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시사평론가]

지난달 28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사이에 평소 보기 드문 질의와 답변이 오갔다.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한 형사적 처벌 문제에 대해 조 의원은 목소리 한번 높이지 않고 품격 있는 질문을 조곤조곤 하면서 정부의 유연한 입장을 주문했다. 이에 한 장관도 정부의 입장과 개인의 생각을 솔직하게 토로하면서 조 의원이 요구한 ‘정상참작’ 필요성에 동의하여 두 사람은 서로의 접점을 찾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조 의원은 한 장관 특유의 속사포식 화법이 나오자 "제가 질문할 때 좀 답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토론이 아니기 때문에”라고 제지했고, 그러자 한 장관은 "죄송합니다"라며 속도를 늦추어 차분하게 답변하며 화답했다. 이날 조 의원의 질의는 한 장관 인사청문회 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비꼬는 겁니까” “정말 이런 식으로 할 거냐”고 고함지르는가 하면, 난데없이 “논문을 이모하고 같이 1저자로 썼다”고 윽박지르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조 의원이 민주당 의원들과 무엇보다 달랐던 것은 한 장관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도록 설득력을 갖춘 질의 내용이었다.

“260만원에 4대 보험을 못 받았다고 하니 최저임금 간당간당한 수준입니다. 아마 장관님하고 저하고 요 수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우리는 아마 이런 삶을 정확히 모른다고 하는 게 솔직할 수 있습니다.”

“경영진은 3조원에서 5조원으로 뻥튀기를 하고 이걸로 돈 잔치를 벌이는 이 시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도 안 되는 임금을 받고 이십 몇 년을 일하는 이 상황에 있을 때 과연 법의 잣대는 누구에게 엄격해야 되고 누구에게 조금은 따뜻해야 할지, 저는 이런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법무부는 Ministry of Justice라고 하죠. 교육·보건·복지·교통과 달리 정의의 가치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움직이는 기준은 꼭 정의만이 아니라 저는 따뜻한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굳이 표현하면 사랑, 따뜻함도 있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Ministry에는 사랑은 없습니다. 왜냐면 모든 부처가 우리 사회가 약자들에 대한 배려는 기본적으로 깔고 가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법무부도 공정을, 법치를 주관해야 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배려도 기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계속 엄정한 법의 기준, 엄정한 법의 적용을 하겠다고 하시는데, 맞죠. 이걸 누가 부정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스토리를 다 이해하시면 소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이십 몇 년 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고 살아온 것에 대한 정상참작에 대한 목소리가 좀 나와야 우리 사회가 우리 대통령께서 경제 사범들, 경제 형벌들, 주로 기업인들일 텐데, 이분들 형벌 낮춰주는 데 대한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겠습니까?”

보수·진보를 떠나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운 말들이었다. 이에 한 장관도 그동안 엄격한 법 집행만 강조해왔던 정부 입장과는 결이 다른 답변을 조심스럽게 꺼냈다.

“제가 이런 말씀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원청·하청 문제에 있어서 불합리가 있다는 건 잘 알고 있고··· (중략) 그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하청 노동자들만 그게 전가됐다는 것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그 부분에 대해 저도 '야~ 정말 (하청 노동자) 어렵겠구나'란 마음의 공감을 했습니다.”

“정부 입장은, 이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절차적인 쟁의 과정에서 불법이 이렇게 될 경우에 지금 저희 정부 입장에서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것은 불가피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다만 말씀하신 제가 법을 지킨다는 것에는 지금 여기에 대해서 나름대로 최종적으로 자발적인 타협도 이뤄지지 않았습니까? 그 부분까지, 그 부분에 어떤 사후 정황, 어떤 형사적 처벌 문제는 그런 부분까지도 충분히 고려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 의원이 물었다. “정상참작을 하기 위한 목소리를 좀 내주실 거라고 기대해도 되겠습니까?” 그리고 한 장관이 대답했다. “제가, 제가 할 일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두 사람 간 문답은 이렇게 의미 있는 접점을 찾고서 끝났다. 아마도 평소 민주당 의원들식으로 고래고래 소리부터 지르며 윽박지르는 질의였다면 이런 답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결론을 이끌어낸 조 의원의 태도와 능력이 돋보이는 이유다. 한동훈 장관은 논리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똑똑한 사람이라는 평을 받아왔지만 법치를 넘어선 공동체 전체를 껴안는 시선은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조 의원이 말했던 것은 한 장관에게도 소중한 약이 될 법하다. 또한 이 사태에 대해 강경으로 일관했던 정부 분위기와는 다소 달리 하청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정상참작 필요성에 동의한 한 장관 모습도 보기 좋은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든, 한동훈 장관이든 나라를 경영하는 데 있어서 서슬 퍼런 법치만 앞세워서는 국민 마음을 껴안을 수 없다. 물론 정부가 법과 원칙을 앞세워야 할 상황들도 분명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약자들 삶까지 껴안는 따뜻함을 보일 때 공동체 전체를 이끌어갈 도덕적 자격이 부여될 수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어려운 처지에 공감을 표하고 정상참작 목소리를 내겠다던 한 장관의 답변이 실제로 이행될지, 아니면 순간적인 립서비스로 그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윤석열 정부의 책임 있는 누군가는 백기투항하다시피 한 하청 노동자들을 이제는 껴안을 줄도 아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불가피하게 위법행위를 했다 해도 그들 또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조 의원이 보여준 질의 모습은 제1야당인 민주당에 귀감이 될 법하다. 윤석열 정부 집권세력을 악처럼 간주하며 증오의 감정만 앞세운 질의로는 정작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며 접점을 만들어가는 소통 방식이 서로 간의 인식 차이를 좁힐 수 있음을 조 의원과 한 장관의 문답은 보여주었다. 전쟁터 같은 국회에서 모처럼 본 품격 있는 정치를 칭찬하고 싶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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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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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다보니 여러 번의 댓글로 분리되었는데 마치 유창선에게 관심있어 그랬다고 오해하지 말길 바래~~ 기레기씨~~~ 당신들은 고마워 하세여~~~ 이 시국에 기회주의자이기에 받은 혜택에 대해~~~ 곧 다 분석되고 분류되고 기록될 거예요~~ 요즘 인공지능이 대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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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도저도 아니면 열심히 학생들 수업하고 적당히 별 인용없는, 숙제 같은 논문 찌거기니 쓰면서 대충 월급받아 사세요. 그래도 교수잖아요~~ 사람들은 몰라요. 교수가 대단한 줄 알지... ㅋㅋㅋ 어쨋든 시답잖은 글 쓰느라 고생하시는데, 어쩌다 읽어 보았지만 짜증만 나네요~~~분명한 건 당신 같은 기회주의자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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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금 금새 일단 겉핥기만 해봤거든요. 유교수님 앞으로 학내 활동을 열심히 하세요. 언론에 기웃거리지 마시고.... 특별한 것도 없고 뒷북치는 자세로는 못 떠요!!!! 기자들과 달리 언론사 PD 작가들은 포지션으로 구분합니다. 당신의 포지션은 안보여요. 한마디로... 이도저도 아니예요... 싸구려 아주경제 기고가 언젠가는 도움이 될수 있다고 믿으시겠지만 미안하지만 본인이 그럴 깜이 되는지 먼저 추스려 보세요. 당신의 철학이 있거나 아니면 누구처럼 미친 짓을 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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