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파친코 이민진 작가가 교육에 관련된 책을 쓰고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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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이 객원기자
입력 2022-09-02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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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그는 소설 파친코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 온 그의 사인회에는 오전 6시부터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사람들이 몰렸고 강연에도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최근 재출간 된 파친코와 앞으로 나올 그의 후속작에 대해 이민진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민진 작가 [사진=인플루엔셜 제공]



Q. '파친코' 소설에는 다양한 정서가 담겨있는데 이를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휴머니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상황에서 작가님의 휴머니즘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요.
A. 파친코'의 인기에 대한 질문으로 보이는데 질문에 답이 있는 것 같아요. 제 책은 여러 가지 인간적인 면모를 다루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봤을 때 한국 사람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다른 세계의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다면 아마 그런 공감대가 형성돼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Q. 작품이 출간되고 시간이 흘렀는데 좋아진 점도 있지만 코로나19 등으로 새로운 혐오도 생기고 있다. 작가님 입장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저는 글을 느리게 쓰는 작가예요. 기자처럼 취재나 연구하는데 수백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책 한 권을 쓰곤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말한 것처럼 인종차별, 계급 차별, 혐오 등이 생기는 것을 봤고 이런 건 인간 본성의 일부라고 볼 수 있는데 다른 인간을 억압하려 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해요.

Q. 차기작은 어떤 작품을 기획하고 있나요?
A. 지금 집필하고 있는 건 '아메리칸 학원'이에요. 여기선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 사람들이 교육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관해 쓰고 있어요. 교육이 사람을 억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사실 교육과 사회적 지위, 부는 떼어놓을 수 없어요. 이 떄문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 이 부분에 집중할 예정이에요.

Q. '파친코'는 재일교포를 다뤘는데 일본의 재일교포 북송사건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작품 속에도 김장호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주인공인 한수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고 그도 북한으로 돌아가는 게 애국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북한으로 향하는 캐릭터예요. 일본에 살던 한국 사람들이 속아서 북송되는 경우도 많아요. 매일 쌀밥을 주겠다거나 아파트를 주겠다고 해서 데리고 가는 데 막상 가서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 김장호를 통해서도 이런 부분을 담으려고 했어요.

Q. 북한 탈북민 얘기에도 관심이 있나요?
A. 사실 이건 가슴 아프고 어려운 질문이에요. 저는 한국뿐만 아니라 독일, 영국, 미국, 호주, 일본 등 세계에 퍼져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우리가 물론 같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한국사람끼리도 역사적으로 돌아보면 서로 괴롭힌 시기도 있잖아요. 남한과 북한도 한민족이지만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았고. 같은 인종과 민족의 같은 나라 사람이지만 북한과 남한이 그렇게 서로 다르게 대한 것에 대해서 가슴이 아프고 좋은 해결책을 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요.
 
 Q. 이 소설을 처음 쓰게 됐을 때 한국계 일본 소년의 이야기를 듣고 떠올렸다고 들었어요.
A. 우선 한국계 일본 소년의 이야기는 19살 무렵 대학생 때 학교 수업을 듣기 싫어 어떤 특강을 들으러 가서 알게 됐어요. 당시 백인 선교사가 재일교포들에게 선교했던 분인데 신자 중에 한국계 일본인 소년이 한 명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소년이 어느 날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는데 아이의 물건을 뒤져봤더니 중학교 졸업 앨범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네가 너무 싫다, 김치 냄새가 난다, 죽어라" 등의 글이 적혀있었대요.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거죠. 저도 엄마고 아들이 있는데 자식을 13살에 잃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19살 당시에도 너무 슬펐고 충격적이었고 화가 났어요.

Q. 이후 작가가 돼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는 뭔가요?
A. 죽은 소년의 이야기는 오랜 시간 뇌리에 박혀있었어요. 사실 처음부터 작가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글을 쓰고는 있었지만 나는 한국계 미국인이었고 당시 한국계 미국인 여성이 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됐어요. 그런데 이후 지금은 치유된 심각한 간질환에 걸렸고 의사가 20~30대에 간암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때까지 앞만 보고 살았는데 다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작가로서 의미 있는 일을 남은 시간에 하고자 해서 이 길에 들어서게 됐어요.

Q. ‘파친코'의 초고를 일본에 방문한 뒤 폐기하고 전부 다시 썼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A. 저는 처음에 '마더랜드'라는 제목의 책 한 권을 다 쓴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책은 너무 못 썼고 재미가 없었죠. 남편도 재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하하). 독자들의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거기서 한 챕터만 '파친코'에 수록하게 됐어요. 그 당시 주인공은 솔로몬이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는 이렇게 긴 서사의 주인공이 될 만한 사람이 아니에요. 사람이 착하지만 삶이 너무 편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다시 쓰게 됐죠. 당시 처음 쓴 원고에는 지금의 주인공인 '선자'는 있지도 않았어요.

