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한파 온다] '칩4 동맹' 美 요구에 中 눈치보기…고민 커진 삼성·SK '하반기 적신호'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석유선 기자
입력 2022-07-27 07: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반도체 업계의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수요 위축과 공급 과잉 우려가 맞물리면서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어둡기만 하다. 여기에다 낸드플래시 가격의 하락 폭이 커질 것이란 우려와 반도체 설비투자가 감소하는 등 ‘침체기(다운사이클)’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이유다. 여기다 미국의 ‘칩4(Chip4) 동맹’ 참여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 정치외교적인 요인에 따른 타격은 고스란히 기업의 몫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3분기 전망도 ‘암울’ 
2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은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 D램은 분기 기준 평균 가격이 2년 만에 떨어졌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11개월 만에 내림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수요 감소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하반기 전망은 더 암울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10% 가까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3분기(7~9월) 낸드플래시 가격 전망도 종전 ‘3~8% 하락’에서 ‘8~13% 하락’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다 가격 하락세는 올 4분기까지 이어진다는 관측도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는 통상 하반기를 정보기술(IT) 기기 판매 증가에 따른 ‘반도체 성수기’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수요가 줄었고, 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객사들도 재고 부담에 주문량을 줄이기 때문에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에 주요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줄이며 공급 과잉에 대비하고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9일 이사회에서 청주 신규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보류했다. 업황이 불투명해지고 재고가 쌓이자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선회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도 추가 설비를 줄이는 모양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1분기 반도체 생산라인 신·증설 및 보완에 집행한 설비투자액은 6조6599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4828억원)보다 21% 감소했다. 하반기 추가 증설계획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도 줄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우리나라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68억7975만 달러)은 전년 동기보다 27% 줄었다.

현존 최고 사양 D램 ‘HBM3’ [사진=SK하이닉스]

미국 ‘칩4 동맹’ 압박...참여 땐 中 보복 배제 힘들어
이런 가운데 미국의 ‘칩4 동맹’ 참여 압박도 우리 기업에겐 부담 백배다. 미국 정부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맞서기 위해 반도체 설계에 강점이 있는 미국, 생산 강국인 한국·대만, 소재·부품·장비 역량을 갖춘 일본을 하나로 묶으려는 구상이다. 미국 정부는 ‘다음 달 말’까지 마감 시한을 달아 우리 정부에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칩4 동맹이 이뤄지면 우리 기업은 중국 눈치 보기에 들어가야 한다. 홍콩을 포함한 중국 시장이 한국 반도체 수출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에서 중국 수출 비중은 30% 이상이다.

특히 칩4 동맹에는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이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쑤저우에 공장을 운영 중이고 SK하이닉스는 우시·충칭·다롄 공장을 운영 중이다.

중국 정부는 사실상 한국이 칩4에 참여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세계 경제가 깊이 서로 융합된 상황에서 미국 측의 이런 행태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으로 민심을 얻지 못하며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지난 21일자 사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위협에 맞서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칩4 동맹 불참을 압박했다. 이로 인해 향후 중국 정부의 혹시 모를 보복 조치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기업이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관련 정부도 조심스러운 태도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에 다녀온 기업과 통화도 해보고 고민했는데, 결국 국익에 부합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반도체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어떤 쪽을 선택했을 때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하고 냉철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2분기까지는 그나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선방했을 것”이라며 “다만 하반기 반도체 업황과 칩4 동맹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3분기부터는 예상보다 더 나쁜 성적표를 받아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27일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와 콘퍼런스콜을, 28일에는 삼성전자가 부문별 세부 실적을 종합해 2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하고 콘퍼런스콜을 진행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진=연합뉴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