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골칫거리 영농 폐비닐, 재활용한다...환경공단, 재활용 기술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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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2-07-29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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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존 제품보다 품질·비용 모두 우수

작물 경작에 활용되는 영농 멀칭비닐.[사진=한국환경공단]


#경기도 이천에서 고추농사를 하는 A씨. 3300㎡(1000평) 규모 면적 전체에 햇볕과 수분을 흡수하고, 잡초가 자라지 않도록 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은색 폐비닐을 깔아놨다. 풍년 농사를 위해선 꼭 필요하지만, 영농철이 끝나면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땅에 매립하자니 토양오염이 걱정이고, 배수구에 버리자니 수질오염이 우려스럽다. 

한국환경공단(환경공단)이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농촌에서 경작 후 버려져 골칫거리인 '멀칭(mulching) 폐비닐'을 재활용해 '고품질 멀칭 필름'으로 재탄생시켰다.
 
경작 후 버려진 멀칭 폐비닐, 농촌 골칫거리로 전락
농촌 멀칭(mulching) 폐비닐은 고추, 마늘, 양파 등을 재배할 때 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은색 비닐이다. 잡초가 자라나는 것을 억제하거나 지온 조절, 토양수분 보호, 토양입단 보호를 위해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용도로 널리 쓰이고 있다. 고추나 방울토마토, 상추를 심을 때 흙 위에 길게 덮어주는 검은색 비닐을 의미한다.

문제는 영농철이 끝난 뒤 농촌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비닐이 제때 수거되지 않아 골칫거리가 된다는 점이다. 멀칭 폐비닐은 농촌 폐비닐 연간 발생량 약 30만톤 중 23만7000톤을 차지한다. 대부분이 한 번만 쓰이고 버려진다는 얘기다.

농사에 쓰고 버려진 영농 폐비닐은 흙이 묻어 있어 바로 재활용하기 까다롭다. 재활용을 한다고 해도 수거 비용과 세척 비용이 다른 재활용 비닐에 비해 많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 '고비용·저품질' 문제가 있는 영농 폐비닐은 주로 수로 파이프나 정화조 등 저부가 제품으로만 재활용돼 왔다. 또 기존 폐비닐 재활용 원료(펠릿 등)는 주로 중국 등에 수출해왔다.

그러나 매년 약 19만톤의 폐비닐은 재활용할 곳이 부족해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다 보니 농촌 경작지 등에 무단으로 매립해 버려지거나 방치된 폐비닐이 많다. 이는 토양오염은 물론 불법 소각할 경우 미세먼지, 유해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등 2차 환경오염과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다. 

영농 폐비닐 수거·처리 사업을 수행하는 공공기관인 환경공단이 앞장서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기존 재활용 방식에서 벗어나 친환경적이고 탄소중립 이행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재활용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버리면 환경오염...폐비닐, 고품질 멀칭필름 제품으로 재탄생
환경공단은 전국에 영농폐기물 수거사업소 36개, 처리공장 7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소각·매립을 최소화하고 폐자원을 완전 순환 이용하도록 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크게 저감시키는 '영농 폐비닐 순환경제형(Circular Economy) 처리 활용 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환경공단은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발맞춰 단순히 처리하기에만 급급했던 기존 폐비닐 재활용 방식 틀에서 완전히 벗어나 미래를 준비하는 '탄소 제로 패러다임'을 향한 혁신적인 재활용 솔루션을 제시했다. 

환경공단은 기존의 영농 폐비닐 재생원료를 활용해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Post-Consumer Recycled Mulching Film)'을 개발·생산하고 농민에게 다시 유통·보급하는 저탄소 솔루션을 채택했다. PCR 멀칭필름은 소비자(농민)가 농작물을 재배할 때 사용하고 버린 폐비닐을 원료로 재활용해 만든 것이다.
 
환경공단은 수거한 영농 폐비닐을 세척, 압축, 가공해 재생 원료를 압출 가공이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멀칭필름 제조공정에 기존의 탄소 기반 원재료를 대체해 투입함으로써 자원순환형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으로 재탄생시켰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영농 폐비닐을 계속 수거해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한다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높이고 지속가능한 순환경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 기술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환경공단은 지난해 11월, 민관협력 영농 폐비닐 재활용 분야 탄소중립 기반 구축 사업을 위한 다자간(환경공단-전라북도-농협중앙회-DL케미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영농 폐비닐 재활용 R&D를 통해 신규 개발된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 실증화 및 고품질·가격경쟁력으로 연내 농업 시장에 상업화해 재공급하는 게 목표다. 
 

영농 폐비닐 순환경제 [그래픽=한국환경공단]

 
"품질도 좋고 비용 부담도 적어"...농업인들 만족도 높아
환경공단은 해당 필름을 정식으로 상용화하기 전 농업인을 상대로 필드 테스트를 지난 3월부터 진행했다. 전북농업기술원, 군산시친환경작목반 등 30여곳에 탄소 저감형 PCR 멀칭필름을 시범 보급한 결과, 질김성이 우수해 찢김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잡초 발생량이 적정 수준이며 기존 영농필름과 비교해 향상된 물성확보로 필름 포설, 폐비닐 수거 시 끊김 현상 감소에 따라 노동력이 절감된다는 호평을 받았다.

군산시 친환경 작목을 하는 한 농업인은 "기존 멀칭 제품 중 일부는 뚫으면 일자로 퍼져 버리는데 이 제품은 탄성이 좋아 그런 일이 없다"며 "친환경 농업을 하는 입장에서 탄소 저감형 제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또 다른 농업인은 "재활용 멀칭필름은 질김성이 뛰어나 기계멀칭뿐 아니라 발로 직접 밟고 멀칭 작업을 해도 손상이 없다"며 "농작업이 끝난 후 폐기물 수거 시에도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농자재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활용 비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비용을 낮춰줘 농업인들의 비용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환경공단 관계자는 "보다 높은 품질과 가격을 새로운 제품 대비 약 20% 낮춰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재는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생산 단가가 비슷하지만 점차 보급률이 높아지고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하면 가격이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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