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승의 딜레마]집값 떨어지는데 강남 땅값은 고공행진...개발업계, 분양가 산정에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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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22-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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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오는 9월 서울 강남구에서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을 공급하려던 A시행사는 분양가 산정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기준금리가 오르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분양가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부지 매입원가와 인건비, 시공비 등을 생각해 3.3(평)㎡당 2억원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하려고 했지만 최근 미분양, 청약 미달사태 등 대외여건을 고려하면 쉽지 않다. A사 관계자는 "고급주택인데 미분양이 났다는 소문이 한번 돌면 나중에 완판하기 더 힘들어진다"면서 "본사 마진을 더 포기하고 분양가를 낮추자니 사업을 하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아예 분양시기를 늦춰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고금리, 땅값,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부동산 시장 '3중고'가 겹치면서 서울 강남 일대 신축 오피스텔 분양가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분양가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땅값 상승이다. 지가가 급등하면서 분양 때마다 분양가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높은 분양가는 부동산 하락기에 가격 지지선을 구축해 하락폭을 방어하는 역할을 하지만 미분양 물량을 늘리고 시행사를 도산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기존 집값이 떨어지면서 분양가로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이 줄자 주택 시장 진입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분양가 올리자니 미분양 우려, 내리자니 수익률 저하...진퇴양난에 빠진 시행사

2일 부동산 개발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 분양을 앞둔 시행사, 디벨로퍼는 분양가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부동산 경기 둔화로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분양가가 흥행성적을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가 됐는데 분양가를 결정하는 땅값과 공사비, 금융비용 등은 상승하고 있어 분양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강남의 경우 분양원가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지가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토지·건물 전문 부동산 빅데이터 기업 밸류맵에 따르면 서울시 강남구 역삼동(677-12) 일대는 2020년 4월 토지면적 3.3㎡당 1억2517만원에 거래됐으나 올해 2월에는 2억6400만원, 4월 2억9985만원에 실거래됐다. 지가만 2년 만에 2배 이상 올랐다. 현재 역삼동을 비롯해 인근 논현동, 청담동 역시 3.3㎡당 3억~4억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지가가 형성됐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전언이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감이 크지만 한 번 오른 지가는 떨어지기 어렵고,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는 이제 남은 땅도 거의 없다"면서 "미분양 부담이 있지만 분양가를 마냥 낮출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3.3㎡당 1억원이 넘는 분양가가 너무 높다고 지적하지만 앞으로는 3.3㎡당 2억원, 3억원이 넘는 주택도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행사가 가져가는 수익률이 보통 5% 안팎인데 최근에는 지가를 비롯해 조달금리, 인건비,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시공사에 공사비를 주고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면서 "분양가를 더 올리지 않기 위해 시행사 수익률을 3~4%로 낮추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긴축경영에 들어갔다"고 했다. 

분양가격이 치솟으면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는 고급 오피스텔의 분양가가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수익률 하락폭 또한 클 것으로 보인다. 강남구 삼성동에서 고급 오피스텔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S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분양하는 소형 오피스텔, 도시형 생활주택 등이 기존 주택가격 시세를 웃돌면서 프리미엄 형성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이 낮아지고, 주택경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사업을 연기하거나 분양가 산정을 뒤로 미루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엠디엠은 올해 서울 광진구 한강호텔 부지에 고급 주거브랜드인 '몬트레아'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연기했다. 신영도 서울 여의도 MBC 부지에 개발 중인 '브라이튼 여의도'의 아파트 분양가를 산정하지 못하고 후분양으로 돌렸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개발업체들이 금융비용이 지나치게 높아 개발을 더 미룰 수 없거나 미분양 부담이 적은 호재 지역만 주력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사업장은 분양을 미루는 추세"라며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 공급 위축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0년 3.3㎡당 1억2000만원→2022년 1억5000만원...분양가 당분간 고공행진

원자재 가격 및 건축비 상승 등도 분양가를 올리는 주요 원인이다. 철근, 콘크리트는 물론 인건비와 각종 부담금, 금융비용 등이 분양가에 반영되면서 분양가 오름세를 부추기고 있다.

특히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비용은 상승하는 반면 분양경기가 꺾이면서 공사중단, 미분양 사업장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때문에 올 초 강남에서 분양하는 신축주택 가격 분양가는 연일 오르고 있다. 실제 서울 서초구에서 2020년 분양한 오피스텔 '르피에드 인 강남'은 3.3㎡당 평균 분양가가 1억2000만원대였지만 그 이듬해 분양한 강남구 역삼동에서 분양한 '루카831', '루시아 도산 208', '더갤러리832' 등은 3.3㎡당 약 1억4000만원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최근 강남구 삼성동에서 분양한 '아티드'과 청담동 '레이어 청담'의 3.3㎡ 분양가는 약 1억5000만~2억원대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은 공동주택용지가 바닥을 드러낸 만큼 수요초과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 하강 후에는 다시 부동산 경기 활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분양가는 장기적으로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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