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른바 '담대한 구상'으로 불리는 비핵화 로드맵을 공개했다.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을 포기한다면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각종 경제지원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경축식에서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이라며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 현대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 실시 등을 언급했다.
 
◆남북공동경제발전委 가동 꺼냈지만···北호응 미지수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체제 안전’을 위한 군사·외교적 방안은 언급되지 않았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제안보다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치·군사 부분 협력 로드맵도 준비해 두고 있다"며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북 경제협력을 본격화하기 위한 '남북 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해 가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식량 지원 방안은 민생 개선 시범사업, 보건의료·식수·위생 지원과 함께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아무 조건 없이 먼저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예를 들었다. 또 "필요에 따라서는 유엔 제재 결의안에 대한 부분 면제도 국제사회와 함께 협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핵실험 등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면 인도적 지원을 추진하고, 경제 협력으로 신뢰를 축적한 후 정치와 군사 부분 협력에 나서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지지율이 낮은 윤석열 정부가 '북한 주적론'에 매달리며 한반도의 전쟁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대결, 대미 추종정책이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며 "임의의 시각에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위험한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지난 10일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 참가자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반도 먹구름···고착되는 한·미·일 vs 북··
 
남북 관계에 먹구름이 짙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대 북·중·러 군사적 대립 구도도 고착되는 기류다. 윤 대통령이 취임 이후 한·미·일 협력을 꾸준히 강조하는 것과 상응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북·중·러 관계 강화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한국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정상화'와 '우크라이나 지원' 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을 주고받았다. 김 위원장은 "적대 세력들의 군사적 위협과 도발, 강권과 전횡을 짓부시기 위한 공동전선에서 두 나라 사이의 전략 전술적 협동과 지지연대는 새로운 높은 단계에 올라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공동의 노력으로 종합적이며 건설적인 쌍무관계를 계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리영길 북한군 국방상은 지난 1일 중국인민해방군 창건 95돌에 즈음해 위봉화(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에게 축전을 보내 "조선인민군은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공동으로 수호하기 위해 중국인민해방군과의 전략 전술적 협동 작전을 긴밀히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응해 북·중 연합 군사훈련을 강화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12일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인근에서 민주노총 관계자 250여 명이 사드 기지 반대를 외치며 행진을 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기지 정상화를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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