도했다. 시 정권 지도부를 교체하고 2020년 10월 새롭게 취임한 응우옌반넨 호찌민시 당서기는 취임사에서 투티엠 지구의 불투명성을 언급하며 도시는 새로운 기폭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티엠투자관리위원회의 500분의 1 세부개발 계획도에 따르면 도시는 중심에서 다심방향으로 4개축이 중심이 돼 개발·발전하게 된다. 두 개의 핵심 방향은 동쪽을 관통하는 호찌민-롱탄 고속도로며, 남쪽 축은 투티엠 1교에서 투티엠 4교로 해안과 내륙을 연결하는 방향이다. 두 개의 보조 방향은 서쪽에서 북쪽을 잇는 22번 국도와 서쪽에서 남쪽을 잇는 응우옌반린 도로다.
 
각 지구는 세부계획도에 따라 특성이 구분됐다. 1구역은 송비엣(Song Viet) 복합지구로 세계적 호텔체인브랜드인 더메트로폴이 건설되며, 새롭게 추진되는 사이공 오페라하우스, 호찌민국제금융센터, 박물관, 국제학교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롯데 에코스마트시티가 포함된 2구역은 쇼핑과 상업의 중심지로 롯데와 캐펄랜드의 엠파이어시티가 들어선다. 3~4구역은 마리나베이 투티엠 지역으로 베트남 최고의 호화 강변 주거단지와 대형공원, 다목적 상업지구가 예정돼있다.

5~7구역은 살라(Sala) 프로젝트로 불리는 거주 중심지역이다. 이 지역은 GS자이 등 주요 아파트들이 들어설 예정이며, 투티엠 전체면적의 전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이밖에 뉴시티 구역은 투티엠 동쪽으로 역시 주거단지 중심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투티엠과 호찌민시를 연결하는 교량은 총 6개로 5개의 다리와 1개의 터널이 건설된다. 2022년 9월 현재. 이미 2개의 교량(투티엠 1, 투티엠 2)은 완공됐으며. 투티엠 3교와 투티엠 4교, 보행자 다리 그리고 해저터널은 건설이 추진 중이다. 

물길과 수로가 한데 어우러진 수변공원은 신도시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명품도시를 지양하는 투티엠만의 상징이다. 각 수로를 연결하는 강변공원은 광활한 생태환경을 주제로 조경구역, 현대식 정원, 녹색 산책로, 운동장, 잔디 코트 등을 갖춘 다기능 공공공간으로 구성된다. 또 각 공원들의 최종목적지인 중앙공원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문화중심지로 베트남에서 가장 큰 규모(20.72ha)의 광장이 들어선다.

투티엠투자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이 모든 계획이 완료되면 투티엠 신도시는 2025년까지 거주인원 20만명에 이동인구 100만명이 오가는 첨단복합신도시로 성장한다는 전망이다.


 

[그래픽=아주경제]

 
◆물의 나라 ‘투티엠’···새로운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떠올라
한때 강으로 둘러싸여 불모지나 다름없던 투티엠 지역은 이제 베트남의 새로운 번영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흔히 투티엠은 중국 상하이시 금융지구인 푸둥 지역과 비교되며 베트남에서 부의 상징으로 표현되고 있다. 

최근 투티엠의 투자 열기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지난해 12월에 있던 탄황민(Tan Hoang Minh) 그룹의 경매취소 사건이다. 이때 탄황민 그룹은 투티엠 3-12지구를 경매가의 무려 8배가 넘는 24조5000억동(약 1조4504억원)에 낙찰받았다. 환산하면 평당 4억원이 넘는 가격이다. 사건은 집값 상승 우려와 함께 당국의 압박으로 낙찰이 결국 취소됐지만, 얼마나 투티엠에 대한 관련 업계의 열기가 높은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호찌민 부동산중개플랫폼인 홈어이(HomeOi)의 노재환 대표는 “이번 경매 헤프닝은 베트남에서 투티엠의 위치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며 “이미 메트로폴 등 일부 인기 거주지역에서도 평당 시세가 3000만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뚜띠엠 지역은 교통 인프라가 시내 중심지와 바로 연결되고 사이공 강으로 둘러싸여 한적한 교외 환경을 제공한다”며 “베트남 상류층은 더 이상 1군을 선호하지 않는다. 시내 중심과는 가깝지만 시내의 활발하고 복잡함에서는 벗어난 투티엠 지역을 가장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투티엠은 풍수지리적으로도 최적의 위치에 있다는 평가다. 현지전문가들은 지도를 펼쳐보면 호찌민 정중앙에 있는 투티엠이 왜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있는지 설명해준다고 말한다. 특히 베트남 사람들은 풍수적으로 물은 생명의 시작으로 생각하고 물의 흐름은 충적토를 없애 부동산 소유자의 삶의 에너지와 부를 가지고 오는 것으로 믿고 있다. 현지일간 뚜오이체는 ‘물의 나라’로 불렸던 투티엠이 이제 ‘부의 나라’로 불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제 투티엠 신도시는 향후 5년 내 본격적인 위용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원대한 구상을 담았던 투티엠은 초장기 수립과정부터 긴 시간의 우여곡절을 거친 후 궤도에 오르면서 베트남 정부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다.

이번 롯데 에코스마트시티 착공과 함께 메트로폴, 엠파이어시티 등 주요 대규모 상업프로젝트들이 이미 착공을 시작했다. 대형 부동산브랜드인 빈홈스(VinHomes), 노바랜드(Novaland), 쿠스토홈(Kusto Home), 캐피탈랜드(Capital Land), 메이플트리(Mapple Tree) 등도 동시에 대형 주거프로젝트를 전개하고 있다.

응우옌반넨 당서기장은 최근 관련회의를 통해 “투티엠 신도시는 베트남의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일부 남아있는 지적사항을 꾸준히 개선해야 하고 투자를 유입해야 한다. 이곳에는 많은  인민들의 열망뿐만 아니라 최첨단 도시에 대한 베트남의 자부심과 긍지가 담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찌민 투티엠 신도시 전경[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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