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에서는 '갈라치기' 전술 구사 가능성도 제기

지난 9일 뉴욕 트럼프타워로 들어가며 손을 흔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주 검찰 신문에서 묵비권만 반복했다. FBI의 자택 압수수색로 정치 위기에 처한 트럼프 대통령이 검찰 신문에서 묵비권까지 행사하자 2024년 대선 도전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0일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은 가족 기업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으로 소환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뉴욕주 검찰 신문에서 수정헌법 5조를 들어 진술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거로 삼은 수정헌법 5조는 적법절차의 원리, 일사부재리의 원칙 등과 함께 증인이 될 것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헌법이 모든 시민에게 부여한 권리에 따라 검찰에 대한 답변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가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부동산의 자산가치를 축소하면서도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에선 자산가치를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해당 혐의를 3년 가까이 수사 중인 뉴욕주 검찰은 트럼프 일가의 행위는 사기성이 짙다고 판단하고 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 뉴욕주 검찰은 민사 사건으로, 맨해튼 연방지검은 형사 사건으로 다루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환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 전망한 묵비권 행사 가능성은 들어맞았다. WP는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주 검찰 신문에서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수정헌법 5조를 공식 선언한 후 질문에 '같은 대답(Same answer)'이라는 말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주 검찰의 신문을 먼저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묵비권을 행사한 것은 검찰 신문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NYT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답변과 조사에서 나온 증거가 모순되는 것을 찾는다면 이로 인해 별도의 위증 조사가 가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자신이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해 검찰의 표적수사와 적대적인 언론환경을 언급하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죄가 없다면 왜 묵비권을 행사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답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신문에 앞서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인종차별론자인 뉴욕주 검찰총장을 만나게 됐다. 미국 역사상 가장 거대한 마녀사냥의 일환이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흑인 여성인 제임스 총장이 자신을 상대로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는 취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묵비권 반복은 2024년 미국 대선 도전에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묵비권 행사는 20224년 대선 합류를 시사하는 이 시점에 정치적으로 큰 손상을 입힐 것"이라며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숨기는지 질문을 제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표적 수사를 주장하는 트럼프가 이 국면을 활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는 "2024년 대선 출마를 고민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우울한 그림이지만 트럼프와 그 지지자는 이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공화당 내부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여론도 나쁘지는 않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보다 높게 나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일 미국 에머슨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4년 대선 가상 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39%, 트럼프 전 대통령은 44%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 오전 '트루스소셜'에 선거광고 스타일로 만든 동영상을 게시했다. 이 동영상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과 휘발유 가격 상승 등조 바이든 대통령 집권 이후 '실정'에 대해 신랄히 비판하면서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은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를 두고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2024대선 도전을 선언할 것이라고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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