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칼럼] "몰상식 몰염치" 한국 정치 .. 양당 독점 카르텔을 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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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객원 논설위원
입력 2022-08-10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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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식 위원]

서울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8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평소 당과 이재명 의원을 비롯한 자당 유력 정치인을 대상으로 쓴 소리를 아끼지 않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극성 지지자들은 이 의원을 향해 내부 총질, 배신자, '수박'이라며 비난한다. 하지만 이 의원에게 씌워진 프레임을 걷어내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조금도 나가기 어렵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이대로’는 망하는 길이다. 당내에서 좀처럼 쓴 소리하는 사람이 없기에 이 의원 행보가 도드라져 보일 뿐 경청해야할 소중한 조언들은 많다. 이제는 문자 폭탄과 항의 전화도 담담하게 응대할 정도로 단련됐다는 이 의원은 이날도 민주당과 한국정치 혁신을 입에 올렸다.

 

[이상민 의원]



먼저 이 의원은 민주당 전당대회가 분당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전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분당을 터부시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신선한 역발상이다. 이 의원은 “언제까지 쇼윈도 부부처럼 살 수는 없지 않느냐. 생산적 분화를 고민할 때”라며 다소 도발적 견해를 펼쳤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이미 부부 관계가 파탄 났음에도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행세하는 건 가식이자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민주당은 '친명'과 '비명'으로 갈려 격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가서 망할 수도 있지만 남아서 망가지는 속도가 가속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 의원은 “떨어져 있다 보면 서로를 객관적으로 보고, 중요한 때는 언제든 연대할 수 있다”며 “분당이 아닌 분화를 대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반을 치닫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을 넘어 ‘확대명(확실히 당대표는 이대명)’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비명(이재명 반대) 일부에서는 이재명 의원이 당대표가 될 경우 분당은 정해진 수순이라며 비관적 견해를 드러내고 있다. 또 이재명 의원 당대표 선출이 확정되면 미련 없이 민주당을 탈당하겠다는 당원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민주당은 한바탕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이 의원이 걱정하는 지점은 지금 민주당에는 그런 에너지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심각하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맥을 못 추는 상황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봤다. 민주당에는 오히려 독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은 4.7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이어 대선, 지방선거까지 3연패하며 민심에서 멀어진 상태다.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통렬한 반성과 내부 혁신, 성찰이 절실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헛발질을 하는 바람에 혁신과 변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힘을 잃었다. 대신 당내 강성 정치인들 입지만 확대됐다. 이미 전당대회 중간 결과에서 확인되듯 친명계 강성 후보들이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의원은 “이대로 전당대회가 마무리되면 민주당은 이전 상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양당 중심 정치 제도를 어떻게 바꿔야할지 방향도 제시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와 집권 여당이 하는 행태는 상식과 공정보다 몰상식과 몰염치다”며 정부 여당을 직격했다.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변칙 처리하고, 절차를 무시한 당 대표 축출을 예로 들었다. 대통령 뜻, 또는 집권당 소수 실세 뜻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비판 근거다. 이 의원은 “이견은 있겠지만 민주당 또한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 위장 탈당으로 국회법에서 규정한 안건조정제도를 무력화시켰다. 뿐만 아니라 회기 쪼개기 등 온갖 꼼수를 동원했다.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법과 절차를 무시하는 건 양당 독점에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거대 의석을 무기로 두 정당은 자신들 입맛대로 입법과 국회운영을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이다. 이 의원은 정당법 개정을 통한 자유로운 정당 설립과 활동 규제 완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대선거구제로 전환하고, 비례대표는 전국구와 권역별로 나눠 선출하는 공직선거법 개정도 제언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민주당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을 예로 들어 “선거에 필요할 때는 청년을 활용하다 효용이 다하니 버렸다. 이해가 일치하는 이들끼리 자유롭게 정당을 만들어 자신들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역당, 최저임금 1만원당, 청년당, 실버당, 성소수자당 등 다양한 정당이 출현할 때 양당 독과점 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회법을 개정해 교섭단체 요건을 20석 이상에서 5석 이상으로 완화하고, 국고보조금 정당 배분 또한 소수당 우선 배분 구조로 바꿔야한다고 덧붙였다. 기성 정당은 당비와 후원금으로 운영 가능하지만 신생 정당과 소수당은 그렇지 못하니 이들을 두텁게 하자는 것인데 공정과 형평에 부합한다. 이 의원은 앞서 언급한 제도 개정을 통해 양당 기득권과 담합‧카르텔 구도를 깨고 경쟁 원리가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공정 경쟁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유일한 분야가 정치다. 고질적이며 후진적인 우리 정치 행태는 여기에 기인하고 있다”고 했는데 타당한 비판이다.

양당 카르텔을 깨자는 주장은 진보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당과 한국정치가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제시하고 있다. 이 의원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또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형성된 지 오래다. 다만 국회 기득권과 정파주의 때문에 오랫동안 답보상태에 있다. 대전으로 퇴근한다는 이 의원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 쓴 소리에 공감하고 변화를 동력으로 삼는 정치인이 있을까 자문했다. 재선과 당직에 연연하지 않고 소신을 피력하는 정치인이 드문 여의도 정치에서 이 의원의 고언이 어느 때보다 소중한 하루였다.

임병식 필자 주요 이력

▷국회의장실 부대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양대 갈등연구소 전문위원 ▷서울시립대 초빙교수 ▷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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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대 공감, 지금 민주당은 침몰 직전 공룡이다. 국힘 또한 권력에 취해 오만하다. 다당제 아래서 경쟁하도록 판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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