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무질서 속 질서가 아니라 그냥 무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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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2-08-09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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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노이 한인타운 아파트 앞을 나서자 오토바이 굉음 소리가 먼저 들린다. 미딩지구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딩톤시장 입구사거리. 이곳은 팜흥대로에서 미딩경기장 방향으로 지름길을 가려는 오토바이가 몰리면서 항상 번잡하다. 마침 사거리에는 신호도 없어 오토바이들은 사거리를 지나고자 부리나케 달린다. 보행자들이 가끔 멈칫하기도 하지만 운전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베트남에 수년간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가장 적응이 힘든 점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교통환경이다. 기본적으로 베트남은 교통량이 많다. 오토바이 천국이라 불리는 베트남은 전국에 약 5000만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국민 거의 2명당 1명꼴로 오토바이가 있는 셈이다. 시내에서 한적한 도로를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베트남에 처음 오면 누구나 출퇴근 시간에 오토바이 등 각종 이동 수단이 얽혀 있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두른다. 그러다가 점차 무심해져 무질서한 환경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를 건넌다. 기자 본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적응을 했다는 것이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은 아니다. 이 땅에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순응하긴 했지만, 여전히 베트남에서 길 건너기는 쉽지 않다. 

매일같이 보행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상황은 여전하다. 사람보다 이동수단이 먼저다.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차량들도 마찬가지다. 사람이 지나갈 때 앞서 나가는 행위, 바로 보행자 코앞까지 속도 안 줄이기, 도로 위 언제나 울려대는 경적, 도로 위의 정차, 길을 걸을 수 없게 만드는 도보 위 횡단 주차 등 수 많은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다. 

한 베트남 지인은 자국의 교통환경이 다른 국가와 비교해 문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현지 언론들도 매번 이를 지적하며 자국민들에게 선진 교통문화를 설파하지만, 한번 뿌리박힌 국민적 인식은 쉽게 바꾸기가 힘들어 보인다. 

최근엔 새로운 사실도 알았다. 많은 사람이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안 본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응시자들이 필기시험을 어려워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십만동의 뒷돈만 주면 필기는 합격이 가능하다. 실기야 어려서부터 오토바이를 타왔으니 전혀 문제가 없다. 심지어 전기 오토바이와 50㏄ 미만은 면허조차 필요가 없다. 제도(시험)를 통한 교통문화 바로잡기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베트남 교통문화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항상 따라오는 말은 항상 로마법을 따르라는 식이다. 다들 어쩔 수 없다며 고유의 문화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교통법규는 국제적 기준이 엄연히 있다. 교통법규는 문화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모든 다른 국가가 그러한데 본인만 옳다고 하면 그 또한 억지 주장일 것이다. 언뜻 보면 무질서 속 질서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무질서는 질서가 아니라 그냥 무질서일 뿐이다.
 

하노이 한인밀집지역인 미딩 딩톤시장 입구사거리 [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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