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헬스케어 혁신파크를 찾아 아이엠지티(IMGT) 연구소에서 약물의 나노 입자 크기를 측정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지난 27일 발표한 'K-바이오' 산업 육성 계획에 대해 업계는 전반적으로 환영을 표했지만, 일각에서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제약바이오 육성의 핵심인 신약 개발 예산이 기존 집행되는 금액에서 많이 늘어나지 않았고 예산 지원 방식에도 변화가 거의 없어서다. 또한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던 '제약바이오 혁신위원회'도 구체적인 로드맵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K-바이오 블록버스터' 육성 차원에서 유효물질 발굴에서 임상2상까지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지원하는 2조2000억원 규모의 범부처 사업을 2030년까지 추진한다.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을 찾아서 효과성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 자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힘들다. 연구 수행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해 포기하는 일도 생긴다. 정부는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유망한 신약 개발 과제를 선정해 자금을 지원한다.
 
이강호 글로벌 백신허브화추진단장은 "국내 제약산업은 (아직) 발전단계로 임상시험을 충실히 해서 세계로 뻗어 나가는 능력이 부족하다"며 "특히 재정 측면이 부족해 정부 차원에서 펀드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지원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제약바이오 연구 개발(R&D) 관련 전반의 지원 금액과 방식에 대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약 개발을 위한 지원 금액이 크게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신약 개발 지원 금액이 2030년까지 통합 예산으로 묶여 이야기됐지만 사실 연간 환산하면 2750억원 수준이다. 이 정도 수준은 현재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가 집행하는 전체 신약 개발 R&D 비용(약 3000억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정부에서는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3개 부처 공동으로 신약 개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나와 봐야 하겠지만 제약바이오 예산은 통상 연구 개발 쪽에 집중되는데 그게 3000억원 수준이면 '혁신'을 논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수준"이라며 "신약 임상 3상까지 진행하는데 몇천억원이 소요되는데 이를 고려하면 금액이 다른 나라보다 크게 낮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제약바이오 컨트롤타워 격인 국립보건원(NIH)의 2019년 예산은 약 54조원에 달한다. 미국 국가 R&D 예산 총액의 약 28%를 차지하는 규모다. NIH는 보건의료 R&D를 총괄하면서 기업에게 신약 개발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약 개발 예산 집행 방식과 후속 관리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신약 연구개발 지원의 70% 정도가 학계, 연구기관에 이뤄지고 산업계에 투입되는 비용은 15% 남짓이다. 결국 산업 활성화가 목적인데 산업계에 예산 투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신약 개발 예산 집행의 수혜자는 학계, 연구기관이고 산업 쪽에서는 15%도 못 가져가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정부 지원의 궁극적 지향점이 제품화인 만큼 산업 중심으로 투자처 비중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원 방식과 기업·기관 후속 관리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약 관련 예산은 공무원들이 책임 회피 측면에서 여러 업체에 나눠주기식으로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 업체에만 몰아줬다가 그 기업이 신약 개발에 모두 실패하면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차라리 이 정도 예산이면 확실한 기업에게 몰아주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제약업계 다른 한 관계자는 "임상 1상까지 지켜보고 될 만한 기업에게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산업 발전 측면에서 더 도움이 된다고 본다"며 "그렇게 되면 대상 업체를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해질 텐데 전문가를 통해 그 부분은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그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임상 지원금을 집중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지난 2년간 800억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도 효과성 평가 등 후속 관리에는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를 보면 6월 말 기준 정부의 치료제 임상 지원(R&D) 실적은 0이다.
 
아울러 지속적으로 건의되던 '제약바이오 컨트롤 타워(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복지부, 산자부, 과기부 등이 따로 신약 개발 관련 재정과 규제를 집행하고 있지만 서로의 기조가 달라 업계가 혼란을 겪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발표의 핵심은 바이오헬스 분야에 대한 지원 방안인데 복지부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이 많은 것 같아 아쉬웠다"며 "결국 바이오 사업은 해외에서 잘되어야 '블록버스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산업계 중심의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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