Q. 차기작인 '아메리칸 학원'은 어떤 작품이 될까요?
A. 파친코 같은 경우는 일본어지만 이를 출판할 때 영어로도 '파친코'라고 쓰겠다고 주장했어요. 이건 전세계 사람들이 알아야하는 일본어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메리칸 학원'도 일부에서 영어로 번역해 '아메리칸 아카데미(American Academy)'라고 하는데 나는 우리말 '학원'을 그대로 고수하고 싶어요. 한국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원'이라는 단어를 알아야 하고 전 세계 사람이 알아야 하는 단어라고 생각해요.

Q. 한국계 미국인 여성 작가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1990년대와 현재는 무엇이 달라졌나요?
A. 우선은 시너지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한류가 굉장히 붐을 일으키고 있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문화 수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감독, 가수, 영화, 배우 등 문화계에 계신 분들이 열심히 이루신 성과가 있어 지금의 한류가 생겼다고 보거든요. 미국에서도 저 같은 사람이 한류의 영향과 어우러져서 한류 시너지가 난 것 같아요. 또한 미국에 한국계 작가가 이전에도 있어왔지만 최근에는 그 숫자가 특히 많아져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 같아요. 최소한의 작가 수가 올라오면 사람들의 반응이 이어져요.
 
Q. 재출간을 인플루엔셜 출판사를 통해 하게 된 이유는 뭔가요?
A. 저는 54세고 이제 겨우 2권의 책을 냈어요. 작가로 전향하고 책을 쓰게 된 건 관심을 받기 위해서도 아니고 돈을 벌기 위해서도 아니에요. 그런 제가 인플루엔셜을 선택한 이유는 번역에 대해서 많은 권한을 줬기 때문이에요. 파친코는 평생에 걸쳐 쓴 작품이고 단어 하나하나가 저에게 너무 중요해요. 또 다른 부분은 오디오북, E북 출간도 중요한 이유에요. 세상이 변하고 있고 출판도 변하고 있기 때문이죠.

사실 작가로 일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에요. 저도 판 아메리카의 디렉터로 재직하고 있고 미국 작가협회에서도 일하며 작가 권리 옹호를 위해 노력하지만 글쓰기는 저항의 행동이고 혁명의 행동이에요. '파친코'도 위험한 책이고요. 위험한 책이 되길 바라면서 쓰기도 했어요. 그래서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하고 소화할 수 있는 출판사가 필요했어요. 저는 '파친코'를 읽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만날 때 그 얼굴 뒤에 5000년의 역사를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Q. 재출간을 맞아 번역 과정에서 어떤 부분을 특히 신경 썼고 어떤 부분이 인상적이었나요?
A. 이번 번역은 작가 의도를 반영한 게 마음에 들었어요. 모든 번역가는 저에게 절친과 같기 때문에 비판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번역에서는 특히 3부 구성으로 만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그 외에 구판에는 소제목이 추가됐는데 그것이 없어졌고 원작에 있던 '베네딕트 앤더슨'의 인용구도 2권에 그대로 옮겨져 있어요. 구조, 인용구 등 제가 원한 것을 그대로 해줘서 의도를 더 많이 살렸다는 점에서 감사하고 마음에 들어요.
 

[사진= 김호이 기자/ 이민진 작가가 전하는 메세지]



Q. '파친코'가 미국 주류 사회에서 관심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A. 책을 미국에서 2017년에 처음 내가 북 투어를 다녔는데 피츠버그 카네기홀에서 2000명을 대상으로 독자와의 만남을 가졌어요. 그 당시 99%가 한국인도 아시아인도 아닌 백인과 흑인이었죠. 아마 제가 좋아하는 것이 19세기 유럽·미국 문학이었고 그런 책을 읽으며 작가로서 훈련했느데 이런 스타일적인 면에서 호응을 얻은 게 아닌가 생각해요.

요즘에는 너무 다행인 게 최근 3년 사이에 한국인이 저를 찾아와주고 편지도 써줘요. 제가 뭘 잘못했나, 한국 사람들이 날 안 좋아하나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요즘은 저에게 '부모님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인인 게 자랑스럽다' 얘기해주는 한국인이 많아 보람차다고 생각해요. 저에겐 한국 독자들이 소중해요. 그래서 제가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이민진 작가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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