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지고 W뜨고] 정부 당국, 'MSCI'는 버리고 'WGBI'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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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증권부 팀장
입력 2022-07-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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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재무장관 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발리를 방문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현지시간) 동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국채시장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오랜 숙원사업들이다. 일각에서는 다른 견해가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는 두 글로벌 지수에 우리 금융시장이 편입되면 해외투자자금 유입 증가 및 국가 이미지 제고 등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많다.

그런데 최근 이 과제들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할 주체인 정부 당국이 MSCI보다는 WGBI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는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해 MSCI 측과 해외투자자들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들을 해결하기가 만만치 않은 가운데, WGBI와 관련해서는 상대적으로 지수 편입의 걸림돌을 제거하기가 용이한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뒤따른다.
 
◆ 예상된 MSCI 불발…당국도 한 발 물러나

지난 6월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다시 한 번 무산됐다. 정확히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지정되지 못한 것인데, 이 리스트에 오른 뒤 1년이 지나야 본격적인 지수 편입이 가능하다. MSCI는 세계 주식시장을 선진국,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등으로 구분해 지수를 구성하는데 한국은 아직 신흥시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이에 따른 신규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데다 무엇보다 시장이 위험회피 성향을 보일 때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날 위험도 낮아진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지난 2008년 첫 번째 시도가 무산된 뒤 이후 10년 넘게 한국 증시가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외국인 투자자들을 위한 영문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과 일부 종목에만 허용되는 주식 공매도 그리고 아직 국내에서 그것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만 허용되는 원화 거래 등이 이 이유들이다.

이 중 실질적으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요인은 공매도와 외환시장 두 가지 요인이다. 이 조건들은 정부 당국의 의지와 결단이 있어야만 해결 가능한데 현재 상황으로는 단기간 내에 해결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큰 의지는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번 '관찰대상국' 지정 무산도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라는 얘기도 나온다.

공매도의 경우, 현행 제도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과 야당을 중심으로 오히려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기 때문이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완화된 공매도 제도가 필요하지만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당시 주식시장 관련 공약으로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내세운 바 있다. 공매도와 관련해 개인 투자자들이 외국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를 확대 시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얼마 전엔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공매도(금지)뿐만 아니라 증권시장안정기금도 활용할 생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환시장 제도 개선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외환위기 등의 트라우마가 있는 경제 관료들이 외환시장을 개방하는 데 보수적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런던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우리 정부가 MSCI 선진국지수 가입을 위해 외환시장 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올해 초 현재 오후 3시 30분인 서울 외환시장 마감시간을 해외 투자자들이 활발하게 거래하는 새벽 1~2시까지 늦추는 방안이 제시되어 외환시장협의회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개편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한 외환시장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상당했던 것으로 보였는데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효율성 문제 등으로 인해 논의가 길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이를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움직임과 선을 긋고 외환시장 선진화 자체를 위한 노력으로 봐달라는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원화는 서울 외환시장 마감 이후 역외시장에서 차액결제선물환(NDF) 방식으로 거래가 되기는 하지만 제약 요건들이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24시간 자유로운 원화 거래와는 거리가 제법 있는 상황이다.
 
◆ 급물살 타는 WGBI 편입 노력

이처럼 MSCI 지수 편입을 위한 행보가 더딘 가운데 반면 정부는 WGBI 편입과 관련해서는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얼마 전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외국인들의 채권 이자 소득 비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추 부총리의 발언이 나온 뒤 정부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세제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포함시켰다.

추 장관은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국채수요 기반 확대와 국채시장 선진화 등을 위해 비거주자 및 외국 법인의 국채와 통화안정증권 이자∙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1일 발표된 정부의 세제 개편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정부는 그러면서 이 같은 개정안의 취지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은 우리나라 국채 등 투자에 대한 수요기반을 확대 지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WGBI 편입국 대부분이 외국인의 국채 이자 소득에 대해 비과세하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 개인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대로 공매도를 전면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그리고 어떻게 보면 공매도보다 더 중요한 요건인 외환시장 개방은 공매도보다 더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세제 개편에서 외국인 국채 이자와 양도소득을 면제해주기로 한 것은 기재부 수입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면서 “현재로는 MSCI보다는 WGBI 편입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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