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파 유해성 과학적 근거에 따라 논의해야...임의로 기준 낮추면 안 된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휴대용 선풍기 전자파 검증 결과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자파라는 유령이 대한민국을 배회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에 이어 이번에는 휴대용 선풍기를 이용하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이들 주장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전자파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지난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목·손 선풍기 20대(목 선풍기 9대, 손 선풍기 11대)에 대한 전자파 측정 결과 측정한 제품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민단체가 지난달 26일 "시중에서 판매하는 휴대용 목·손 선풍기 10종에서 대량의 전자파가 발생하는 것으로 측정됐다"며 "이는 WHO 국제암연구소가 제시한 소아백혈병 발병 위험 기준인 4mG(미리가우스·전자파 측정 기준)를 한참 넘어서는 수치"라고 주장한 것에 따른 대응이다.

암에 걸릴 수 있다고 해서 위험해 보이지만, 사실 4mG는 대단히 낮은 전자파 수치다. 최우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파정책국장은 "시민단체가 제기한 발암 위험 전자파 기준인 4mG는 무선마우스, 냉장고, 태블릿PC 정도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집 안에서 무선마우스, 냉장고, 태블릿PC를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만 이로 인해 암에 걸렸다고 주장하는 경우는 없다. 휴대용 목·손 선풍기에만 유독 가혹한 기준을 들이민 것이다.

전자파 관련 전문가들도 4mG의 전자파로 인해 암에 걸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최고 전자파 권위자인 백정기 충남대 명예교수는 "지구자기는 500~560mG로 생각보다 상당히 세다. 시민단체가 제기한 발암 위험 전자파 기준 4mG는 자연적으로 나오는 지구 자기에 묻혀 있다고 할 수 있는 정도로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과학적 증거에 기반한 국제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의 의미를 훼손하거나, 과학적 증거를 무시하고 임의로 기준을 낮추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지속해서 권고하고 있다"며 "국제 인체보호기준과 국내 인체보호기준은 전자파 장기 노출에 따른 영향을 모두 고려한 것이다. 4mG는 특정 연구 그룹에서 나온 연구 결과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추가적인 검증도 없는 등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나 현재 국제기준을 만드는 국제비전리복사보호위원회(ICNIRP)도 해당 주장을 인증 못 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물론 휴대용 목·손 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4mG보다는 훨씬 높다. 조사에 따르면 휴대용 목·손 선풍기 20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국제 인체보호기준(60Hz 기준 2000mG)의 2.2~37% 수준이다.

하지만 이 정도 전자파로 인해 인체가 입을 피해는 전무하다. 휴대용 목·손 선풍기가 충분히 안전하다는 것이 실험을 통해 밝혀진 것이다.

이번 휴대용 선풍기 논란은 지난 2019년 불거진 데이터센터 전자파 유해 논란을 떠오르게 한다. 당시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단지 인근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와서는 안 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전자파에 따른 주민건강 악영향을 꼽았다. 하지만 기업과 민간 연구소의 정밀 조사 결과 데이터센터 주변 15개 장소의 전자파 평균치는 0.16mG에 불과했다. 이는 다양한 가전을 보유한 집안 측정치 평균(0.6mG)보다 낮은 수치다. 국내 최대 데이터센터 근처에서 측정한 전자파 역시 국내 인체보호기준(833mG)의 1% 미만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과학을 통해 인간은 미지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과학적 근거 없이 전자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일으키는 주장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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