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중에 매우 중요한 국가...신냉전 패권경쟁에서 균형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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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22-08-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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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 '국익의 길' 출간인터뷰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교수) [사진=박지훈 기자]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을 비롯해 미국 의회 의원들의 연이은 대만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반발해 대만해협에서 실전 훈련에 돌입하고 대만 주요 인사를 무더기 제재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미국 의원단의 대만 방문에 대해 "미국의 공공연한 도발에 필요한 반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중 관계에서 오랫동안 골치 아픈 문제였던 대만은 미국과 중국이 아시아 지역 내 영향력을 놓고 지정학적 대결을 펼치는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미·중 충돌이 전략적 경쟁에서 신냉전으로 넘어가는 이 시점에서 두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맞서 한국은 국익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해야 할지에 대해 <국익의 길>을 펴낸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용인대 교수)에게 최근 견해를 물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 '국익'이라는 단어를 30번 이상 언급했다. 국가에 위기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우리는 국익을 이야기하는데, 현시점에서 국익이 매우 중요하다고 재차 주장했다. 박 소장은 "미국 국익과 중국 국익의 충돌로 인해 우리 국익의 운신 폭이 좁아지고 있다"며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바람직한 국익과 가능한 국익을 나눠서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미국과 중국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가"라며 우리 스스로 우리를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이제는 우리가 국익의 원칙에 맞게 행동하더라도 많은 분야에서 한국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에 국력을 믿고 우리 외교와 경제 협력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짚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이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우리 국익을 지킬 방법은.
"국제 정세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맹의 가치와 국익은 변화하게 마련이다. 과거 국제사회에서 원조를 받던 한국은 이제 세계 10위 '중견 선진국'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미·중 패권을 우리에게 맞춰 최적화시켜 국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미국은 격화되는 미·중 신냉전 시대에 한국의 역할이 일본보다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북한을 제외하고 한국은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어 지정학적 가치가 큰 데다 한국의 반도체, 배터리 기술 등 산업적 역량이 일본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이제는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여야 할 때다. 우리의 전략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는 △한·미·일 외교·안보 협력 강화를 위한 한·일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중재자 역할 요구 △미·중 양국이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고슴도치 전략 △적을 만들지 않는 외교·안보의 유연성 필요 △우리 스스로 미·중 양자택일 프레임 형성하지 않기 등 네 가지를 제시한다."

-최근 한국은 미국이 구상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Chip)4'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살아남으려면 칩4 동맹에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는 미국 측 요구라고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의무가 없다. 칩4 동맹은 단순히 4개 국가 간 반도체 공급망 구축 및 협력을 넘어 안보와 국제정치 프레임에서의 가치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 동맹 성격으로 가입하게 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물론 반도체 중견 기업들에도 치명적이다. 우리 식으로 다시 설계해 기존의 칩4 성격을 희석시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 정부의 확고하고 명확한 입장이 있어야 향후 다가올 중국의 압박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나.
"이제는 친미와 친중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국과 중국을 우리 국익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용미(用美)'와 '용중(用中)'의 지혜가 필요하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가치와 반도체를 둘러싼 지경학적 중요성이 합쳐진 우리의 전략적 자산이 있는 한 절대로 미·중 강대국 사이에서 외톨이가 되지 않는다는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미·중 신냉전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고 그 프레임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간 벌어질 미·중 양국 간 신냉전 구도에서 우리는 패권적 균형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해 미·중 양국 사이에서 명확한 우리의 입장에 근거한 지렛대를 만드는 데 힘써야 한다."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미·중 신냉전 구도가 향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신냉전이 단순히 안보적인 측면이 아니라 기술, 국방, 금융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며 세부적인 제도나 국가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 등 현지 공관과 긴밀한 네트워킹을 구축해 현장의 변화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 장기화하는 미·중 신냉전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어떻게 갖추고 대응하느냐가 우리 국익을 지속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중 수교 30주년이지만 한·중 관계는 수렁에 빠지고 있다.
"올해는 한·중 수교 30주년 및 한·중 문화교류의 해다. 하지만 미·중 신냉전이 더욱 격화되면서 한국 내 이미지는 한·중 수교 30년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한·중 정부 채널 간 소통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앞서 문재인 정부가 친중(親中)이었다고 하지만 전혀 아니다.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당시 중국의 한복 공정 논란이다. 한·중 소통이 잘됐다면 다른 소수민족을 내보내라고 충분히 대화로 조정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는 한·중 양국 정부 간 좀 더 긴밀한 소통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한·중이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자기 입장만 이야기하니 오해가 생긴다. 서로 귀를 열고 듣지 않으면 뭘 하려고 해도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과 중국 간 차이와 다른 것을 상호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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