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인간 대상 수명연장 실험의 등장.. 불노초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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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2-07-2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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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불로장생을 꿈꾸어 왔던 인류는 불로초, 불로장생술, 불로촌을 찾아 수명연장의 꿈을 이루고자 하였지만 대부분의 노력들은 허탕을 쳤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측정이 분명한 객관적 연구방법이 체계화되면서 노화와 수명에 대한 연구들이 비로소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그동안 쥐, 생쥐, 초파리, 꼬마선충, 효모 등의 동물을 대상으로 한 노화제어와 수명연장실험이 대종을 이루었다. 그러나 선충이나 초파리 등은 수명이 짧아 실험은 용이하나 생체 구성 세포가 증식후 상태이고, 쥐는 야행성으로 인간의 생태와 맞지 않음이 문제로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실험실에서 발견된 수명연장 유전자를 인공적으로 탑재한 경우 일반 사육시설인 폐쇄공간과 다른 개방공간인 야생에서는 수명연장 효과가 반감되는 결과들이 노출되었다. 따라서 유전자뿐 아니라 생활습관, 주거환경, 문화와 생태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는 인간의 수명연장을 위해서는 인간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연구조사가 절실하게 요구되어 왔다.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조사는 후향적 연구와 전향적 연구가 있다. 후향적 연구는 기본적으로 지역의 장수도와 생활패턴, 환경생태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백세인 연구가 대표적이며 주로 통계적 방법에 의하여 결과를 도출해 낼 수밖에 없다. 대상자들을 동시에 비교하는 횡단연구가 기본이기 때문에 특정 조건에 대한 인과적 효과를 확인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방법이 노화종적 관찰연구와 같은 전향적 연구이다. 일정한 대상을 전향적으로 추적 조사함으로써 구체적인 해답을 구할 수 있지만, 보다 분명하고 바람직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특정조건을 부과하여 그 효과를 추적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전향적 연구는 특정 공간의 주민이나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특정 조건을 부과한 집단과 일반 집단을 비교하여 신체, 정신, 사회적 관계, 행복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양하게 분석할 수 있다. 특정 요인에 대한 명확한 효과 검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임상 실험은 전향적 방법에 의하여 약물이나 특정 시술 또는 자극의 유효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전향적 연구는 시간과 경비가 많이 들 뿐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변수가 많아서 수명효과와 같은 장기적인 연구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비로소 최근에 인간을 대상으로 수명요인을 분석하기 위한 전향적 연구가 다양하게 추진되기 시작하여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양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전향적 연구로 7개국조사(Seven countries study)가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유고슬라비아. 핀란드, 네덜란드, 미국, 일본 등 7개국이 참가하여 1950년대에 시작한 프로젝트의 1차 목표는 가장 높은 사망요인인 심혈관 질환 사망률 저하 방안 규명이었으며, 50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지속하고 있다. 초기 성과에서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이 낮은 지역은 그리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일본 등의 순서임이 밝혀졌다. 다른 사망률도 대동소이하게 그리스, 이탈리아가 양호하여 그 원인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식단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특히 지중해지역 주민들은 40%이상의 열량을 지방으로 섭취함에도 불구하고 비만, 당뇨, 고혈압 및 암의 요인으로 시사되고 있는 체내 지방 축적을 극복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최근 EU는 지중해식단의 효과를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하여 전향적인 NU-Age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5개국(이탈리아, 프랑스, 폴란드, 네덜란드, 영국)을 대상으로 실험군은 지중해식단, 대조군은 지역 전통식단을 섭취하게 하여 5년간 추적조사를 한 뒤 대상자의 유전체, 후성유전체, 대사체를 종합적으로 비교하여 지중해식단의 효과를 밝히는 국제적 프로젝트이다. 과거의 특정 성분 위주의 식품효과 연구를 탈피하여 일상에서 섭취하는 식단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연구로 바꾸어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본 연구는 특별한 의의를 가진다.

생태적 환경이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전향적으로 분석한 최초 조사는 바이오스피어 2 (Biosphere 2) 프로젝트이다. 바이오스피어 1 이란 현재의 지구를 말하며, 바이오스피어 2는 설계에 의하여 건설한 인공생태계를 지칭한다.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미국 애리조나 사막지대에 지구환경을 모방한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조성하여 인간이 생활하면서 초래되는 생리적 심리적 생태적 변화를 측정하여 미래 세계 또는 다른 혹성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을 실험하고 노화과정도 규명하려는 대규모 프로젝트였다. 실제로 1991년부터 8명이 들어가 2년간 직접 생활한 프로젝트로 다양한 지구 생태 환경을 조성하고 수천종의 동물과 식물을 생육하여 자급자족하며 살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그러나 산소와 탄산가스 농도 변화와 식량생산 감소 등으로 생활 자체가 어려워지고 내부 구성원들 간의 불협화음과 건강 악화로 결국 단발성 프로젝트로 끝나버렸다. 하지만 임의로 설계한 거주공간에서 환경과 생활여건을 조절하여 생태가 인간의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추진하였다는 의미에서 달 정복의 아폴로 프로젝트에 못지않은 대규모 전향적 인간수명 프로젝트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수명실험의 하이라이트는 특정약물이 인간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이다. 바로 TAME(Targeting Aging with Metformin)프로젝트가 최근 시작되었다. 그동안 당뇨약으로 오래 사용되어온 메트포민이 동물은 물론 인간에게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에 따른 퇴행성변화를 제어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어 65세 이상 79세까지의 3000명 자원자를 대상으로 14개 기관이 참여하여 6년간 전향적으로 조사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앞으로 유사한 연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약물의 경우는 물질이 명확하고 그 작용기전이 분석적으로 규명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산성을 얼마든지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적용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 이와 같은 특정약물에 의한 인간의 수명연장이 성공한다면 인류의 염원이었던 불로초가 현실화 될 수 있어 미래사회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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