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미 연준의 긴축 속도 둔화 속 하반기 달러화 향방은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배근미 기자
입력 2022-08-12 00:05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연구위원 [사진=KB국민은행]

지난 10일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었다. 전월 대비로는 보합을, 전년 동월 대비로는 8.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뉴욕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고, 달러는 1% 이상 급락했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9.1%까지 치솟은 것에 비하면 다소 하락한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된 주요 배경은 에너지 가격 하락에 기인한다. 국제유가가 전월에 비해 하락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상승 폭이 둔화됨에 따라 물가 상승률이 낮아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되면 미국 중앙은행이 연방준비위원회에서 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명분은 약해진다. 시장은 미국 연준이 다음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이전 75bp보다 50bp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달러화의 강세는 미국의 높은 물가 상승 압력과 그로 인한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 가속에 대한 전망에 기인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으로 비용이 올라가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과도하게 인상함에 따라 이자 비용도 상승함으로써 실물경기는 더욱 둔화되고 있다. 만약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연준이 금리를 더 가파르게 인상한다면 미국 실물경제는 더욱 가파른 속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그야말로 미국 경제의 강한 경기 하강인 경착륙 위험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장기화하고 그로 인해 원유 등 에너지의 생산, 수출 등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유가는 계속 상승해왔다. 하지만 원유를 소비하는 대표 국가인 미국과 중국, 인도,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가 나빠지고, 그로 인해 원유 등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최근 국제유가는 조정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장기화하면 원유는 공급 부족보다 수요 부족으로 인해 원유 가격 등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물가 상승 압력은 자연스럽게 낮아지게 된다.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낮아지고 그로 인해 미국 연준의 긴축 속도는 가속보다 감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미국 연준의 6월 회의에서 올해 말 목표 금리를 3.4%로 제시한 바 있다. 7월에도 금리를 75bp 인상했기 때문에 미국 기준금리는 2.50%며, 다음 9월과 11월, 12월 등 세 차례 회의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75bp보다는 50bp 혹은 25bp로 인상 폭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러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위험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지만 달러화에는 강세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화와 관련해 달러 스마일 이론(USD Smile Theory)이 있다. 달러 강세 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성장과 매파적 연준(hawkish Fed), 그리고 유로 등 상대국의 완화적 기조, 이는 미국과 상대국의 정책 차별화를 의미한다. 반대로 달러 약세 요인으로는 미국 경제성장 둔화, 완화적 연준(dovish Fed), 그리고 위험 선호 등이다. 물론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을 확인해야 하지만 상반기 미국의 마이너스 성장, 하반기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그리고 글로벌 주식·채권시장 안정을 감안하면 달러화는 강세보다 약세 요인들이 더 우세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외에 불확실성 요인도 남아 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축소, 이에 따른 유로 지역 실물경기 둔화, 최근 불거진 미국과 중국 간 외교적·경제적 갈등 문제 등도 원화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그동안 상반기 미국 달러화 강세의 핵심 배경인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과 연준의 긴축 가속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하반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달러화는 점진적 약세, 달러·원 환율도 완만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