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노 칼럼] 에너지 가격의 脫정치화 …더 미루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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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입력 2022-08-1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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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너지도 전자산업 처럼 독립된 시장 마련해주야

[이학노 동국대 국제통상학 교수]



석유제품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한전 적자가 연간 30조로 예상되니 원가를 반영해서 지나치게 낮은 전기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쪽은 규제하자는 이야기이고 다른 쪽은 규제를 풀자는 뜻이라서 혼란스럽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한전 사장은 정부의 에너지절약 정책에 반대하면서 전력도 산업이라고 발언하였다. 전기도 상품이니 내가 만든 상품을 열심히 팔지는 못할망정 쓰지 말자는 정책은 자기모순이라는 것이었다. 파장을 일으켰지만 여운이 남았다.
 
석유부터 시작하자. 국내 석유 가격이 한때 2000원을 넘어서자 정치권에서는 정유사의 과도한 이익에 대해 횡재세(windfall tax)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탈리아와 영국이 도입했고 미국도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이니 우리도 횡재세를 거두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S전자가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 횡재세를 부과해야 하는가? 동의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면 왜 석유에는 횡재세를 거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아마도 정유4사의 과점 체제로서 휘발유 등유 경유 수입이 내수의 1%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경쟁 제한적인 관행이 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 환경 오염의 원인 제공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 전광판 가격에 운전자들이 예민한 점 등이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이익을 내는 S전자에 횡재세를 부과하지 않듯이 정유사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것은 곤란하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60년대 후반부터 30년 동안 원유 도입 원가 등을 기초로 석유제품의 가격을 결정하였다. 1997년 정유사의 과도한 이익에 따른 부정적 여론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 가격을 기초로 정유사가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는 시장자율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유가 변동에 따라 정유사는 이익을 보기도 하지만 손실을 보기도 한다. 모르면 의혹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횡재세보다는 석유 가격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치권은 석유시장의 경쟁 조장을 위한 제도 개선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유사의 국내 석유제품 가격이 싱가포르 석유 전문지 플라츠(Platts)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보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국제 석유 가격에 대한 심층 연구를 하고 결과를 공유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소비자들도 국제적인 소비자 단체와의 연계 등을 통한 감시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전력시장은 지나친 규제가 문제이다. 가장 중요한 요금 규제의 원칙은 적정 원가와 이윤의 고려이다. 전력공급사가 적자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요금을 조정한다는 얘기이다. 그러나 요즈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판매사인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구매하는 전기의 도매요금은 입찰 순서에 따라 마지막 계통한계가격(SMP)에서 가격이 결정된다. 요즘처럼 유가 인상 시기에는 SMP가 결정되는 가스발전 비용도 올라가니 한전의 구입비용은 높아진다. 한편 산업용, 주택용 등으로 나뉘는 전기 소매요금은 산업부 장관이 기재부 장관과 협의(물가안정법)하여 인가한다. 기재부와 정치권은 물가와 국민적 부담을 고려하기 때문에 전기 요금 인상을 매번 억제하였다. 예를 들면 8월 현재 전기 도매요금은 1㎾h에 200원인데 소매요금은 120원에 불과해서 1㎾h를 팔면 한전이 80원 손실을 보는 가격구조이다. 작년도 우리나라 전기사용량은 53만3430 GWh이므로 80원 손실을 대입하면 매년 42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에너지 가격 규제는 더 있다. 정산조정계수, 용량요금(CP), REC(재생에너지 발전 인증서) 가중치 조정 등이 그것이다. 가스발전용 가스요금도 정부의 승인 사항이다. 중층적 규제로 전력시장의 자원배분이 왜곡되고 있다. 한전의 전기요금 적자 누적에 대해 어떤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지난 7월 전기요금은 5원 올리는 데 그쳤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00년대 중반 전력산업의 민영화 중단은 전력시장의 발전을 멈추게 하였다. 정부는 수요자반응시장(DR) 도입, 재생 발전에 대한 실시간 시장 도입, 계약 체결제 도입, 가격입찰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위하여 노력해 왔다. 하지만 본질적인 해결과는 거리가 있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의 하나로 전력시장·요금 및 규제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경쟁과 시장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 구축을 제시하였다. 최근 산업부는 에너지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 총괄보상 원칙 재확인, 발전사의 소비자 전력거래 허용 확대, 가격기반의 전력구매 입찰 이행 등 방침을 발표하였다. 산업부 장관도 공급 위주였던 에너지를 수요 효율화 중심으로 전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 시장을 중시하는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에너지를 산업으로 대우하고 에너지 가격 결정에서 정치적 고려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미국은 민간발전이 70% 정도로서 현재의 우리 여건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결정 메커니즘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전기, 가스, 통신요금 등을 규제하는 미국의 공익요금규제위원회(PUC)는 입법·사법·행정에 이은 제4부에 해당하는 독립된 위원회로서 전력회사와 소비자자문위원회(CAC)의 의견을 듣고 투명하게 전기요금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도 전기위원회든 다른 기구든 에너지 요금 결정을 독립시켜야 한다. 가격의 탈정치화는 에너지 시장 발전의 중요한 첫걸음이고 이제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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