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톡톡 튀는 작명 센스보다 '소비자 공감'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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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이 기자
입력 2022-08-12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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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이마트24의 쿠키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안 그래도 갖고 있던 이마트 주식이 떨어져서 화나는데 쿠키 이름까지 나를 농락하는 기분이다."

최근 지인이 이마트24에서 파는 쿠키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난 말투로 쿠키 이름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이마트24는 지난 8일 '내 주식처럼 사르르 녹는 바닐라 버터샌드'라는 이름의 쿠키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당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센스 있는' 제품명으로 소비자들에게 가벼운 공감과 웃음을 주고 싶었던 이마트24 측 취지와 달리 여론은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개인투자자를 조롱한다" "이마트 주주들마저 약올리냐"며 비판을 쏟아냈다. 

결국 이마트24는 출시 하루 만에 발주를 중단하고 패키지 변경 작업에 들어갔다. 이마트24 측은 "요즘 세대 감성에 맞는 이름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라며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사전에 미처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주식시장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주식 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은 이 제품을 보고 마냥 웃을 수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 이마트24 모기업인 이마트 주가도 부진한 상황이다. 작년 12월 15만6000원이었던 이마트 주가는 지난달 말엔 장중 10만원 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회복 조짐을 보인 것도 잠시뿐이었고, 2분기 실적 영향으로 지난 12일엔 10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약 8개월 만에 주가가 30% 넘게 '녹은' 셈이다. 

'인증샷' 문화가 활발한 MZ세대 소비자들 사이에 신선하고 창의적인 제품명은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24가 앞서 선보인 '이번 주도 버텨라 버텨 버터소금쿠키' '연차 반차 녹차쿠키' 등은 소비자들에게 공감을 이끌어내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된 제품명은 누군가는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지만 주식 투자 실패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로서는 씁쓸함과 불편함을 넘어 조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쉽다. 

해당 상품은 이마트24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2030대 직원으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 '딜리셔스 탐험대'의 작품이다. 젊은 직원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단순히 화제를 이끌어내기 위함이 아닌, 많은 소비자들의 감성을 헤아리면서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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